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이리갤러리움 송효섭 초대전(2021.3.5.-2021.3.21.) “문자의 기억”
수정 : 2021-02-24 04:13:11
[헤이리갤러리 ‘움’] 2021년 3월 전시 상세내역
송효섭 展 / Song, Hyosup / 宋孝燮 / painting
<문자의 기억>
2021.0305 - 2021.0321
헤이리갤러리 움 / Heyrigallery WOMB
1. 전시제목 및 초대의 글
헤이리갤러리움 송효섭 초대전(2021.3.5.-2021.3.21.)
“문자의 기억”
섹션1 문자의 考現學 modernology-文字드를 그리다
섹션2 포에시스×포에시스-詩畫를 그리다
<초대의 글>
문자와 시, 그리고 회화
문자와 그 문자로 쓰여진 시는 그 오래된 시간의 역사 만큼이나 두터운 갑옷을 입었다.
자본과 대중매체들이 장악해 버린 새로운 영토 싸움에서 갑옷을 입은 문자와 시와 맞서 전투를 벌인 가장 강력한 무기는 빠른 속도와 현란한 이미지들이다.
그 속수무책의 전투에서 한 때 세상의 지혜를 환히 밝혀준 문자와 시는 저무는 해처럼 마지막 숨결을 토해내며 수평선 너머로 저물어 간다.
이런 위기의 시대에 송효섭작가는 문자와 시를 다시 호명하여 우리에게로 불러 세운다.
작가는 기존의 규정화되고 봉합된 의미들을 풀어헤치고, 이를 감각적 형상으로 재구성된 영토인 사각의 평면 속에 구현 시키는데,
이는 문자와 시를 다시 무장시키고 새로운 전투를 예비하는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전쟁의 서막.
형상으로 구현된 문자와 시는 경계 너머 새로운 탈주의 선을 만들어 낼 것이다.
송효섭작가의 문자의 고현학과 포에시스×포에시스 전시가 기다려지는 이유다.
권 홍/헤이리갤러리움대표
● 전시명
“문자의 기억”
헤이리갤러리움 송효섭 초대전
▼ 전시일정
- 2021. 3. 5.(금) - 2021. 3. 21.(일)
- 관람시간 11시~18시, 월휴관, 무료관람
■ 오시는 길 (헤이리마을 7번 게이트)
헤이리갤러리 움 /Heyrigallery WOMB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 헤이리마을길 75 2층
2F, Heyrimaeul-gil75, Tanhyeon-myeon, Paju-si, Gyeonggi-do, Korea
Tel+82-2-2068-5561 / Fax+82-2-2068-5563
E-mail: gallerywomb@daum.net
2. 작가노트 및 작가프로필
<작가의 말>
천재적 조형예술가는 신비한 영감을 통해 자아를 직접 조형화한다. 그 신비를 동경하지만 그것을 완전히 신뢰하지 않는 나는 조형으로 가기 위한 다리를 조심스럽게 마련한다. 문자가 그것이다. 음성과는 달리 문자는 태생적 조형성을 갖기에 창조적 조형으로 나아가는 다리의 역할을 한다. 문자가 각인되면서 만들어진 수많은 기억의 파편들을 끌어 모아 새로운 조형들을 엮어본다. 조선 시대 문자도 형식을 빌려 현대의 문자드*를 그리는 것은 문자의 고현학적 탐구가 되겠다. 문자로 읽은 시를 통해 새로이 시를 조형화하는 것은 포에시스의 중첩적 확산이라 하겠다. 이런 실험을 통해 누구도 예기치 못한 신비한 의미들이 지평 너머에서 환하게 떠오르기를 기다려 본다.(송효섭)
*문자드: 조선 시대 문자도 형식을 차용하여 작가가 만든 문자도의 새로운 형식으로 ‘문자드로잉’의 줄임말.
<작가 소개>
송효섭은 평생을 문학, 신화학, 기호학 연구자로 살면서 그림을 그렸다. 『설화의기호학』 『신화의질서』 『뮈토세미오시스』등을 저술하였다. 민족미술인협회회원으로 2008년이래 ‘평화미술제’ ‘통일미술대전’ ‘조국의산하전’등 굵직한 기획전 과 단체전에 50여회 참여하였다. 그의 작품은 논밭예술학교, 영인문학관, 김수영문학관, 용산참사추모전시관, 우리은행등에 소장되어 있다.
