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TX는 수도권 교통 문제 해결의 유일한 해법이 아니다 - 녹색당 성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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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TX 개발 즉각 중단하고, 전면 재검토하라
GTX는 수도권 교통 문제 해결의 유일한 해법이 아니다
지난 해 12월 27일 열린 GTX(수도권 광역급행철도) A 노선의 착공식에서 김현미 국토부장관은 “모든 국민이 가벼운 마음으로 출근하고 편안하게 퇴근하는 날이 하루 빨리 앞당겨지기를 기원한다.”며 GTX 개발의 첫 삽을 축하했다. ‘수도권 교통혁명’이라는 정책 문구로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에 의해 제안 된 GTX 개발은 파주 운정에서 서울의 서울역과 삼성역을 거쳐 화성 동탄으로 연결되는 A노선, 인천 송도에서 서울 여의도와 서울역을 지나 남양주 마석으로 연결되는 B노선, 양주 덕정에서 서울 청량리와 삼성역을 지나 수원으로 연결되는 C노선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중 A노선은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하여 지난 해 착공식을 가졌고, C노선은 예비타당성조사 및 민자적격성조사 등을 최근에 통과하여 2021년 착공을 목표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B노선은 아직 예비타당성조사 중으로 올해 중 그 결과가 드러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런데 가장 빠른 속도를 보이고 있는 A노선의 경우, 시작부터 시민들의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정황들이 확인되고 있다. 시공사가 제시한 노선에 따르면 GTX A 노선과 교하 열병합 발전소의 각종 시설물과의 이격거리는 불과 10m 안팎으로 인근 주민들은 자칫 대형참사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안전한 삶을 뒤흔드는 치명적인 위협에 대해 호소하고 있다. 노선이 관통하는 서울 후암동과 청담동에서도 GTX가 지나는 지상의 노후건물의 안전문제에 대해 주민들의 우려가 확대되고 있다.
이러한 안전문제가 발생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GTX 개발 즉 대심도 지하까지 이뤄지는 지하개발과 지표면의 안전에 대해 충분히 검증하지 않기 때문이다. 대심도까지 팽창하는 지하개발에 대해 우리가 확인해야하는 많은 쟁점들이 존재한다.
첫번째, 대심도 개발의 안전성 문제다. 언급했듯이, 대심도의 안전성은 굉장히 철저하게 검증되어야 한다. 이미 다수의 연구가 대심도 개발이 싱크홀에 직간접적 영향을 미친다는 인과관계를 언급한 바 있고, 공사과정에서 발생할 지하수 유출 및 지역 파이프 훼손 등에 따른 2차, 3차 사고는 현재 정부의 안전검증 과정에서 고려되지 않고 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할 지점이다. 이미 지난 해 겨울 서울의 대심도 지하도로 건설 과정에서 지열 파이프를 훼손해 해당 건물의 난빙이 중단된 사례가 발생한 바 있다.
두번째, 대심도 개발은 모든 지하개발의 특징과 동일하게 복구가 사실상 불가능한 개발이다. 저성장과 인구감소, 기후위기라는 우리 사회가 처한 조건을 염두에 둔다면, 앞으로의 국토개발은 공간의 회복력을 우선순위에 두고 계획되어야 한다. 복구 불가능한 대심도 개발은 각종 사회경제적 변화에도 취약할 뿐더러, 예측 불가능한 재난에 전혀 대응할 수도 없다.
셋째, 지하 개발은 다른 개발사업들과 비교했을 때 시민들의 직접 감시와 확인이 매우 어렵다는 특징이 있다. 이는 최근에 GTX-A 노선을 둘러싼 갈등에서도 확인되었다. 시민들은 GTX가 지나는 길이 어디인지, 그것이 열병합 발전소라는 시설과 얼마나 가까운 거리인지 등의 사실을 착공식을 전후한 시기에 비로소 알 수 있었다. 주민설명회와 같은 기존의 방식은 여전히 정보의 비대칭에 근거하여 행정부와 사업자의 논리를 설명하는 자리에 불과하고, 지하 개발은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제한된다는 점에서 시민들의 알권리를 더 심각하게 침해하는 경향이 있다. 심지어 지하공간에 대한 종합적인 정보는 정보를 지하개발 사업을 책임지는 어떤 주체도 갖고 있지 않다는 사실이 공포감을 더한다.
