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행과 착오의 학교 ㉜ 왜 작심삼일일까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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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행과 착오의 학교
볼 시(視), 다닐 행(行), 어그러질 착(錯), 깨달을 오(悟)라고 해서 각자의 행동을 관찰하고 삶의 어그러진 곳을 깨닫기 위한 배움터라는 의미입니다. 생활하면서 발생하는 시행착오를 발판삼아 좀 더 건강한 삶을 만들어가는데 도움이 되는 글을 나누고자 합니다.
작심삼일, 혹시 ‘방광’이 문제?
이슈가 이슈를 덮는 요즘, 뉴스를 보면 영화나 드라마보다 더 막나가고 더 잔혹한 각종 사건사고로 한가득이다. 아직도 인양되지 못한 채 실종된 학생들과 함께 바다에 잠겨 있는 세월호, 삼각김밥으로 끼니를 때우던 어느 청년 수리기사의 죽음, 외딴 섬에서 홀로 아이들을 가르치던 여교사 성폭행 사건 등등 결코 일어나지 않았어야 할 일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발생하고 있다. 천재지변이야 인간의 힘으로 어찌 해볼 수 없는 영역이라고 하지만, 충분히 예방할 수 있는 불행이 끊임없이 반복되는 데엔 서로 잘못을 전가하고 책임을 회피하려는 소아(小我)적 폭탄 돌리기가 자리 잡고 있다.
이러한 무책임함은 사회뿐만 아니라 개개인에게도 전염되는데, 여기서 비롯되는 것이 게으름이다. 마땅히 해야 함을 알고 있지만 정작 하려고 하면 귀찮아지고 다른 사람이 대신 해주면 좋겠다는 심리이다. 우리 몸에서도 오장육부가 각기 맡고 있는 직분이 있는데, 만일 어느 하나라도 제 역할을 하지 않고 책임을 전가하게 되면 사건사고가 발생한다. 그 중에서도 특히 가장 자질구레한 일을 도맡아 하는 방광(膀胱)에 많은 부담을 주게 된다.
방광은 소변을 저장했다가 배출하는 장기이다. 하지만 동의학에서는 전신의 진액을 저장했다가 기화(氣化) 작용을 통해 증류하여 혈맥(血脈)에 들어가 골수(骨髓)를 만드는 기능까지도 방광이 담당한다고 본다. 이 때 기화의 에너지원을 민화(民火)라 한다. 척추를 중심으로 인체 후면을 광범위하게 망라하는 족태양경(足太陽經)을 따라 전신에 골수를 공급하는데, 여기서 골수는 아세틸콜린과 같은 신경전달물질을 말한다. 그래서 방광이 건강하면 기본자세가 바르게 되고 컨디션이 좋아져 매사 적극적이고 거리낌이 없게 된다.
반대로 오장육부의 연계가 무너져 감정의 잉여가 쌓이고 진액이 탁해지면, 방광의 민화(民火)로는 감당할 수 없어 골수 부족으로 자세가 틀어지고 등이 구부정해지며 행동에 자신이 없고 소심하며 게을러진다. 즉 갈수록 많은 사람들이 의욕을 잃고 인생을 포기하는 것 또한 나약한 개인(民)만의 문제가 아니라 책임을 회피하고 전가하는 우리사회 전반의 문제인 것이다.
이 때 대안으로 제시되는 것이 작심실현의 아홉 번째인 임(壬)이다. 임(壬)은 곧 책임(責任)으로 앞서 신(辛/新)에서 자기 페이스를 잡았다면 이제는 개인의 반경을 넘어서서 사회로까지 반경을 넓혀야함을 말한다. 나만 똑똑하고 잘났다고 하지 말고, 나의 성공이 나만의 것이 아님을 깨달아 본인의 사회적 책무를 기꺼이 받아들일 때, 비로소 자신뿐만 아니라 모두가 삶의 양식으로 활용할 수 있는 작심(作心)이 완성될 수 있다.
카페 방하 봄동 한의원 유창석 한의사
#4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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