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안식처를 찾아 <15> 파주 장릉 - 야트막한 능선을 걸으며 수려한 적송을 만난다
수정 : 2021-10-27 07:04:55
마음의 안식처를 찾아 <15> 파주 장릉
야트막한 능선을 걸으며 수려한 적송을 만난다 - 파주장릉
김포 장릉과 파주 장릉은 쌍릉
파주장릉(長陵)은 조선 16대 왕인 인조(仁祖)와 첫 번째 왕비인 인열왕후(仁烈王后)의 합장 능이다. 인조의 친부모인 원종(元宗)과 인헌황후(仁獻王后)의 쌍릉인 장릉(章陵)은 김포에 있어 김포장릉으로 불리운다. 한강을 가운데 두고 두 부자 부부 능들이 마주보고 있는 형국이다.
원종은 광해군 때 반역죄로 몰려 40세에 화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그러나 그의 아들 인조가 인조반정(1623년)을 일으켜 광해군을 몰아냈고 사후 원종은 정원대원군(定遠大院君)에 추존(追尊:사후에 지위가 높아지는 것)됐다.
▲파주 장릉의 수려한 적송들
인조와 부인 인열왕후 한씨의 묘
파주 장릉으로 돌아가 보자. 원래 파주장릉은 인조의 부인 인열왕후 한씨가 숨진 다음해인 1636년 파주 운천리에 조성된 왕릉이었다. 이때 인조는 부인과 같은 곳에 묻힐 능자리를 미리 공사했다. 이후 1649년 인조가 세상을 떠나자 쌍릉의 형태로 능을 조성했다. 그러나 운천리 장릉에 화재가 자주 일어나고 뱀과 전갈이 능 주위에 무리를 이루고 석물(石物) 틈 사이에 집을 짓는 변이 계속되자 영조 7년인 1731년 파주시 탄현면의 현재 왕릉터로 자리를 옮긴 것이다.
2018년에야 일반인 공개, 해설사 상주
2009년 유네스코는 파주장릉을 포함해 조선왕릉 40기를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했다. 이 왕릉은 그동안 일반공개가 제한적으로 이루어지다가 2018년에야 일반인들의 출입이 허용된 비장의 왕릉이다. 오랫동안 사람들의 발길이 뜸했어서 그런지 이곳은 나무들이 굵고 빽빽하며 특히 아람드리 적송들의 수려한 곡선이 시선을 잡아끈다. 얕으막한 산으로 둘러싸여 있는 파주장릉은 여러 왕릉 중에서 가장 균형이 잘 잡혀있고 편하게 쉴 수 있는 왕릉이라 생각한다. 잘 조성된 산책로와 왕릉의 보존상태가 최상급이고 최근에 바뀐 화장실이며 부대시설들이 깔끔하기 때문이다. 문화유산을 설명하는 해설사가 상주해 있고 혼자라도 정중하게 해설을 부탁하면 기꺼이 해설을 해준다. 요즘은 코로나 시기라 따로 해설을 해주지는 않지만 해설사에게 장릉에 대해선 무엇이든 물을 수 있다. 해설사 부츠는 수표소 바로 옆에 있다.
1.7km의 산책로, 야트막한 능선
조금 걷다보면 오른편으로 재실(齋室) 건물이 나오는데 재실이란 제사를 준비하는 공간을 말한다. 이곳에선 왕릉을 관리하던 능참봉(陵參奉)이 상주했다. 재실 안으로 들어가면 꽤나 넉넉한 공간들이 나오는데 옛날 우리 조상들이 얼마나 왕 제사를 중시했는지를 가늠케한다. 재실을 나오면 5백년 가까이 익은 느티나무들이 몇 그루 손짓을 보내온다. 그 앞에 놓인 긴 나무 의자에 앉아 그 큰 나무를 올려다보면 옛 역사와 세월의 흔적이 턱하니 걸려있다. 빛살 좋은 날 망연자실 이곳에 앉아 주변을 둘러다보면 편안한 안식의 닻이 내려오는 듯하다.
