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언협 기획> 경기지식품 - “우리는 더디 갑니다” 경기지의 성장 비결은 ‘정성’과 ‘천천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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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언협 기획> 사회적기업탐방
지역언론협동조합협의회와 '사람과세상' 공동기획
- 농업회사법인 경기지식품 주식회사
“우리는 더디 갑니다” 경기지의 성장 비결은 ‘정성’과 ‘천천히’
▲ 왼쪽 김순남 대표, 오른쪽이 송현교 이사
경기지식품은 수원시 팔달구(수원시 팔달구 세지로 198번길 25)에 있다. 2시간 넘게 달려서 찾아간 회사는 연립주택 바로 옆에 조그맣게 있었다. 회사 앞에는 김치배달 탑차 여러 대가 주차해있었다. 김순남 사장의 부군이신 송현교 이사가 맞아주었다. 경기지는 김순남님이 사장으로 제품의 품질과 관리를 담당하고, 남편 송현교 이사가 영업과 판매를 맡아 부부가 경영하는 김치제조 판매법인이다.
2013년에 창립한 후, 올해 5월에 사회적기업으로, 8월에는 한국전통식품 품질인증을 받아 김치 생산에 남다른 자부심을 갖고 있었다. 정식 이름은 농업회사법인 경기지식품(주). 경기지에서는 20가지 종류의 김치를 생산한다. 현재 5명의 종업원이 일하고 있고, 년 매출 7~8억, 수익이 2억 정도. 경기지에서 일하는 분들은 최저시급이 아니라 생활임금으로 시급 1만원을 받고 있다. 경영하기에 빡빡하지만 김치생산의 특성상 빨리빨리는 안된다는 고집으로 종업원들의 복지에 신경을 쓰고 있어, 장기근속자가 많다고 했다.
인터뷰는 부부가 같이 자리를 해주었다.
Q. 홈페이지가 없어서 회사 자료를 찾기 어려웠습니다. 홈페이지가 없나요?
A. 2013년 12월 23일 창립했습니다. 2014년 15년까지 홈페이지도 개설하고, 온라인 판매도 했었는데... 그런데, 성과 대비 매출이 안 올라서 온라인판매를 없애고, 오프라인으로만 영업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수원시청이나 경기도시공사 등 구내식당에 집단급식용으로 판매하고 있지요.
▲ 경기지 공장내부에 정성들여 만든 홍보판
Q. ‘경기지’라고 해서 ‘짠지’인가 했어요. 경기도 짠지? 경기지가 무슨 뜻인가요?
A. 맞습니다. 경기도 김치입니다. 우리는 경기지포기김치, 경기지맛김치, 경기지깍두기, 경기지총각김치, 경기지석박지, 경기열무김치, 경기지백김치, 경기지보쌈김치, 경기지나박김치, 경기지동치미, 경기지갓김치, 경기지배추겉절이, 경기지오이소박이, 경기지깻잎김치, 경기지파김치, 경기지고들빼기김치, 경기지무말랭이김치를 생산합니다. 모든 김치에 경기지라는 이름을 붙입니다. 경기도에도 이렇게 남다른 맛이 있다는 자부심을 갖고있습니다.
Q. 어떻게 김치사업을 하게 되었나요?
A. 송현교 : 사범대를 나온 후, 김치대리점에서 유통일에 종사했습니다. 김치는 대중적 음식이니 꾸준한 판매가 가능할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유통만으로는 전망이 밝지 않아 직접 제조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지요. 장모님이 대갓집 살림을 하면서 음식솜씨가 좋았습니다. 김치나 장 등 기본적인 저장음식도 맛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부인도 김치사업을 하자 했을 때 부담없이 시작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A. 김순남 : 사실, 저는 미대를 나왔고, 어린이집을 운영했었습니다. 그러다 김치사업을 하게 되었는데, 미대 나온 것이 적지 않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김치의 색깔이나, 보기 좋게 장식하는 것, 미각을 돋구는 색감과 디자인 등에도 미적 감각이 무척 유용했습니다. Q. 미대를 나오고, 어린이집 운영을 하다가 김치 사업을 한다는 건 흔치 않은 과정일텐데..A. 김순남 : 어린이집을 운영하면서 사회복지 공부를 했어요. 어린이들이 줄어들어 어린이집을 계속하는 것이 한계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복지쪽이 전망이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사회복지를 공부하다가 ‘사회적기업’이란 개념을 접하고 저와 딱 맞는 거라 생각했어요. 집안이 기독교 집안이라 이웃을 돕고 베푸는 것이 자연스러웠기에 ‘사회적 기업’이 다가왔던 것 같아요.
Q. 일반기업에서 ‘사회적 기업’으로 등록했는데, 기업성장에 도움이 되나요? A. 송현교 : 올해 사회적기업으로 등록 했는데, 사회적기업으로 지원 받은 건 하나도 없어요. 기업활동을 하면서 사회적 가치를 추구한다는 마음이지, 사회적 기업이라고 해서 지원받는 것을 염두에 두고있지는 않아요. 지원금 받으려고 기준에 맞춰 서류를 내는 것이 비위에 잘 안맞더라고요. 우리 수준에 맞게 봉사하고, 사회적 기여를 하고 있습니다. 우리 회사 직원이 5명인데, 그 중 한 명을 봉사 보냈어요. 수원시자원봉사센터와 함께 강원도 태풍피해지에 복구 봉사하러 갔습니다. 강원도 봉사하는 임금을 회사가 내는 셈이지요. 이렇게 사회에 봉사하는 일을 하는 합니다.
