내책만세 <6>- 나의 동반식물, 다육이
수정 : 2022-01-27 00:57:14
나의 동반식물, 다육이
▲이재연: 70 넘어 그림 그리기에 푹 빠진 늦둥이 그림책 작가.
일상의 소재를 그림으로 그려내며 한국의 모지스 할머니라는 꿈을 목표로 열심히 노력중.
<고향에서 놀던 때가 그립습니다>(소동) 출간
<몽당연필은 아직 심심해>(글항아리) 삽화 출간
<인동초의 아름다운 날들> <보라해> 독립출판물 출간
어쩌나
14년 전 다육이에 완전 빠져서 베란다를 다육이로 꽉 채워나가며 물두 하던 어느 날~
아들 며느리가 퇴근 후 저녁을 잘 먹고 난후 욕실에 들어가다가 미끄러져서 뒤로 “꽝” 하고 뒤통수를 부딪치면서 벌러덩 넘어졌다. 이 순간 나는 천장을 쳐다보면서 나는 이제 죽는 거구나 하며 가장 먼저 스치는 생각은 저 소중하게 키우던 다육이들을 다 어쩌나~ 나는 애지중지하게 키우지만 자식들에겐 한낱 풀뿌리일 텐데...이 생각이었다.
죽는구나 하는 상황에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이 자식보다도 손주보다도 다육이라니..지금 생각해도 웃음이 난다. 아들 며느리가 “꽝” 소리에 놀라 따라 들어와 일으켜 주어 안정을 취하고 병원에 내원하여 사진을 찍고 검사를 했다. 뒤통수에는 호두알 만한 혹이 나 있었고 머릿속 뇌에 충격으로 이상한 사람이 되면 어쩌나 하고 결과가 걱정이 되었다. 결과 확인 시간에 연세가 지긋하신 의사 선생님이 사진을 들여다보다가 한번 나를 쳐다보더니 사진을 유심히 들여다보았다. 가슴이 쿵쾅 뛰었다. 무슨 일이 있나보다~!
의사 선생님은 다시 나를 쳐다보며 “ 아무 이상 없습니다. 그런데... ” 다음 얘기가 뭐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선생님을 뚫어져라 바라보는 나에게 “ 머리가 굉장히 단단하십니다. ” 하고 빙그레 웃었다. 아들도 나도 의사 선생님 셋이서 웃고 말았다.
뒤통수에 호두 알만한 혹은 다육이와 즐겁게 놀다 보니 어느새 없어졌고 오늘날까지 별 이상 없이 다육이와 동반하면서 건강하게 살고 있다.
자존감을 회복하다.
나는 성격상 많은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힘들어하는 편이다. 그래서 남편을 하늘나라로 먼저 보내고 주로 혼자 집에서 조용히 식물을 가꾸거나 동네를 산책하는 게 일상인 정적인 삶을 살았다.
새로 이사한 곳에서 몇 해를 살았지만 친한 친구 하나 만들지를 못할 정도였으니 내가 얼마나 사람과의 인연에 있어 소극적인지 알만하다. 그런데 15년이 지난 지금의 나를 돌아보면 내 주위에 소중한 친구들 인연들이 상당히 많다.
이렇게 내가 바뀌기 시작한 것에 가장 큰 공을 세운 것은 나의 반려식물 다육이다.
나는 학창시절 공부도 곧잘 했고 모범생이어서 주위의 칭찬을 받고 자라서 자신감이 많았던 아이였지만, 결혼 내내 칭찬에 인색한 남편의 기에 눌려서 아이들 뒷바라지만 하느라 나는 자신감 넘치던 어린 시절을 깡그리 잊어버리고 살아왔다.
남편을 먼저 보내고 연달아 두 아들을 장가를 보내고 나서야 나는 나를 챙길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다. 좋아하는 식물을 가꾸면서 우연히 접하게 된 다육이를 키우면서 정말 평화로운 시간을 보냈지만 무언가 꽉 채워지지 않는 갈증 같은 것은 계속 있었던 것 같다.
싸이월드가 한창 유행할 때 자매들과 함께 손녀와 다육이 사진을 올리며 온라인으로 소통을 시작했다. 그리고 10년 전쯤 네이버 블로그가 한참 유행하던 때 나 역시도 다육 블로그를 만들어 다육이 관련 글과 사진을 올리면서 다육이와의 추억도 기록하기 시작했다.
