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동기 단톡방에 어느 친구가 올린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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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동기 단톡방에 어느 친구가 올린 글을 올려주기 원합니다. - 조합원 박종식
대학 동기 단톡방에 어느 친구가 올린 글
서초동 촛불집회를 다녀온 후,
‘진보적’이라고 자처하는 사람들이 하는 말을 들으면서 참 불편함을 느낀다.
1996년 이후 23년간 회비를 내왔던 참여연대 소속 간부가 ‘조국 지지자’들을 부패한 사람으로 몰아가는 말도 속상하고, 어느 진보적인 기독교인이 ‘서초동에는 예수가 없다’고 하는 말도 불편하다. 노동인권은 쳐다보지도 않고 오로지 ‘문빠’가 되어버린 것 같은 비난을 하고 있다.
졸지에 철없고, 몰려다니는 부패옹호자가 되어버린 상황이다.
나는 무엇 때문에 서초동에 갔을까?
광화문처럼 돈 받고 가는 것도 아닌데, 부부가 10만원 넘게 들이고, 자동차에 버스에 지하철을 갈아타면서 그 먼 길을 갔을까?
97년 대통령선거 때, 호남사람들은 오후에 투표를 했다.
오전에 투표를 하면 언론에서 호남투표율을 크게 보도하면서 영남사람들을 투표장으로 몰아갈 것이라는 것을 알아챈 것이다.
지난 16년 촛불집회 때, 눈보라가 친 날에 사람들이 더 많이 모였다.
날씨 때문에 사람들이 모이지 않을까봐 ‘나라도 가야지’ 하면서 모였더니 평소보다 더 많이 모였던 것.
나는 시민들이 움직일 때에는 전체적인 맥락을 읽고 있음을 안다.
시민들이 바보가 아니라. 고도의 정치의식을 가진 전략적 사고와 행동을 하는 사람들 이라는 말이다.
지난 토요일. 사람들이 그렇게 많이 모인 것은, 이 판이 어떤 판인지 깨달은 것이고, 이판을 뒤엎지 않으면 어떤 결과를 낳을 것인지를 안 것이다.
사안 하나 하나에 집착하지 않고, 전체 판을 본 것이다.
이 판에서 내가 어떤 행동을 해야 하는지를 서로 말을 하지 않았지만 각자 깨닫고 모인 것이다.
1987년 성공과 좌절이후,
시민세력이 이 사회에 자리를 잡으면서
성공하고 실패했던 수 많은 고비를 넘으면서 체득한 경험들(이것이 모여서 현대사가 되겠지)로 학습한 것이다. 단순한 공부가 아니라 눈물과 후회로 가슴을 치면서 얻었던 교훈이 있는 것이다.
지금 서초동 집회를 낮게 평가하거나, 조국 사퇴해야 하는데 왜 그러느냐고 하는 주장. 내가 보기엔 너무 작은 부분에 집착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을 한다.
조국 딸이, 조국 부인이 무슨 법을 어겼을 수 있다.
그러나 시민들은 이미 ‘죄가 있다 없다’를 넘어섰다.
왜 검찰과 언론이 저렇게 하는 지. 왜 확인되지 않는 사실을 진실인냥 언론에서 보도하는지, 왜 검찰은 교묘한 방식으로 언론을 이용하는 지, 왜 청문회날 저녁 아무런 증거도 없이, 내용도 없기 기소를 했고, 왜 기소하기 직전 야당 의원들은 ‘기소하면 사퇴할 것인가?’라고 집요하게 물었는 지를 알게 된 것이다.
그리고 검찰의 폭주와 언론의 호응을 방치했을 때 그 결과가 어떠할 지는 이미 겪어서 알고 있다. 그래서 가슴을 치면서 후회할 일을 막자는 행동이다.
경향신문에 글을 싣거나 인텨뷰를 하고 있는 이른바 ‘진보적 지식인’들은 우리가 잘못된 길로 가고 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대단히 죄송하지만, 서초동에 모인 사람중 대부분은 세월호참사때 같이 울고 아파한 사람들로 여전히 가슴에 팔뚝에 자동차 뒷유리창에 노란리본 달고 다니는 사람들이다. 김용균사건에 분노한 사람들이고, 남북이 화해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고, 소성리에 가서 자리를 함께했던 사람도 있다. 그리고 내가 그 자리에서 만난 내가 아는 사람들은 대부분 진보정당에 정당투표를 한 사람들이다.
나 역시 그랬다. 공무원이 아닌 때에는 해마다 12월 말일에 진보정당에 정당 후원금을 냈다. 같이 갔던 우리 아내는 명퇴를 했으므로 매년 연말에 진보정당에 후원금을 낸다.
우리도 알거 다 안다. 해야 할 일을 할 수 있는 한 한다. 지난 겨울 촛불을 들었던 시민들의 정치의식이 당신들보다 결코 낮지 않다.
조국장관 가족이 두 달의 내사와 수사를 거쳐, 70여 차례의 압수수색 결과 형법이나 그 어떠한 법령에 위반되는 사실이 있어서 기소가 되고, 재판을 받을 수 있다. 그럴 수 있다.
그러나 시민들이 주목하는 것은 죄가 있다 없다가 아니라. 두 달간 대한민국 중앙지검이 총동원되어서 한 가정을 저렇게 짓이겨놓는 이유와 목적에 주목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언론이 저렇게 하는 이유와 목적에 주목하는 것이다.
아울러 ‘맞을 짓을 했다’고 말하는 사람은 때리는 사람만큼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조국과 그의 가족이 두 달간 저런 집단린치를 당하는 것을 지켜보기만 하는 것은 죄라고 생각한다.
돌이켜보면
80년대 중반에 제헌의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둥, 혁명의 시기가 도래하고 있다는 둥..온갖 ‘올바른’ 논리가 횡행했지만, 결국 판을 엎은 것은 ‘호헌철폐, 독재타도’라는 대중적 구호였다.
경향신문과 당신들이 내어놓는 훈수는 허무하다
시민들은 다시 촛불을 들고, 서초동에서 ‘검찰개혁’을 외치고 있다. ‘진보적’ 기독교인이 ‘서초동에는 예수가 없다’고 하던데, 예수는 없을지 몰라도 ‘나라의 주인’은 서초동에 모였다. 그리고 나는 그 속에 예수님이 함께 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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