Q. 회사가 주택가에 있어서 놀랐어요. 다른 지역의 김치 공장은 공장 자체가 크고, 지방자치단체에서 농산물 가공업을 지원하면서 저장고 설비에 지원도 하던데...
A. 송현교 : 여기는 여기 수원은 도시라, 농업관련 예산이 할당되지 않아요. 있다고 해도 1차 농업생산에 지원하지요. 지원은 없다해도 오히려 작은 기업이라고 입찰에서 배제시켜 버리는 것이 서러웠어요. 공장을 키우고 싶어도 땅값도 비싸고, 지원도 없어서 이 자리에서 버티고 있습니다.
▲ 경기지 김치 - 광고 이미지
Q. 요새 식품 택배가 많이 늘고 있는데, 경기지는 온라인 판매를 하지 않아서 기업경영에 어려움이 있을 것 같은데요?
A. 김순남 : 그래도 우리 경기지는 정통으로 승부합니다. 맛과 품질을 인정받아, 꾸준히 매출이 늘고 있어요. 주로 단체급식으로 김치를 판매하고 있습니다.
수원에 김치공장이 8~10개 정도가 되지만 G-마크를 받은데는 저희가 유일해요. 그리고 HACCP인증을 받았는데, 올해부터는 검사 절차가 무척 까다로와졌어요. 아침에 와서 저녁에 가더라구요. 우리는 ‘먹는 음식은 정성’이 답이라 생각해서, 천천히 꾸준히 가고 있습니다.
Q. 경기지 김치가 특별한 비법이 있나요?
A. 김순남 : 미역을 양파 갈 듯이 갈아서 김치를 담금니다. 조미료를 거의 안쓰고도 감칠맛이 나고, 익었을 때 시원해요. 먹어본 사람은 맛있다 독특하다고 말해요. 어느날 동사무소에 갔더니, “시청 식당에 먹을 것이 김치밖에 없어요”라는 말을 하더라고요. 기분이 정말 좋지요. 김치가 맛있다고 칭찬할 때, 또 매출이 늘어날 때 보람을 느껴요.
Q. 김치 판매를 하면서 애로는 없나요?
A. 김순남 : 아이들이 김치를 먹었으면 해요. 요새는 밥과 고기만 배식하고 나머지 반찬을 자율배식하기 때문에 김치를 거의 안먹습니다. 학교와 어린이집에서부터 김치를 먹도록 교육해야하는데 이를 간과하고 있어요. 우리나라 음식을 일본에 빼앗길 수는 없지요. 김치 대신 단무지가 밥상에 올라가면 안되잖아요. 외국인들도 백김치, 열무김치를 좋아해요. 우리나라 젓가락 문화도 고급문화잖아요. 젓가락으로 손가락이 섬세히 운동이 되고, 그것이 예술으로 연결되거든요. 교육부와 농림식품부 등 국가적 차원에서 김치를 먹도록 하는 교육을 적극적으로 펼쳐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선생님들 의식부터 바꿨으면 합니다.
Q. 맛과 품질에 자부심이 있어서 기업을 확장하고 고용인원이 더 늘었으면 좋겠네요.
A. 송현교 : 저희도 그런 생각을 합니다. 하지만 “작은 욕심 때문에 양심을 버리지 않겠습니다”는 생각을 하고 있지요.
생산량이 통상 1일 1톤이고 많을 때는 3톤까지 가능합니다. 생산시설로는 1일 5톤까지 가능한데, 사장님이 반대합니다. 너무 많이 일하다보면 종업원들이 아무래도 힘들어지고 김치 품질에 소홀하게 된다는 것이지요. 그렇게 에프엠대로만 하다보니 삼성전자에서 수십톤 주문이 들어온 것을 거부한 적이 있어요. 정성 들여 김치를 만들어야 하는데 생산량을 맞추려다 보면 김치를 받는 수혜자들이 기분이 나쁘게 된다는 것이지요. 저야 영업활동을 하니 매출을 더 늘리고 싶은데, 부인(사장)이 ‘정성’을 강조하고, “천천히 해서 이 자리에 왔다”고 강조하기에 욕심을 내지 못합니다.
A 김순남 : 사훈이 ‘제자리를 지키자’입니다. 남편이 “한걸음 더”를 넣자고 하는데 본분을 잘 지키고 각가 자기 할 일을 잘 하면 “제자리를 지키며 한걸음 더” 나갈 수 있을 겁니다.
▲ HACCP과 G마크 인증서
Q. 앞으로의 전망은?
A. 김치 수출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발효 때문에 포장 문제가 생기고, 냄새가 나잖아요. 그래서 다른 회사는 볶은 김치를 대안으로 내세우는데. 어쨌든 이런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찾아서 수출 가능한 제품을 만들어볼까 합니다. 김치야말로 세계적인 음식입니다.
Q. 사회적 기업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A. 양심적으로 하고 취업자를 위해 힘이 되어주었으면 합니다. 상생해나가야죠. 사회적기업진흥원에 대해서는 엄마 역할이니, 부족하다고 탓해서도 안되고...열심히 하면서 상생해야한다고 봐요.
임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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