송효섭 / 010-8289-5537 / oldalley@naver.com
3. 전시상세내용
섹션1 문자의 考現學modernology-文字드를 그리다
문자드 36점
제목: 安 漫 鬱 園 菌 仙 獨1 花 車 霽 開閉1,2 讀 難 非 村 壽2 學 墻 通 神 髮 倒 詩 哲 福 獨2 浮 童 禱 超 甲 食 嶺 憶 殼
재료: 종이에 혼합매체
크기: 20.8×14.8cm
연도: 2020
섹션2 포에시스×포에시스-詩畫를 그리다
시화 14점
1.백석, 선우사
송효섭_포에시스_백석膳友辭_캔버스에 아크릴릭_53.0×45.5cm_2020
낡은 나조반에 흰밥도 가재미도 나도 나와 앉어서
쓸쓸한 저녁을 맞는다
흰밥과 가재미와 나는
우리들은 그 무슨 이야기라도 다 할 것 같다
우리들은 서로 미덥고 정답고 그리고 서로 좋구나
우리들은 맑은 물밑 해정한 모래톱에서 하구 긴 날을 모래알만 혜이며 잔뼈가 굵은 탓이다
바람 좋은 한벌판에서 물닭이 소리를 들으며 단이슬 먹고 나이 들은 탓이다
외따른 산골에서 소리개 소리 배우며 다람쥐 동무하고 자라난 탓이다
우리들은 모두 욕심이 없어 희여졌다
착하디착해서 세괃은 가시 하나 손아귀 하나 없다
너무나 정갈해서 이렇게 파리했다
우리들은 가난해도 서럽지 않다
우리들은 외로워할 까닭도 없다
그리고 누구하나 부럽지도 않다
흰밥과 가재미와 나는
우리들이 같이 있으면
세상 같은 건 밖에 나도 좋을 것 같다
2.김수영, 서시
3.실비아 플라스, 거대한 조각상
4.에즈라 파운드, 지하철 정거장에서
송효섭_포에시스_에즈라파운드 지하철 정거장에서_캔버스에 아크릴릭_53.0×72.7cm_2020
군중 속의 이 허깨비 얼굴들:
축축한, 검은 가지에 매달린 꽃잎들 같구나
(송효섭 옮김)
5.진각 혜심, 息影庵銘
6.처용, 처용가
7. 김수영, 광야
송효섭_포에시스_김수영 광야_캔버스에 아크릴릭_100.0×80.3cm_2020
이제 나는 광야에 드러누워도
시대에 뒤떨어지지 않는 나를 발견하였다
시대의 지혜
너무나 많은 나침반이여
밤이 산등성이를 넘어내리는 새벽이면
모기의 피처럼
시인이 쏟고 죽을 오욕의 역사
그러나 오늘은 산보다도
그것은 나의 육체의 융기(隆起)
이제 나는 광야에 드러누워도
공동의 운명을 들을 수 있다
피로와 피로의 발언
시인이 황홀하는 시간보다도 더 맥없는 시간이 어디 있느냐
도피하는 친구들
양심도 가지고 가라 휴식도―
우리들은 다같이 산등성이를 내려가는 사람들
그러나 오늘은 산보다도
그것은 나의 육체의 융기
광야에 와서 어떻게 드러누울 줄을 알고 있는
나는 너무나도 악착스러운 몽상가
조잡한 천지여
깐디의 모방자여
여치의 나래 밑의 고단한 밤잠이녀
"시대에 뒤떨어지는 게 무서운 게 아니라
어떻게 뒤떨어지느냐가 무서운 것"이라는 죽음의 잠꼬대여
그러나 오늘은 산보다도
그것은 나의 육체의 융기
8.프레드리히 니체, 나의 독자에게
훌륭한 치아와 훌륭한 위,
이것을 나는 그대에게 바란다!
먼저 그대가 내 책을 잘 소화해야,
나와 뜻을 함께할 수 있으니!
(김재혁 옮김)
9.폴 엘뤼아르 자유
초등학교 시절 노트 위에
나의 책상과 나무 위에
모래 위에 눈 위에
나는 너의 이름을 쓴다
(중략)
욕망 없는 부재 위에
벌거벗은 고독 위에
죽음의 계단 위에
나는 너의 이름을 쓴다
되찾은 건강 위에
사라진 위험 위에
회상 없는 희망 위에
나는 너의 이름을 쓴다
그 한마디 말의 힘으로
나는 내 삶을 다시 시작한다
나는 태어났다 너를 알기 위해서
너의 이름을 부르기 위해서
자유여.
(오생근 옮김)
10. 기형도, 허수아비: 누가 빈 들을 지키는가
밤새 바람이 어지럽힌 벌판.