자리에서 일어나 조금 걸으면 삼거리가 나오는 데 왼쪽으로 향하면 약 1.7킬로 길이의 산책로가 산등성이와 ,능 후면 그리고 평지 산책로로 이어진다. 적당한 높 낮이로 구불텅한 이 길은 원시림 같은 숲길이어서 자연의 깊은 숨결을 느낄수 있다.
▲파주 장릉 제향 사진2 , (사)전주이씨대동종약원 제공
매년 6월 17일 기신제 올려
한 바퀴 산책로를 돌고나면 가운데 길로 향해보자. 이 길이 능이 있는 곳으로 인도하는 길인데 한눈에 홍살문, 왕릉제향을 올리는 정자각이 보이고 돌길이 보이는데 조금씩 높이를 달리하고 있다. 왼쪽의 향로(香路)는 제향때 향을 들고가는 길이라 귀하게 생각해 제일 높게 만들었고 오른쪽의 약간 낮은 길은 임금이 다니는 길이라 하여 어로(御路)라 불리운다. 양쪽 제일 바깥쪽 가장 낮은 길은 신하들이 임금을 보좌하며 걷던 길이라고 한다.
정자각에선 매년 양력 6월17일 전주이씨대동종약원에서 기신제 제사를 올리고 있는데 옛날 제사방식을 그대로 재현하는 제사로 널리 알려져있다. 정자각위로는 능이 조성되어 있는데 출입이 금지되어 있지만, 산책로를 따라 능의 후면에 접근해 살펴볼수 있다. 여기에서 보면 자연속의 왕릉과 멀리 운정지구의 아파트 단지풍경이 어우러진 모습을 탁 트인 느낌으로 바라볼 수 있다. 고대와 현대를 한꺼번에 조망하는 특이한 풍경이다. 돌로 만든 석마, 불 밝히는 장명등, 석양 석호(돌 양과 호랑이)등 왕을 지키는 여러 돌조각들이 소담스럽게 왕릉을 지키고 있다. 더도 덜도 아닌 놓임이 참 좋은 조상들의 뛰어난 미적 안목을 느끼게 해준다.
▲파주 장릉 제향 사진2, (사)전주이씨대동종약원 제공
파주장릉의 진짜 멋은 호젓함
아직까지 많이 알려지지 않은데다가 요즘은 코로나 때문에 방문객 숫자도 많이 줄어 사람 보기가 힘들다. 햇살 풍부한 숲길을 따라 새소리를 들으며 걷는 기분은 삼삼하기 이루 말할 수 없다. 장릉 숲길을 산책하다 보면 드믈게 고라니, 오소리, 청솔모 같은 동물들과 반갑게 조우한다. 또 장릉 숲은 소나무와 도토리나무들이 많아서 그런지 가을철인 요즈음은 도처에 도토리가 많이 떨어져 있는걸 볼수 있다. 아쉬운 것은 우리의 다람쥐가 청솔모에 밀려 이곳에서 자취를 감춘 일이다. 지천에 떨어져 있는 도토리를 보니 아쉬움이 더한다.
천천히 걸어 나오니 맑고 파란 가을 하늘에 기러기 떼들이 편을 지어 날라가는 모습이 나무사이로 보인다. 마음쉬고 싶을 때, 세상에 지치고 힘들 때 이곳을 찾는다면 장릉은 누구든 품어줄 것이다.
김석종 기자
정규휴일 : 매주 월요일
여는 시간 : 오전9시~오후6시
문의 : 조선왕릉 서부지구관리소
주소 :경기 파주시 탄현면 장릉로 90
전화 : 031 945 9242
#132호
신문협동조합「파주에서」 모든 컨텐츠를 무단복제 사용할 경우에는 저작권법에 의해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