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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은 나눔이다 - 김포 들가락

입력 : 2016-03-03 17:36:00
수정 : 0000-00-00 00:00:00

풍물이 이렇게 힘있고 재미있는 겁니까?

 

▲2015 김포들가락연구회 발표회 

 

 김포시민의 날이나 김포시 체육대회 등 시 차원의 행사를 하는 날이면 너른 공설운동장 가장자리에 9개의 각 동네에서 운동장을 뺑 둘러 천막을 쳤었다. 그 동네 천막 아래에서 소머리국밥이나 두부국을 끓이고 부침개를 부치는 냄새가 운동장을 채우고 담장을 넘었다.

 

▲김포시 체육대회 대동놀이

 

 그러면 먼저 막걸리 한사발을 걸친 풍물패가 서둘러 풍물을 치고 옆동네 천막에서도 앞서거니 뒤서거니 동네마다 풍물을 쳤다. 시간이 흐르면 다른 동네의 풍물판에 기웃대기도 하고 술잔을 나누며 판이 합쳐지거나 잘하는 옆동네 상쇠를 데려다 치게 하면서 이웃동네의 경계를 허물고 어울려 놀기도 했다. 시 행사에 동원되어 참여하는 것이기도 했지만 동네마다 마을잔치를 하고 풍물을 뽐내고 어울리는 자리이기도 하였다.

 

 이런 김포풍물판을 경험하게 된 것은 90년대 초반에 김포농민회 회원이 그 동네풍물패가 없어져서 대신 풍물을 쳐달고 해서였다. 그것이 인연이 되어 서울에 살다가 결국 김포로 이사까지 하게 되었다. 이사한 동네에서 풍물패를 꾸려 김포시 행사장에 가서 몇 년을 풍물을 쳤다. 그러다 운동장에 인조잔디를 깔면서 운동장 안에서 음식을 못만들게 하여 운동장 밖 후미진 곳에 천막을 치니 풍물판도 축소되고, 풍물꾼들이 나이가 들면서 풍물패가 하나 둘 없어지게 되었다.

 

▲대동놀이

 

 그런 상황이 되자 김포가락을 채록하고 남겨서 정리해야할 필요성이 절실해졌다. 월곶면의 고 안억섭, 고 백재준, 고 김성복, 고 윤덕현상쇠와 하성면의 권정택, 대곶면의 이경순상쇠 등 운동장에서 보았던 상쇠들을 만나 가락을 채록하고 김포풍물의 역사를 듣고 정리하였다. 하성면에서는 권정택 상쇠가 하성전통농악회를 꾸리고 있어서 풍물도 같이 치고 지신밟기도 같이 하면서 김포가락을 경험할 수 있었다.

 

 그런데 우리는 왜 김포가락을 전승해야한다는 사명감을 갖게 되었던 것일까? 그 답은 한마디로 풍물의 강력한 매력 때문이다. 우리가 만났던 풍물명인들은 대부분 1930년대 전후에 태어난 분들로 일제강점기의 탄압을 이기고 지켜낸 풍물이 해방 후에 봇물처럼 터져 나와 동네마다 자발적으로 풍물을 꾸리던 때, 10대나 20초반에 풍물을 시작한 분들이다. 그 분들은 풍물에 대한 속깊은 애정으로 가락을 치고 풍물판을 내었다. 또한 개성이 깃들인 풍물을 쳤다. 김포에서 만난 상쇠 중 네명의 상쇠가 월곶면 상쇠로 인접한 동네 분들이다.

 

▲조강리 김성복 상쇠(1930년생)

 

 그런데 이분들의 가락이나 판을 엮는 순서가 조금씩 달랐다. 각자의 개성을 녹여낸 가락을 치고 판을 꾸린 덕이고 이런 모습은 전국적으로 나타나는 모습이도 했다. 그리고 ‘소박하다’고 표현할 수 밖에 없는 멋이다. 아무리 기량이 뛰어나도 필요한 만큼의 기량을 펼치고 재주를 부려내어 전체 속에 커다랗게 하나가 되는 자신의 자리매김을 지키는 그 자세는 소박하다는 표현 외엔 다른 표현이 무색한 듯하다. 풍물꾼으로서 갖는 자부심은 혼자 남달리 눈에 띈다는 것 때문이 아니라 풍물로 하나가 되어 어울리고 잘놀게 해줘서 고맙다는 인사와 풍물이 짜임새가 좋다는 인정을 받을 때였다.

 

 현대를 각박하다며 오래되지 않은 지난 시절을 그리워하기도 한다. 우리의 전통문화를 고리타분하다고 밀쳐버리기도 한다. 요즘 TV에서 유행하는 오디션 프로그램을 보면 최선을 다해 제대로 했을 때 인정을 하고 아름답다고 한다. 그럼 최선을 다해 제대로 하는 전퉁예술을, 풍물을 접해본 적이 있는지 묻고 싶다. 현대를 각박하게 만드는 것은 누구인지 묻고 싶다. 풍물을 하면서 웃을 수 만은 없는 반응이 ‘풍물이 이런거였어요? 이렇게 힘있고 재미있는겁니까?’ 이다.

 

독거노인을 위한 풍물교실

 

 풍물을 직접 접해본 후 나오는 이런 반응에서 풍물을 전승하고 오늘의 문화로 되살려놓을 가능성을 본다. 우리가 김포풍물을 전승해야겠다는 사명감을 갖게 된 매력에서 풍물이 단순히 전승해야할 과거의 유물이 아니라 현대인들의 소외와 고립을 극복할 수 있는 문화예술이 될 수 있음을 본다. 이기적이고 각박한 생활에서 오는 고통을 남보다 앞서지 않아도, 경쟁에서 이기지 않아도 이웃과 어울리고 타인과 크게 하나되는 경험에서 위안 받고 힘을 얻을 수 있고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김포의 그 너른 들을 밀고 들어선 아파트 숲에서 고립된 삶을 꾸리는 현대인의 여가생활이 풍물로 채워져 더불어 어울려 사는 멋과 맛을 알게 되어 이웃을 돌아보고 더불어 살아가는 든든함으로 풍족해질 그 날을 위해 오늘도 한발 한발 어기적 기우뚱 신명실린 걸음을 걷는다.

 

 

 

김포들가락연구회 사무장 하애정

 

 

 

#3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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