발톱까지 흰, 지난 여름의 새가 죽어 있다.
새벽을 거슬러 한 사내가 걸어온다.
얼음 같은 살결을 거두는 손.
사내의 어깨에 은빛 서리가 쌓인다.
빈 들에 차가운 촛불이 켜진다.
11. 프리드리히 니체, 펜으로 끼적이다
펜으로 끼적인다. 에라, 그딴 것 다 관둬라!
나는 이렇게 펜으로 끼적일 팔자인가?
나는 대담하게 잉크병을 움켜쥐고
잉크를 철철 흘리면서 쓴다.
아주 가득하게 아주 넓게 굴러간다!
내가 하는 대로 잘 되어가는구나!
글씨가 뚜렷하게 구분되지 않지만,
무슨 상관이랴? 내가 쓴 글을 누가 읽겠는가?
(김재혁 옮김)
12. 프리드리히 니체,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나의 목표를 향해 나의 길을 가련다. 나는 머뭇거리는 자와 게으른 자를 뛰어넘어 가리라. 나의 길이 그들에게는 몰락의 길이 되기를!
이것은 해가 그의 머리 위에 떠 있을 때 차라투스트라가 마음 속으로 한 말이었다. 그때 그는 이상한 생각이 들어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날카로운 새 울음소리가 들렸기 때문이다. 보라! 독수리 한 마리가 커다란 원을 그리며 하늘을 날고 있는 것 아닌가. 그런데 그 뱀은 독수리의 먹이가 아니라 친구인 듯 했다. 목을 감은 채, 의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그렇다.
“내 짐승들이다!” 차라투스트라는 그렇게 말하고는 진심으로 기뻐했다.
그리고 내가 더할 나위없이 사나운 말에 오를 때마다 나를 훌륭히 돕는 것이 있으니, 나의 창이 그것이다. 그 창은 항상 준비되어 있는 내 발의 하인이다.
내가 나의 적들을 향해 내던지는 창이여! 결국 내가 창을 던질 수 있게 되었으니, 내 적들이 얼마나 고마운가!
(정동호 옮김)
13. 존 던, 고별사: 슬퍼하지 말기를 바라며
점잖은 사람들이 조용히 죽어가며
자신의 영혼에게 가자고 속삭이듯이
한편 슬퍼하던 친구들 중
누구는 운명하나보다, 또 누구는 아닌가보다 할 때
우리는 태연히 소리 내지 말며
홍수 같은 눈물, 폭풍 같은 한숨 보이지 말아요.
속인들에게 우리의 사랑을 말하는 것은
우리의 기쁨을 모독하는 거예요.
지구의 움직임은 해로움과 공포를 가져다주고,
사람들은 그 피해가 무엇인지 알지요.
하지만 천체의 움직임은,
더 큰 움직임일지라도, 그저 순수할 뿐.
달빛 아래 바보 같은 연인들의 사랑은
(그들의 영혼은 오로지 관능뿐이어서)
서로의 부재를 받아들이지 못하나니,
이는 그 사랑을 이루고 있던 것들이 사라지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우리는 그토록 성숙한 사랑으로
우리조차 알지 못한 것,
마음을 서로 굳게 믿으니
눈과 입과 손을 못 본다 한들 근심할 것 없지요.
우리 둘의 영혼은 하나이니
내가 떠난다 한들 갈라지는 것이 아니라
퍼져 나갈 뿐.
공기처럼 얇게 펼친 금박(金箔)마냥.
만일 우리의 영혼이 둘이라면
그것은 단단히 붙어있는 콤파스의 두 다리.
당신의 영혼은 고정된 다리처럼 움직이는 기색도 없지만,
다른 다리가 움직이면 같이 움직이지요.
당신의 다리는 한 가운데 서서,
다른 다리가 멀리 배회할 때
몸을 기울여 그것에 귀 기울이고
그것이 제자리에 돌아오면 다시 그 몸을 일으키지요.
당신도 내게 그런 존재가 되어 주세요.
나는 비스듬히 달리는 다른 다리,
당신이 굳게 섬으로써, 나는 바른 동그라미를 그리고
내가 떠났던 곳으로 되돌아오게 되지요.
(송효섭 옮김)
14. 윤동주, 자화상
산모퉁이를 돌아 논가 외딴 우물을 홀로 찾아가선 가만히 들여다봅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습니다.
그리고 한 사나이가 있습니다.
어쩐지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가엾어집니다. 도로 가 들여다보니 사나이는 그대로 있습니다.
다시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그리워집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고 추억처럼 사나이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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