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함원 탐사 에세이] 아이들이 만나는 맹꽁이, 지금 지켜야
수정 : 0000-00-00 00:00:00
아이들이 만나는 맹꽁이, 지금 지켜야
10여년 즈음 출판단지에서 퇴근을 하다 밤에 고라니를 마주쳤다. 방호벽에 근처에서 서식지가 사라져 도로 한 가운데서 고라니는 길을 잃은 얼굴이었다.
온 주위가 논밭이었던 교하가 개발되면서 서식지를 잃은 것은 고라니뿐만이 아니었다. 자고 일어나면 동네가 달라졌다. 멧비둘기가 울던 야산의 참나무가 뽑히고 여름밤 울던 소쩍새 소리도 더 이상 들을 수 없었다. 개발광풍은 군부대마저 이전을 시켰다. 참나무에 기대어 살던 100여종의 생명체는 소리도 없이 사라졌다. 파주는 여전히 개발중이다. 교하를 이어 운정에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고 제2자유로가 개통되었다. 서울문산민자도로, 파주 김포 제2외곽순환도로를 굳이 통일을 염두에 두지 않아도 도로공사는 끊임없이 가다서다 계속될 것 같다.
외면받던 농지가 금싸라기 땅으로 변하고 개발호재를 놓칠 수 없는 부동산 시장을 둘러싼 투자자들에게는 환경영향평가가 귀찮고 번거로운 절차처럼 보일지 모른다. 토건업자들에게는 그저 그들의 돈벌이에 발목을 잡는 귀찮은 존재들일 뿐이다. 개발이 확정되면 금개구리, 맹꽁이, 수원청개구리는 난민이 된다. 다른 많은 생명체들이 버려지는데 반해 멸종위기종은 대체서식지라도 찾게 법이 보호한다. 그러나 그 마저도 눈가리고 아웅하는 거짓과 속임수가 횡횡하다.
작년 문산천하천정비공사 구간에서 멸종위기2급인 층층둥굴레 군락 2만주가 발견되었다. 용역업체는 환경단체가 조사한 개수를 그대로 맞추기만 급급해 뿌리를 끊고 잎을 훑고 줄기들을 끊어 땅에 꽂았다. 전문가를 고용해 특수약품으로 처리해 냉동탑차에 실어 옮겨 심었다던 그들의 말은 사실일까. 올해 살아남은 것은 1%도 안된다. 그들에게 용역을 맡긴 파주시는 관리책임이 없는 것일까. 시는 무책임하고 환경현장과 지역민들의 의견을 무시하는 완강한 버릇은 완전히 고질이 되어있다.
논둑에 그 많던 멍텅구리 금개구리는 다 어디로 가고 멸종위기종이 되었을까? 도대체 우리는 맹꽁이가 살던 논위에 도로를 깔고 막힘없이 빨리 달려 남는 시간에 무엇을 하려는 것일까? 어쩌면 다양한 생명체가 점점 사라지고 있는 세상에서 우리 후손들은 박물관에서 금빛 줄무늬색이 바랜 박제된 금개구리를 여우나 홀랑이 옆에서 만나게 될지 모른다. 지금 우리가 지키지 않는다면 말이다.
▲파주지역 멸종 위기 서식지 보호를 위한 강의시간
※안내: 운정3지구 택지개발 지역에서 멸종위기종인 맹꽁이와 금개구리 모니터링을 합니다. 관심있는 분은 파주환경운동연합으로 문의해주세요.
글 · 사진 정연희 시민기자
#45호
신문협동조합「파주에서」 모든 컨텐츠를 무단복제 사용할 경우에는 저작권법에 의해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