또한, GTX 개발의 가장 큰 명분으로 작동하는 이동시간에 대해서도 철저히 검증할 필요가 있다. 현재 계획된 바에 따르면 GTX의 평균 역간 거리는 7.2km로 서울도시철도의 평균 역간 거리 1.1km의 7배에 달한다. A 노선의 경우 실제 전체 구간 80km에 10개의 역이 존재한다. 적은 철도역 개수는 빠른 속도의 조건이 되지만, 다수의 이용객은 사실상 환승을 통해 GTX 역사에 도달해야 한다. 또한 지하 40m 깊이의 승강장까지 진입하는 시간도 무시할 수 없다. 여기에 SRT와 노선 혼용 구간이 존재하고, 서울시가 요구하는 신분당선 서북부 연장과 노선 혼용도 현실화 된다면 출퇴근 시간대 기준 배차간격이 6분 간격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되며, 특히 신분당선과의 노선혼용은 GTX의 속도 저하로 이어질 것이라는 것이 지배적인 평가다. 서울 중심부로의 진입시간을 분단위로 쪼개 홍보하는 내용에 거품을 걷어낼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우리는 시민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시설물이 이동속도 감축이라는 명분에 거품을 묻혀 개발되는 이유에 대해 더 적극적으로 질문해야 한다.
GTX 개발은 수도권, 특히 경기 외곽의 신도시에서 서울로 출퇴근 하는 시민들의 삶을 쾌적하게 하는 대체불가능한 해법이었을까? 그렇지 않다. 따라서 이토록 검증되지 않은 위험성에 대한 의혹이 숱하게 제시되고, 삶의 자리가 위협받는다는 시민들의 호소가 존재하는 상황이라면, 이 개발은 원점에서 재검토되어야 한다. 복구 불가능한 지하개발이 대체불가능한 해법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마치 GTX만이 수도권 교통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인 것으로 자리 잡았던 지난 시간들을 다시 되돌려야 할 것이다. 그리고 교통 문제 해결이라는 명분에 숨어 실제로 작동해왔던 부동산 욕망, 토건 자본의 수직적 팽창에 대해서도 진지한 사회적 토론을 이어가야 한다. 민간투자비를 시민들의 요금으로 회수하는 수익형 사업인 GTX A 노선의 경우 벌써 비싼 요금이 예상되어 논란이 일고 있다. 사실상 보상비가 거의 발생하지 않는 공공재인 지하공간에 대한 운영권을 민간 사업자에게 부여하는 정당성에 대해서 우리 사회는 아직 검토한 바 없다. 또한, GTX 개발 진행 여부가 부동산 투자 정보를 공급하는 매체에서 가장 관심 있는 뉴스로 다뤄지고 있다는 사실은 GTX 개발은 본질적으로 수도권 부동산 시장과 밀접하게 연결된 사안임을 확인시켜 준다.
대심도 GTX 개발이 수도권 교통 문제 해결의 유일한 해법으로 자리잡는 사이 삭제되었던 질문들을 되살려보자. 특히, 인구감소 시대의 지하개발, 기후위기 시대 노동과 주거환경의 변화에 대해서 질문을 시작한다면, GTX 개발의 명분은 옅어질 수밖에 없다. 애초에 국토부 장관이 고민해야 할 것은 수도권 시민들이 직장과 멀리 떨어진 곳에 살 수밖에 없는 부동산 불평등 문제에 대한 해법, 서울과 수도권에 계속 사회, 경제적 권력이 집중되는 불균형 문제에 대한 해법 같은 것이다. 무엇보다 기후위기 시대 정치의 역할은 시민의 필요를 새로운 시설물을 개발하는 것으로 손쉽게 연결시키는 토건정치로부터 결별하고, 한정된 자원을 더 이상 낭비하지 않고 생태적 균형을 더 이상 파괴하지 않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하며 시민의 필요를 해결할 해법을 찾는 것이다.
GTX 개발,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 즉각 중단을 요구한다. 녹색당은 기후위기 시대, 우리가 직면한 위험요소들을 마주하고 이에 걸맞는 국토의 활용계획과 공간 전략을 구축하는데 모든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기후위기를 직시하는 시민들과 함께, 삶의 자리를 지키려는 시민들과 함께, 위험하고 불필요한 개발사업에 반대해갈 것이다.
2019년 7월 25일
대안의 숲, 전환의 씨앗
녹 색 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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