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행과 착오의 학교 ㉙ 왜 작심삼일일까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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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행과 착오의 학교
볼 시(視), 다닐 행(行), 어그러질 착(錯), 깨달을 오(悟)라고 해서 각자의 행동을 관찰하고 삶의 어그러진 곳을 깨닫기 위한 배움터라는 의미입니다. 생활하면서 발생하는 시행착오를 발판삼아 좀 더 건강한 삶을 만들어가는데 도움이 되는 글을 나누고자 합니다.
자신만의 확고한 ‘기준 설정’ 필요
2016년 고용동향에 따르면 2월 청년실업률이 12.5%(56만명)에 달했다고 한다. 예상보다는 다소 낮은 수치로 보일 수도 있지만 15~29세라는 나이 제한과 구직을 적극적으로 하고 있는 인구만 반영한 것이라고 볼 때 상당히 높다고 할 수 있다. 여기에 구직 자체를 포기한 청년층—니트족(NEET; 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 100만 명까지 포함한다면 실제 청년실업률은 발표된 수치보다 훨씬 더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추세에 따라 취업하고 싶은 직장도 시쳇말로 철밥통이라고 불리는 곳이 항상 1순위를 차지하고 있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청소년이 가장 선호하는 직장이 ‘국가기관’ 즉 공무원이라고 한다. 한창 미래를 꿈꾸기에도 시간이 모자랄 청소년들조차 적성과 관심사보다는 안정성을 좇아 인생을 설계하고 있는 것이다. 이미 대졸자의 절반이 각자 이수했던 전공에 상관없이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데, 채용인원은 응시인원에 비해 턱없이 적어서 시험에 합격하지 못하면 그대로 실업자가 되거나 인턴이나 알바 등의 비정규직에 전전할 수밖에 없다.
이렇듯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외부로부터 주어진 조건이나 환경에 어쩔 수없이 적응해야만 할 때 인체에서는 비장(脾臟)이 크게 상하게 된다. 동의학에서 비(脾)는 위(胃)를 통해 들어온 음식물을 소화효소로 분해하여 수분 형태로 전신에 공급하는 역할을 하는데, 이 때 몸의 상태에 따라 분해된 물질을 받아들일 것이냐, 그대로 몸 바깥으로 내보낼 것이냐를 비장이 주도적으로 결정한다. 만일 억지로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에 자주 노출되면 필요이상으로 흡수된 물질(濕)이 쌓여 몸이 점점 무거워지고 매사에 의욕이 없어지게 된다. 월요일 출근이 가장 괴로운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이 작심실현의 여섯 번째 단계인 기(己)이다. 기(己)는 문자 그대로 자기(自己)를 뜻하며 오행으로는 토(土)에 배속되어 토대(土臺)라는 의미도 있다. 비장이 음식물을 받아들일지 말지 스스로 판단하듯이, 자기 판단의 기준이 오롯하여 중심을 탄탄히 지키고 있는 모습을 나타낸다. 앞서 무(戊)에서 다양한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핵심이었다면, 기(己)에서는 관계를 지속·발달시키기 위한 자신만의 확고한 기준설정이 중요하다. 누구나 다 하니까 따라 하는 것이 아니라, 왜 하는지 자신만의 분명한 근거가 있어야 하는 것이다.
세계적으로 경기는 지속적으로 둔화되고 있고, 실업률도 계속 오르고 있다. 더 이상 국가나 대기업 등의 조직이 개인의 생존을 담보해줄 수 없다. 지난 그리스 사태만 보더라도 공무원 또한 안전한 직업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오로지 스스로 만들고 일으키는 ‘일’만이 각자의 생존을 보장할 수 있다. 바야흐로 이제는 직업이 아니라 ‘창업(start-up)’의 시절이 도래한 것이다. 비록 작더라도 자기가 일궈가는 일을 많은 사람들이 해나갈 때 개인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보다 건강하고 튼튼해질 것이다.
카페 방하 봄동 한의원 유창석 한의사
#4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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