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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화당 사진문고 - 사울 레이터 Saul Leiter

입력 : 2022-01-24 01:05:24
수정 : 0000-00-00 00:00:00

열화당 사진문고

사울 레이터

Saul Leiter

사진 사울 레이터 / 작가론 마이클 파릴로 / 사진설명 마이클 파릴로 외 / 강수정 옮김

국문판, 영문판 동시 출간

136×156mm / 반양장 / 144/ 사진 82/ 국문판 16,000/ 영문판 17,000

 

컬러 사진의 선구자

사울 레이터는 사진의 역사에서 예술로 인정받지 못했던 컬러 사진의 자리를 확고히 한 미국의 사진가다. 유려한 색채 감각으로 뉴욕을 담아낸 조엘 마이어로위츠를 비롯해, 1970년대에 컬러 사진을 찍었던 다른 사진가들보다 훨씬 앞선 1940년대부터 순수하게 예술적인 목적으로컬러 필름을 사용했다. 레이터에게 색은 우리 삶의 중요한 요소이며, 사진에서도 고귀한 위상을 지니는 것이었다. 그는 절제된 색감과 회화적인 요소가 돋보이는 많은 이미지들을 남겼으며, 영화 캐롤에 많은 영향을 준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그 자신이 말했듯이 세상이 본 건 빙산의 일각에 불과한데, 사울 레이터 재단에 따르면 2021년 기준으로 컬러 슬라이드 약 육만 점이 아카이빙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방대한 양을 상상해 볼 때, 그의 신선한 탐구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새로운 작품들을 계속해서 만날 수 있을 듯하다.

사실 레이터는 어릴 적 화가를 꿈꾸었고, 그림을 평생 첫사랑으로 꼽을 정도로 그 열정이 대단했다. 액자에 넣기 위해 표구상에 맡겼던 페이메이르의 모사화를 원본으로 오해받아 도난당한 적이 있는데, 이 웃지 못할 해프닝은 그의 재능이 얼마나 뛰어났는지를 보여준다. 예술적 재능에도 불구하고 레이터의 집안 환경은 그를 전혀 다른 길로 이끌었다. 정통파 유대교 집안에서 저명한 랍비의 아들로 태어나, 엄격한 랍비 교육을 받으며 성장한 레이터는 아버지의 후계자가 될 운명이었다. 한때는 탈무드 아카데미와 랍비 칼리지에서 수학하는 등 그도 운명을 따르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도서관에 온종일 틀어박혀 그리스나 아프리카의 조각, 페루의 직물에 관한 책들을 탐독했으며, 보나르나 드가 같은 프랑스 인상주의 화가나 일본 우키요에 작가 들에 빠져 있었다.

 

1950년대 뉴욕의 거리

십대 시절 어머니에게 선물받은 디트롤라 카메라로 여동생인 데보라를 주로 찍곤 했으나, 사진에 대한 본격적인 관심은 뉴욕에 이주하면서 시작되었다. 이십대 초반 레이터는 가족을 등지고 홀로 뉴욕 맨해튼에 정착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맨해튼의 동쪽인 이스트빌리지로 집을 옮겨 그곳에서 평생을 살았다. 1950년대 초 뉴욕은 추상표현주의 운동이 활발히 일어나던 시기로, 이스트 빌리지 십번가에는 일종의 협동조합인 십번가 갤러리들이 하나둘씩 설립되면서 젊은 예술가들이 모여들었다. 레이터는 빌럼 데 쿠닝의 아내이자 화가인 일레인 데 쿠닝, 리처드 푸셋 다트와 같은 초기 추상표현주의 운동의 대표 주자들과 교류하며 회화와 사진 활동을 이어 갔다. 특히 푸셋 다트가 레이터의 작품을 유명한 예술품 딜러이자 갤러리 경영인이었던 베티 파슨스에게 소개하면서 그녀에게 전시를 제안받기도 했다. 유진 스미스, 에드워드 스타이컨과 친분을 쌓은 것도 이 무렵이었다.

