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으로부터 시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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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으로부터 시작하자
경술국치일의 풍경
8월 29일. 경술국치일이다.
학교에서 '을사보호조약(乙巳保護條約)'과 '한일합방(韓日合邦)'이라 배운 이가 적지 않을 것이다. 강압에 의한 치욕적인 조약을 우리는 학교에서 ‘을사보호조약’이라 배우고 ‘합방’이라 배웠다. 일제하 목숨 바쳐 독립운동을 해온 선조들의 정신을 잃어버린 것이 아니었다면, 어찌 교과서에 ‘을사보호조약’이니, ‘한일합방’이니란 명칭이 실릴 수 있었겠는가? 아직도 친일청산을 하지 못했음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1910년 8월 29일, 강압에 의한 치욕의 조약으로 '을사륵약(乙巳勒約)'이라고 불러야 하고, 경술년(庚戌年)의 나라의 치욕이라는 '경술국치(庚戌國恥)'로 불려야 한다.
원주시는 8월 29일 경술국치일을 맞아 전 직원, 각 가정, 직장에 조기 게양을 했다. 2014년 1월 3일 제정된 '강원도 국기게양일 지정 등에 관한 조례'에서 국기게양일로 지정하여 시행해오고 있다. 나라잃은 치욕을 잊지 말자는 것이다.
‘건국 68주년’ 언급은 헌법정신 부정
8월 15일 광복절 기념행사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작년에 이어 다시 ‘건국 68주년’을 언급했다. 이 말에 의하면 우리나라 대한민국은 1948년에 만들어졌다는 것이 된다. 1948년은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된 것이지, 나라가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
헌법 전문은 이와 같이 밝히고 있다.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민주이념을 계승하고, 조국의 민주개혁과 평화적 통일의 사명에 입각하여...’ 헌법 전문조차 부정하는 건국절 언급이 왜 계속되는 것일까? 2003년, 2008년, 2014년 세 차례에 이어 또 건국절 법제화 법안을 발의하려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와 심재철 부의장까지 건국절 당위성을 주장하고 있다.
“왜 우리 스스로가 역사를 왜곡하면서까지 독립투쟁을 과소평가하고 국난 시 나라를 되찾고자 투쟁한 임시정부의 역사적 의의를 외면하는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는 미래가 없다고 그랬습니다...”
지난 8월 12일 청와대가 주최한 독립유공자 및 유족과의 오찬 자리에서 아흔을 넘긴 광복군 출신의 김영관 선생은 건국절 제정을 추진하는 일부의 주장과 대통령을 향해 거침 없이 진심이 담긴 충언을 했다. 그럼에도 3일후 박근혜 대통령은 ‘건국 68주년’이라 축사하며, 48년 이전의 역사를 부정하였다.
8월 29일, 수치스럽고 부끄러운 국치일 우리는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민족이 힘이 없어 외세에 짓밟힌 수치스런 강제병합당한 치욕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우리 파주도 원주처럼 조례를 제정하여 조기게양을 하고, 역사를 돌아볼 수 있으면 한다.
국민을 위한 나라는 헌법 정신과 역사정체성을 가질 때 가능하다
헌법 7조에는 ‘공무원은 국민전체에 대한 봉사자’라고 하고있다. 그러나 검사와 청와대를 배경으로 공무원이 개인의 영달을 위해 치부를 하고 있다. 더구나 그것을 눈감고 있다. 신분을 밝히지 않은 공무원이 경찰총장이 되니, 거짓말과 회피가 당연한 수단이 되었다. 국민을 위한다는 한전조차 영업이익이 11조3천억원(2015년)에 달하면서도 원가조차 공개하지 않는다. 이 한전 주식의 30%는 외국인 주주이다.
헌법 정신이 쓰레기통에 처박힌 시대이다. 우리 국민이 헌법을 모르니 쓰레기통에 버려도 조용한 것이다. 국민이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헌법 10조)’를 보장받으려면, 우리는 국치일 같은 아픈 역사를 제대로 되새겨야한다. 그리고 국민전체에 대한 봉사자를 그의 역사를 보며 뽑아야 한다. 말과 얼굴로 뽑지말고.
#4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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