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행과 착오의 학교 ㉟ 인지사고행동 패턴이 체질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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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행과 착오의 학교
볼 시(視), 다닐 행(行), 어그러질 착(錯), 깨달을 오(悟)라고 해서 각자의 행동을 관찰하고 삶의 어그러진 곳을 깨닫기 위한 배움터라는 의미입니다. 생활하면서 발생하는 시행착오를 발판삼아 좀 더 건강한 삶을 만들어가는데 도움이 되는 글을 나누고자 합니다.
인지사고행동 패턴이 체질 결정
유전자의 정적인 위치가 아닌 동적인 변화를 중점으로 연구하는 학문인 후성유전학(後成遺傳學; epigenetics)에서는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유전자라도 본인이 어떠한 생활을 하느냐에 따라 좋게도 나쁘게도 바뀔 수 있다고 한다.
유전자는 히스톤이라는 단백질에 감겨 있는데 염기 중 하나인 시토신에 메틸기가 붙게 되면 히스톤이 변형되면서 유전자 발현을 억제하게 된다. 반대로 아세틸기가 붙게 되면 히스톤에서 유전자가 풀려 발현을 유도한다. 즉, 메틸화가 되는지 아세틸화가 되는지에 따라 유전자는 발현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는 것이다. 후성유전학에서는 이를 에피게놈(epigenome)이라 부르며 평소의 생활패턴—성격, 직업, 식습관, 수면, 생활환경 등에 따라 에피게놈의 작용도 달라진다고 한다.
그렇다면 우리가 흔히 고정불변이라고 생각하는 체질(體質)은 어떠할까? 마찬가지로 체질 또한 언제든지 변화가능하다. 사실 체질은 결과일 뿐 원인이 될 수 없다. 가장 잘 알려진 사상인(四象人)의 분류를 통해 이유를 살펴보자.
사상(四象)은 크게 태소(太少)와 음양(陰陽)으로 나뉜다. 태소(太少)는 평소 관심사가 무엇인지 즉, 어떤 것을 어떻게 인지하는지에 따라 구분된다. 태(太)는 자기 내면보다는 자신을 둘러싼 외부 환경에 더 많은 관심을 두는 것을, 소(少)는 반대로 바깥보다는 자기 자신에 더 집중하는 패턴을 의미한다. 음양(陰陽)은 행동패턴에 해당하는데, 인지한 바에 따라 적극적/직접적으로 바로 행동하면 양(陽), 소극적/간접적으로 행동하면 음(陰)으로 분류할 수 있다. 즉, 태소(太少)라는 인지영역과 음양(陰陽)이라는 행동패턴이 어떻게 연결되는지에 따라 사상인이 결정되는 것이다.
그래서 태양인(太陽人)은 세상 돌아가는 것에 많은 관심을 두고 그만큼 실제 행동으로 옮기는 추진력이 왕성하지만 뒷수습은 엉성한 사람으로 묘사되고, 태음인(太陰人)은 주변 상황을 꼼꼼히 파악하면서도 크게 내색하지 않은 약간 음흉한(?) 모습을 보인다. 소양인(少陽人)은 자기 결심이 서면 독하다 싶을 정도로 밀어붙이는 행동파의 이미지이고, 소음인(少陰人)은 자신의 생각을 신체의 움직임보다는 글이나 이미지 등 간접적인 방식으로 표현하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네 가지 유형은 하나의 기준점으로 상황에 따라서 얼마든지 자유롭게 쓸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자꾸 소극적이고 자기 생각에 갇히려고 할 때는 태양인처럼 넓은 시야와 행동반경을 가져야 하고, 목적 없이 반복되는 일상에 지칠 때는 소음인처럼 기준을 다시 설정해야 하며, 판단과 결정이 두려울 때는 소양인처럼 용기를 내고, 상황판단이 어려울 때는 태음인처럼 전체 맥락을 볼 줄 알아야 한다.
결국 사상인을 설정한 본뜻은 체질이라는 굴레에 얽매여 먹는 것, 입는 것, 생활하는 것을 제한하라는 것이 아니라, 사상인의 네 유형을 기준 삼아 보다 조건과 상황에 맞게 보다 자유롭게 생활하라는 것이다. 그랬을 때 비록 불완전한 몸(유전자)이라도 노력의 여하에 따라 충분히 건강한 몸으로 탈바꿈할 수 있다.
카페 방하 봄동 한의원 유창석 한의사
#4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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