레이터는 이들과 어울리면서도 성공의 기회를 잡는 데는 관심이 없었던 듯, 이러한 제안들을 마다하고 매일같이 집 근처를 산책하며 사진 찍을 뿐이었다. “평화로운 가운데 홀로 존재한다는 생각이 너무나 매력적이라던 그 자신의 말처럼 말이다. 대부분의 작가들이 어지럽고 현란한 뉴욕을 포착한 반면, 레이터는 오묘하고 고요한 뉴욕의 거리를 담아냈다. 특히 고가철도에서 내려다본 비 오는 도로(p.30)나 유리창에 비친 잡화상 풍경(p.22), 짙은 명암의 대비로 포착된 인도 위의 남자(p.37), 혹은 빛이 반사되어 마치 긴 드레스처럼 한 여성 위로 겹쳐지는(p.41) 초기 흑백 이미지들은 시점과 반영으로 채워진 새로운 도시의 풍경을 보여준다. 이처럼 그의 렌즈에는 주로 일상적인 거리와 평범한 사람들이 담겼지만, 신기한 우연과 놀라운 해프닝들이 가득했다. 판자가 가로형 프레임으로 활용되어 피사체들이 그 안에 배치되거나(p.49), 고양이가 길가의 나무에서 절묘하게 뛰어내리는(p.39) 순간처럼 즉흥성과 대체 불가능한 에너지들은 거리에서만 발견할 수 있었다. 한편 1957년에는 라이카로 촬영한 흑백 작업을 시작으로 패션 사진가로서 첫발을 내딛었는데, 그 후 약 이십 년간 에스콰이어』 『하퍼스 바자』 『엘르등의 다양한 잡지와 일하며 상업 작가로서 명성을 떨쳤다. 상업 사진에서도 스튜디오보다는 예측할 수 없는 우연들이 존재하는 거리 촬영을 선호한 그는, 결과물이 패션 사진이라기보다 그저 사진으로 보이길 바랐으며 가끔은 거기서도 뭔가 다른 일이 벌어지길 기대했다. 그로써 포즈를 취한 모델이 물건을 들고 이동하는 행인에 가려지거나(p.99), 모델이 입은 줄무늬 옷이 아래로 늘어진 나뭇잎에 가려져 혼동을 일으키는(p.107) 이미지들이 만들어졌다.

 

바라본다는 것의 즐거움

사울 레이터의 개인 작업과 상업 사진의 경계를 나누기란 모호한데, 선명한 색채와 극적인 구도, 반사의 활용과 같은 많은 특징을 공유하기 때문이다. 이미지를 구획하는 거울이나 창문(p.95), 회화적인 분위기를 더하는 눈과 비(pp.69, 77) 등은 반복적으로 활용된 모티프로, 사물을 통해대상을 포착하는 사진을 선호하는 레이터의 취향이 분명하게 드러난다. 전경을 아웃포커스로 처리해 뒷배경에 시선이 집중되게 하거나(pp.49, 55) 이미지를 추상화하는 것 역시 즐겨 사용한 기법이다. 이처럼 뭘 보고 있는지 확신할 수 없는 이미지들은, 일시적으로 시선을 혼란스럽게 만들었다가 천천히 주의를 집중하며 아무것도 허투루 지나칠 수 없게 만들며, 거의 명상에 가까운 상태로 빠져들게 한다.

한편, 사울 레이터 재단에서 작업 중인 아카이브에는 수천 점의 흑백 누드와 은밀한 초상 작업들이 포함되어 있다. 레이터는 1940년대 중반부터 누드를 찍기 시작해 제이차세계대전 이후 성 역할에 대한 시각이 매우 보수적이던 1950년대에도 작업을 해 나갔다. 피사체는 오랜 파트너였던 솜스 밴트리(p.134)를 비롯해 레이터의 친구나 연인이었던 여성들로, 단순한 피사체가 아니라 동등하고 주체적인 협력자였다. 사진들은 대체로 간결하고 직접적이며, 상당히 장난스럽거나 반대로 꽤 진지한 것들도 있다. 레이터는 거리 촬영에서처럼, 과정을 통제하기보다는 자연스러운 상황이 전개되게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다가 셔터를 눌렀다. 그 덕분에 여성들은 내면의 자의식을 거리낌 없이 드러내며 친밀한 순간들을 나눌 수 있었다(p.139). 이 내밀한 이미지들은 레이터의 집에 자리한 암실에서 수천 점가량 인화되었고, 1970년대에 누드집의 출간 계획이 무산된 이후로는 세상에 공개되지 않다가 그의 사후에 재단에 의해 발견되었다.

