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은 나눔이다. 조각가 진효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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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은 나눔이다.
조각가 진효석
단순한 것이 확장성이 있다
하나의 선·색·면으로 새로운 공간개념을 만드는
조각가 진효석
“하나의 선, 하나의 색, 하나의 면보다 더 구체적이고 사실적인 것은 없다.”
네덜란드의 화가이자 시인이며 건축가인 테오 반 두스부르흐(Theo van Doesburg,1883-1931)의 말이다. 진효석의 작품은 두스부르흐의 주장을 그대로 구현한 듯하다. 별것 아닌 듯한 선과 색, 그리고 면으로 구성된 그의 작품은 복잡하고 무엇인가를 적극적으로 표현하려는 일반적인 현대미술 사조와 대비되어 보인다. 그의 작품은 심플하다. 곡선이 거의 없는 그의 작품은 얼핏 보면 어릴 적 두꺼운 마분지들을 꺾어 색을 칠해 놓은 듯한 단순함의 틀 속에 갇혀 있는 것 같이 느껴지기도 한다. 면도 한가지 색이다. 그러나 사물은 첫인상에서 본 느낌대로 존재하는 게 아니라는 걸 그의 작품을 바라보며 깨닫게 된다.
진효석의 작품은 조명과 응시하는 시간을 통해 완성된다
좀 시간을 가지고 그의 작품을 천천히 감상하다 보면 조금씩 그의 작품들이 다르게 보이기 시작한다. 단순한 선과 색, 면의 단순구성 속에 공간이란 개념이 스며들기 시작한다. 그의 작품 감상은 시간과 조명이 필요하다. 거의 높이가 느껴지지 않는, 평면에 가까운 그의 조각품들은 조명이 있어 조각품 뒤로 그림자가 생길 때 보기가 좋다. 선, 색, 면에 더해 그림자가 더해지면서 새로운 공간개념이 뜻밖에 발견되는 맛이 있다.
그리고 시간이다.
단순한 형상들은 우리를 작품 앞에 오래 서 있도록 만들지 못한다. 우리 눈은 늘 새롭고 신기하고 특징적인 그것들만을 찾아가도록 길들여져 있다. 하지만 그의 작품에 단 1분만 이라도 시선을 집중하면 단순한 형상 속에서 미묘한 에너지가 차분하게 흘러나온다.
작품이 기하학적 형태를 드러내는 視點을 찾는다
진효석은 투시도법을 단순한 방식으로 비틀어서 평면적인 공간으로 인식하게 했던 작가 펠리체 바리니(Felice Varini:스위스 현대 미술가. 공간을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게 만들며, 관람객이 작가의 출발점, 즉 작품이 기하학적인 형태를 드러내는 시점을 찾아 이동하도록 이끈다)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진효석은 2003년부터 수년간 바리니의 전속 어시시트로 있으면서 공간을 이해하고 변형시키는 방식에 관해 많은 공부를 했다. 그리고 2007년 파리에서의 첫 전시회가 열렸다.
그러나 그가 바리니의 영향을 벗어나 그만의 작품으로 인정하는 첫 번째 개인전은 2013년 주불 한국문화원 파리에서 열린 “On tombe dans le panneau... , 우리는 판에 떨어진다...)이다. 같은 규격의 사각형 패널 작업을 통해 반복의 효과로 산만한 공간을 통일시키는 효과를 시험한 전시였다.
2016년 이후엔 검은색을 더 많이 채용했고 정사각형, 직사각형의 형태에서 벗어나 보다 다양한 외형의 작업을 실험했다. 2020년부터는 검은색 패널에서 검은색 라인으로 접는 과정을 추가하고 선 드로잉 형태로 Line 연작을 제작했다. 최근에는 1월 27일부터 2월 19일까지 ‘브루지에-히가이 갤러리 서울’에서 VIBRANT GEOMETRY(활발한 기하학)전시를 성공리에 마쳤다.
우리가 인식하는 공간과 인식 못 하는 공간을 동시에 보여주고 싶다
“내가 늘 생각하는 것은 어떻게 우리가 인식하는 공간과 인식하지 못하는 공간을 동시에 보여줄 수 있는가이다”라고 말한 그는 “ 나는 단순함이 확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난 표피적 외형이 아닌 정신적 의미를 작품에 부여하고 싶다”라고 밝혔다.
그는 경남대 미술교육학과 3학년을 마치고 25살 때 파리로 1년간 여행을 했다. 한국에 돌아와 안정적인 교사생활보다는 예술가의 길을 걷기로 결심하고 2000년 파리로 유학을 떠났다. 2011년 파리 8대학 컨템포러리 아트 및 뉴미디어 학과에서 MFA를 수료했다. 그는 유학 시절 프랑스 현대 무용팀과 연극팀과 함께 그의 작업을 공연에 접목시키는 다양한 공연작업에 7년간 몰두하기도 했다. 그는 작업노트에 ‘세잔과 몬드리안으로 대표되는 기하학이 내 작업의 가장 중요한 창작요소’라고 적었다. 그 작업 노트 말미에 진효석 작품이 지향하는 핵심이 있다.
“내가 만들어내는 공간에서 관람객이 새로운 시각적, 공간적 유희를 경험하기를 원하며 각자의 방식으로 작품과 소통하기를 원한다”
각자의 방식이란 말이 그가 오랫동안 프랑스를 오가며 체득한 조화로운 자유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스튜디오: 경기도 파주시 문발로 155,1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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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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