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행과 착오의 학교 ㉕ 왜 작심삼일일까?(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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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행과 착오의 학교
볼 시(視), 다닐 행(行), 어그러질 착(錯), 깨달을 오(悟)라고 해서 각자의 행동을 관찰하고 삶의 어그러진 곳을 깨닫기 위한 배움터라는 의미입니다. 생활하면서 발생하는 시행착오를 발판삼아 좀 더 건강한 삶을 만들어가는데 도움이 되는 글을 나누고자 합니다.
의지를 구체화하는데 효과적인 ‘걷기’
인공지능 알파고와 현존 바둑 최고수 이세돌과의 한 판 승부. 인류 역사상 가장 흥미로운 대결이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바둑만은 인간이 기계보다 앞설 것이라는 예측이 무색할 정도로 기계의 인공지능은 이미 인간의 지능을 심지어 큰 격차로 초월해버렸다. 애초에 불공정한 게임이었다는 견해도 있지만, 승부의 결과를 떠나 기계 또한 인간처럼 스스로 학습할 수 있고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은 이제 사실이자 상식이 됐다.
하지만 이것이 인간의 좌절이나 도태를 의미하지 않는다. 오히려 주관의 영역으로 분류됐던 창의성을 비롯한 인간의 사고(思考)능력이 객관적 알고리즘으로 규명되고 프로그래밍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열린 것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한 개인의 능력(ability)은 의지나 노력이 아니라 능력이 실행될 수 있는 인체시스템이 갖춰져 있느냐 없느냐에 달려있다는 것이다. 왜 항상 작심삼일일 수밖에 없는지에 대한 문제의식이 바로 이 부분에 맞닿아 있다.
지난 시간에는 올바른 의욕(시작)이 무엇인가에 대해 ‘갑(甲)’이라는 부호와 ‘담(膽)’이라는 신체기관으로 살펴봤다. 이번엔 앞서 냈던 의욕을 구체화시키는 작업, 구체적인 실행방안을 만들어내는 ‘을(乙)’과 이와 연관된 신체기관 ‘간(肝)’에 대해서 알아보자. 우선 을은 초목이 굽어 올라오는 모양을 본 뜬 것으로 담쟁이덩굴과도 같다. 장애물이 앞에 놓여 있어도 곁가지를 내어 제 갈 길을 찾는다. 이처럼 갑이라는 의욕은 다양한 방해요소에 노출되는데, 이 때 뜻을 훼절시키지 않으면서도 장애물을 지혜롭게 이용하는 모습이 을이다.
이런 상황에서 능력을 발휘하는 기관이 간(肝)이다. 동의학에서 간은 장군지관(將軍之官) 모려출언(謀慮出焉)이라고 하는데, 마치 바둑기사들이 수를 생각하듯이, 상황마다 전략(謀)과 전술(慮)을 내어 몸을 컨트롤한다. 특히 전신의 근육에 혈액을 쓰임에 따라 적절히 분배하는 역할을 한다. 한 가지 일에만 몰두하다 몸이 소진되듯이 극도의 피로감을 느끼는 것을 번아웃(burn-out)증후군이라고 하는데, 처음 하루 이틀은 열심히 하다가도 얼마 못가 지쳐서 하기 싫어지는 것도 번아웃증후군처럼 구체적인 실행계획이 없어 완급조절에 실패한 결과이다.
그래서 평소에 전신의 근육을 고르게 사용하는 것이 의지를 구체화하는 능력을 키우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 이 때 가장 효과적인 운동법이 바로 바르게 ‘걷기’이다. 걷기만큼 전신의 근육을 고르고 세밀하게 사용하는 운동은 없는데, 전체 근육의 80%를 사용한다. 생각을 거듭해도 풀리지 않던 고민이 산책하다 문득 해법이 떠오르는 것도 근육의 사용을 통해 간의 모려기능이 발휘되기 때문이다. 만일 의욕은 넘치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다면, 머리로 고민하지 말고 바른 자세로 뚜벅뚜벅 걸어보자. 유레카가 절로 외쳐질 것이다.
카페 방하 봄동 한의원 유창석 한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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