 

이 책 사울 레이터(Saul Leiter)2020년에 출간된 안드리 폴(Andri Pol)』 『아흘람 시블리(Ahlam Shibli)에 이은 세번째 국영문판 동시 출간이다. 20178월 사울 레이터 재단과 처음 접촉하여 사진문고 출간을 제안했고, 이후 오랜 숙고와 논의 끝에 현재 한국에서 열리고 있는 전시에 맞춰 선보이게 되었다. 원서를 번역하는 방식이 아닌 한국 출판사가 섭외해 작가론 집필, 사진 선별, 디자인, 편집을 진행했기 때문에, 작은 몸집에도 불구하고 작업에 많은 노력과 시간이 소요되었다.

사울 레이터 재단의 부이사장이자 약 이십 년간 편집자로 일했던 마이클 파릴로의 작가론으로 시작해, 다루는 주제와 스타일에 따라 네 가지 시리즈로 묶어 선별한 사진 81점을 소개한다. 소개 글에는 파릴로와 사울 레이터 재단의 대표 마깃 어브가 참여했으며, 개별 사진의 캡션 및 연보는 책 끝에 수록되어 있다. 특히 이번에 새롭게 집필된 작가론 사울 레이터의 예술적인 삶(The Artful Life of Saul Leiter)은 작가가 남긴 여러 인터뷰와 영상 기록을 토대하고 있어, 그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만날 수 있는 최초이자 유일한 글이다.

 

국내외 대표 사진가들을 엄선해 소개하는 열화당 사진문고는 아담한 판형에 부담 없는 가격으로 사랑받아 왔다. 한 손에 담긴 전시장 안에서 작품들은 물론 사진설명과 작가의 생애를 정리한 연보까지 만날 수 있으며, 앞으로도 계속 출간될 예정이다.

 

차례

사울 레이터의 예술적인 삶 / 마이클 파릴로

 

흑백의 거리(Black-and-White Street)

색의 거리(Color Street)

흑백과 컬러 패션(Black-and-White and Color Fashion)

누드, 그리고 은밀한 초상(Nudes and Intimate Portraits)

 

사진 목록

연보

 

저자, 글쓴이, 역자 소개

사울 레이터(Saul Leiter, 1923-2013)는 미국 피츠버그 출신의 사진가로, 정통파 유대교 집안에서 성장했지만 일찍이 회화와 사진에 매료되어 1946년 홀로 뉴욕에 정착했다. 1950년대 뉴욕 초기 추상표현주의 운동의 대표 주자들과 교류하며 회화 작업을 했고, 1957년부터는 패션 사진가로서 활동을 시작해 약 이십 년간 에스콰이어』 『하퍼스 바자』 『엘르등의 다양한 잡지와 일했다. 상업 사진가로서 경력을 잇는 동안에도 주로 맨해튼 도심을 배경으로 한 흑백 및 컬러 거리 사진, 누드와 은밀한 초상사진을 계속 찍어 나갔으며, 사진의 역사에서 컬러 사진의 자리를 확고히 하는 역할을 했다. 주요 사진집으로 얼리 컬러』 『덧칠된 누드』 『내 방에서』 『사울 레이터의 모든 것』 『영원히 사울 레이터등이 있으며, 그에 관한 다큐멘터리로 사울 레이터: 인 노 그레이트 허리가 있다.

 

마이클 파릴로(Michael Parillo)는 약 이십 년간 편집자이자 작가로 활동했으며, 현재 사울 레이터 재단의 부이사장이자 위원회장으로 있다. 사울 레이터의 모든 것』 『영원히 사울 레이터』 『여인들』 『내 방에서를 비롯한 레이터의 많은 책들을 편집했고 재단에서 기획한 단편영화 보는 것은 소홀해진 노력이다(Seeing Is a Neglected Enterprise)를 제작했다.

 

강수정(姜秀貞)은 연세대학교를 졸업하고 출판사와 잡지사에 근무했다. 현재 전문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옮긴 책으로는 여기, 우리가 만나는 곳』 『모비 딕』 『길버트 그레이프』 『마음을 치료하는 법등이 있으며, 영화에세이 한 줄도 좋다, 가족 영화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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