나의 다육이와의 역사는 이곳을 뒤지면 고스란히 다 나온다. 블로그를 하면서 내가 올린 다육이 글에 달리는 댓글에 감탄과 칭찬이 있을 때면 너무 신이 났고 더 열심히 블로그 활동을 했다.
다육이에 대한 경험과 꾸준한 공부로 인해 나는 다육이에 관해서만큼은 많이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나이가 들어 이름을 많이 잊어버리긴 했지만 웬만한 다육이들의 이름은 다 암기하고 있을 정도로 그때는 열성이였다.
열심히 활동을 한만큼 많은 사람들이 댓글로 관심을 주었고, 활발한 카페 활동을 하면서 내 어린 시절의 자신감을 점점 회복해갔다.
2008년에는 “식물나라 사람들”라는 네이버 까페에서 주최한 예쁜 다육이 뽐내기 대회에서 금상을 3번이나 탔었다. 지금도 내가 기르던 한창때의 다육이 사진들을 보고 싶으면 종종 이 까페에 들어가서 들여다 보곤 한다.
2021.5.24. 월요일 일기
세월도 빠르기도 하지. 오월의 마지막 주에 접어들었다. 일주일도 후딱 가고 나면 일 년의 반절 6월로 접어든다. 새벽 걷기 운동 하러 나갔다가 밤새 비가 온 사실을 알고 깜짝 놀라 간단하게 하고 들어와 걸이 대 다육이들을 살폈다. 장마 대비 여름을 건강히 잘 나려면 수분 조절에 들어가 화분의 흙을 바싹 마르게 하고 단수에 들어가야 하는데 간밤에 소나기 도둑비가 내리고 갔으니 걱정스러워 한 포트씩 고인 물을 일일이 입으로 불어주고 살폈다.
추울 때는 성장점이 얼을 까봐 더울 때는 성장점이 상할까 봐 물을 털어줘야 한다. 바람을 내주는 뿡뿡이가 있지만 나는 화분을 들고 입으로 불어주는 것을 좋아한다. 물이 내 얼굴에 튀어도 다육이와 가까이 교감하는 그 순간이 좋다. 여러 포트를 불고 나면 볼은 얼얼하고 내 얼굴은 빗물로 범벅이지만 기분은 좋다.
화이트그리니는 봄에 분갈이해줬는데 뿌리 활착이 잘 되었는지 힘차게 자라는 것이 눈에 보인다. 동형종이라 겨울에 성장하는 다육인데 아직 여름잠에 들어가지 않았나 보다. 뽀얀 분을 내뿜어서 밤에는 별모양으로 멋진 애다. 네모 화분보다 둥근 화분이 어울리며 화분 모양대로 둥글게 번식하여 대품이 되어도 멋지다. 빨리 잠들지 말라고 서늘한 반그늘 자리에 앉혀 놓았다. 원종에보니의 카라스마는 자이언트킹하고 비슷한 매력이 있다. 홍상생술의 빨간 물듬도 예쁘고 곱다. 봄볕에 예쁜 색이 되었다가 장마기간에는 다소 물이 빠진다. 찬바람 불 때 가을 일교차가 심할 때 많이 예뻐지고 고운 색으로 갈아입어서 11월 말경 안으로 들어올 때는 제일 예쁜 모습이다. 늦둥이 준영이를 바라보고 데리고 놀다보면 너무 귀엽고 예쁘듯이 다육이도 나의 일상 중에 빼놓을 수 없는 동반자다. 수시로 들여다보며 관찰하면서 예뻐해 주는 내 마음의 동반자다. 무언의 대화를 주고받으며 동반한지 벌써 16년째이다.
'내책만세'는 내 이야기를 책으로 만드는 세상이란 뜻으로, 파주 교하도서관 독서동아리입니다. 일년에 책 한 권 만들기를 목표로 매일 일상 글쓰기를 하고 있습니다.2021년에는 자신들의 이야기로 각자 책 한 권씩을 엮어서 독립출판물을 냈습니다.이 책들에서 한 편씩 뽑아 <파주에서>에 연재합니다. (문의 시옷살롱 031-955-6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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