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원 에세이] 공기청정기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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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원 에세이>
공기 청정기 단상
티비를 틀면 세련된 공기청정기 광고가 연일 나온다. 그것은 또 하나의 가전제품이 아니다. 시장(Market)이 드디어 공기를 상품으로 내논 것이다. 그 상품을 사기 위해 우리는 더욱 노동과 생산을 해야 하고 그것은 더욱 공기를 오염시킬 것이다.
신영복선생님의 말씀 중에 이런 우화가 있다. 어떤 마을에 공용으로 쓰는 수도꼭지가 고장이 나서 물을 틀 수 없게 되었다. 수도꼭지가 자꾸 고장나니, 어떤 사람이 자기만 쓰는 튼튼한 수도꼭지를 사서 자신만 물을 사용하였다. 또 옆집 사람도 그렇게 하였고, 또 다음 사람도 그렇게 하였다. 결국 그 마을에는 수도는 하나지만 마을 사람들 수의 수도꼭지를 갖게 되었다. 이웃과의 관계는 깨지고 수도꼭지 장수만 돈을 벌었다.
나도 공기청정기가 갖고 싶다. 깨끗한 공기를 마시고 싶다. 하지만...돈도 없지만 양심에 걸린다. 바깥 공기를 이렇게 망치게 놔두고 내 방 공기만 깨끗하면 된다는 그러한 소시민적 안주가 불편하다.
중국에서 미세먼지속에서 운동을 함으로써 미세먼지를 마시자는 사람들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일본에서는 방사능 오염 농수산물을 먹음으로써 후쿠시마를 돕자는 운동도 있다 한다. 어리석고 무지하게만 보았던 그런 운동이 가만 생각해 보면 공동체적 실천의 일부일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사람은 무엇보다 나와 같은 사람들과 나누는 사회적 연대에서 안정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공기청정기를 사야 할까? 당장 필요하니 사야할 것이다. 그러나 공기청정기보다 급한 것은 환경과 사회적 연대에 대한 자각일 것이다. 비닐을 수거하지 않는다는 뉴스를 보며 환경부나 공무원집단을 욕할 수도 있지만, 일주일만이라도 비닐 없이 살아보겠다는 결단을 해보면 어떨까?
파주살롬의 집 이종민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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