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특집 추모헌시] 세월호 미수습자
입력 : 2018-04-12 10: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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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특집 추모헌시]
세월호 미수습자
끝내 나타나지 않는 이들이여
끝내 뼈조각 하나도 옷자락도
몸에 붙어 있던 신물(身物) 하나도
찾지 못한 이들이여
유족들의 발길을 힘없이 돌리게 한 이들이여
남현철 학생이여
박영인 학생이여
양승진 선생이여
권재근, 권혁규 부자(父子)여
‘천개의 바람이 되어’ 노래말처럼
‘천개의 바람, 천개의 바람이 되어
저 넓은 하늘을 자유롭게 날고‘
‘가을엔 곡식들을 비추는 따사론 햇빛’
‘겨울엔 다이아몬드처럼 반짝이는 눈’
‘아침엔 잠든 당신을 깨워 주는 종달새’
‘밤에는 당신을 짙 켜 주는 어둠속의 별’
이 되었나요
오 그리만 그렇게만 되소서
유족들이 ‘ 기다림’과 ‘그리움’을 거두고 발길을 돌릴 때
북받치는 눈물을 한없이 흘리다가 기진할 때
‘기다림’과 ‘그리움’이 또 다른 생명으로 변화되는 것
알고 있나요
전혀 다른 시각으로 모든 인생들에 대하여
포용하고 또 포옹합니다
‘나는 당신들이 찾는 그곳에 없고,
나는 잠들어 있지도 않다는 말’
미수습자의 진실된 마음으로 받아들이겠습다
팽목항에서 바라 보면
세월호가 침몰한 맹골 수역은
섬너머 안보이는 곳에 있습니다.
목포 신항으로 이끌려 와 덩실하니 누워 있는
세월호는
너무나 너무나 부끄럽습니다
결국 그 ‘존재하였음’을 증명할 한 조각도 찾지 못한 이들은
‘영원한 미지의 곳’으로 떠나고 만 것입니다
남은 우리는 영혼의 불구자 같습니다.
박연철(변호사, 시인, 권정생어린이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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