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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의 시조가 재미있다! 생기 있다! 감동이다!

입력 : 2018-03-11 19:58:00
수정 : 0000-00-00 00:00:00

파주의 시조가 재미있다! 생기 있다! 감동이다!

 

 

요사이 당신은 어찌 지내십니까

달 밝은 창가에 저의 한이 깊어만 갑니다

만약에 꿈길에도 오가는 흔적 있다면

당신 문 앞 돌길이 반은 모랫길 되었겠지요

 

얼마나 절절한 연애 시인가! 39일 저녁 일곱 시, 파주중앙도서관 로비에서 조선중기를 살았던 이옥봉의 시조를 한글로 풀어서 들었다. 파주 문인협회를 창립하고 초대회장을 역임한 파주 문학의 시초 이동륜 선생님의 강의에서.

 

이옥봉은 율곡 이이와 함께 장원급제를 하고 여러 관직에 있었던 조원의 첩이다. 둘은 요즈음으로 치면 시를 즐기는 문인들의 모임에서 만났다. 거기서 옥봉은 조원에게 반했다. 첩으로 들여줄 것을 청하니 조원은 시를 써서 나대지 말고 조신하게 지낸다면 첩으로 삼겠다 했다. 옥봉은 그러마 했고 첩이 되어 지내던 중 전 남편이 소도둑 누명을 쓴 사건이 생겼다. 옥봉이 시를 지어 파주 목사에게 보냈다.

얼굴 씻고 세숫대야 거울삼고 / 물을 기름 삼아 머리를 빗는구나 / 첩의 신세가 직녀가 아닐진대 / 어찌 낭군이 견우가 되오리까.

여기서 견우는 끌에 소자를 써서 소도둑임을 비유적으로 이른 것이다. 파주 목사는 이 절묘한 시에 감흥하여 옥봉의 전남편을 풀어준다. 허나 대쪽 같은 성품을 지닌 조원은 송사에 관여하여 관직에 있는 자신을 곤란케 한 옥봉을 쫓아내고 만다. 이후 단 한 번도 만나주지 않는 조원을 그리워하며 위와 같은 시를 썼다. 그리고 조원을 그리워하는 마음 사무치어 시를 쓴 종이를 온몸에 감고 강물에 몸을 던지고 만다.

 

이동륜 선생님은 시조에 얽힌 이야기를 이렇게 재미나게 풀어냈다. 옥봉의 삶과 문학이 세상에 널리 알려지면서 임천 조씨 종중에서는 조원의 묘역에 옥봉의 가묘와 비석을 세웠는데 파주 광탄 용미리에 있다고 한다.

선생님은 1990년 남편의 사업을 따라 파주에 와서 파주는 문향의 고장이다라는 말의 이유를 찾고자 공부를 해 파주와 관련된 옛 문인들의 글을 되살리는 작업을 30여 년째 하고 있다 했다. 여든 셋의 연세에도 통일로와 자유로에 파주 문향의 바람을 일으키고 싶다 하시는 열정이 얼마나 뜨겁고 힘찬지 고단한 일과를 끝낸 사람들이 모인 도서관 로비, 그 밤에 생기가 일어 봄을 만나고 있었다. 이날 참석한 시민 허 모씨는 시조 할머니의 재미난 시조이야기를 아이들이 들으면 참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파주시중앙도서관은 사단법인 한국문인협회 파주지부가 주관하는 파주문예대학” 4기 수강생을 모집한다. 420일부터 112일까지 매주 금요일 19:00~21:00에 열리는 이 강좌에 이동륜 선생님이 5월 25일부터 6월 15일까지, 8월 10일부터 31일까지 재미난 시조 이야기를 들려준다. 자세한 사항은 파주문협 사무국장 (010-2172-2714)에게 문의하면 된다.

                                                           허영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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