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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은 나눔이다. 미술가 최재훈

입력 : 2022-03-14 01:58:20
수정 : 2022-03-15 23:42:09

예술은 나눔이다.

미술가 최재훈

 

영혼의 심연을 탐색하다

 

 

- 영상, 조각, 사진, 설치 등으로 영혼의 심연을 탐색하는 작가

 

 

작가의 일생은 그의 작품에 녹아난다. 대부분이 그렇다. 그렇지만 그가 살아온 기억과 생각과 경험들이 오롯이 작품에 녹아 있는 작가들과 만남은 나에게 큰 기쁨을 준다. 46세의 최재훈 작가도 그렇다. 그는 유년기를 부산, 마산, 통영 등지에서 보냈다. 아버님이 수산행정업에 계시면서 어릴 적부터 바다를 품고 살았고 경원대 미대를 졸업후 아버지가 위독하시게되자 7년 동안 통영에서 가두리 양식업도 했다.

가두리 양식장에서 잘 때 꿈속에 나타나는 잠기는 어둠과 숨막힘’, 온갖 환영’, 밤이 되면 민어가 내는 뽁뽁소리’, ‘윙 하는 바람소리가 그의 영혼에 들어갔다. 그 경험들은 나중에 신비하고 불안한 생명의 원형으로 그의 작품에 나타난다. 그는 바다 시절 우울했고 공황증세가 나타났다. 그는 신에게 기도했다. 리먼 브러더스사태로 사업이 어려울 때도, 우울증에 영혼이 무겁게 빠졌을 때도 그는 조용히 그의 신에게 기도하며, 견디며, 지금에 이르렀다.

 

 

그에게 트라우마는 작품을 만드는 에너지가 될 뿐이다

그의 인상은 평온하다. 하지만 그가 살아왔던 시간은 장화를 신고 늪을 건널 만큼 힘겨웠다. 그는 시야가 좁아지고 물체가 갑자기 눈앞에 다가오는 증세와 곧 죽을 것 같은 공포증, 이명 현상 등 여러 가지 트라우마를 겪었다. 세상과 연락을 끊고 3년 반을 영국과 지방의 소도시를 돌며 혼자 지냈다. 그러나 그는 가는 곳마다 늘 기도했고, 결국 우울과 고독에 함몰되지 않고 세상 밖으로 나왔다. 그는 경원대 미술대학과 동 대학원을 나왔다. 처음엔 서양화를 그렸지만, 당시 김용익 경원대 미대교수로부터 개념미술을 알게 됐고 이후 현대미술사를 탐닉하며 미술은 무궁한 표현 영역이 있다는 걸 깨닫게 됐다. 김 교수 이외에도 홍영인, 오인환, 이용백교수 등으로부터 회화, 설치, 영상으로 이어지는 다양한 미술의 스펙트럼을 흡수했다. 어둠 속에서 상처들을 연마해온 그에게 새로운 스팩트럼은 현재의 눈부신 작품들로 구현됐다.

 

 

이형접합자, 절대 시점 작품으로 신선한 개념미술의 장을 열다

내가 주목하는 그의 작품은 2020SPACE XX(서울)서 열린 이형접합자(HETEROZYGOTE)2021년 정문규 미술관(파주)서 열린 절대시점(Absolute Viewpoint)이다. 물론 2004년 첫 개인전부터 2005년에 석사학위청구 전까지 모두 3차례의 개인전이 있었지만, 내겐 14년의 깊은 어둠 속에서 그려진 그의 영혼 지도가 궁금했다. 이형접합자의 주요전시작들은 금속거울에 총을 쏘아 만든 작품들이다. 또 무거운 액체에 잠겨있는 작가 얼굴의 힘겨운 숨쉬기가 비디오로 기록된 영상물들, 우윳빛 액체 속에 희미한 손들로 이명을 상징하는 작품들이 선보였다. 이선영 미술평론가는 이형접합자를 이렇게 표현한다.

“.... 그의 작품들은 그 자신을 다른 존재처럼 마주하고 벌어지는 사건의 장이다. ...(중략) 이형접합자는 동일자와 타자의 긍정적 부정적 관계를 동시에 함축한다.” 그의 작품은 자신을 둘러싸며 끝까지 그를 괴롭혔던 트라우마에 대한 보복이며 치유라고 생각됐다.

 

 

 

 

금속거울에 총을 쏴 자신의 상처를 드러낸다. 총알은 그의 무감각해져버린 굳은살이다

총을 금속판에 쏘며 그의 상처는 드러나지만 그러한 방식을 통하여 마주하고 회복되는 과정이다. 또 상처의 계곡이란 작품에선 관람자가 자신의 상처를 적은 종이를 옆 물탱크에 던져 넣으며 상처를 치유하려는 주술적 행위로 느껴졌다. 최재훈 작가의 상처에 우리의 상처가 힐링을 받는 이형 접합의 본질에 밀착된 작품이다.

2021년에 발표한 절대 시점작품들은 개인적인 고백을 넘어 사회 이슈이고 권력 관계이며, 현시대를 바라보는 담론이 담겨있다. 전쟁의 도구나 인명 살상의 도구들을 뒤섞어 녹여, 새로운 형태를 만든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사진을 찍어 내놓는 SYSMONSystem Monster의 합성어다. 괴물이 되어버린 현대사회시스템을 상징한다. 파도치는 섬과 똑같은 반영을 세로로 세운 비디오 작품 부력과 중력 사이(나의 상흔을 바라보다)’는 우리 안에서 살아 숨 쉬는 깊은 상처를 바라보게 한다. 이같이 그의 작품은 그의 상처이며 치유다. 그리고 그는 이제 그 상처를 뛰어넘는 도약을 준비 중이다. 그는 이제 최고의 컨디션으로 달릴 준비가 된 듯 보인다. 그에게 마음속으로 뜨거운 격려의 박수를 보내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최재훈

web: www.heterozygot.com

Studio: 파주시회동길445-2, 305

E-Mail: heteromatrix@gmail.com

Tel: 010 3142 1565

#13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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