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 책을 나누다] 꿈교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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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와 작가가 평화의 씨앗을 함께 심는 곳
▲평화를 품은집 평화도서관. 여기에 꿈교출판사가 함께하고 있다.
꿈교출판사는 이제 막 5년이 된, 주로 그림책을 만드는 작은 출판사이다.
경의선 종착역인 문산역에서 십여 분 정도 더 차를 타고, 구불구불한 시골길을 따라오다 보면 파평산과 마주보이는 밤곶이 마을 초입에 꿈교출판사가 보인다.
주위에 군부대가 많아, 훈련이 있는 날엔 좁은 도로에 넘칠 듯 탱크가 늘어서거나 총소리, 헬리콥터 소리가 들려오는, 감각적으로 ‘평화’를 고민하게 되는 그런 곳이다.
▲‘평화길찾기’ 시리즈 중 《나무 도장》 편집 회의.
자연과 사람, 사람과 사람이 더불어 사는 세상을 바라다
꿈교출판사에서 최근에 나온 책들 모두 평화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오키나와 전쟁의 비극 속에서 간절하게 평화를 노래한 《오키나와의 목소리》, 르완다 집단학살 속에서 평화와 교육의 씨앗을 뿌린 《르완다에 평화의 씨앗을》, 광주민주화항쟁을 겪은 탓에 트라우마를 지니고 평생을 살아온 아재의 이야기 《나는 아직도 아픕니다》 등….
꿈교출판사에서 ‘평화를 품은 책’이라는 브랜드를 등록해 전쟁이나 학살 등 무거운 주제를 다루는 것으로 ‘평화’의 메시지를 담은 책을 만드는 일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고, 어떤 분들은 아픈 역사를 누가 들추어 보고 싶겠냐고 하기도 한다. 그러나 꿈교출판사가 일관되게 가지고 있는 생각, 평화를 지키고 이루는 첫걸음은, 평화를 해쳤던 역사를 기억하는 데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닐까. 꼭 알아야 하지만 꺼내어지지 않은 아픈 이야기들을 ‘누군가’는 정리해 글로 그림으로 세상에 내어 놓아야 하지 않을까. 이는 매우 불편하고 힘겨운 일이지만 꼭 필요한 일임에 분명하다.
▲우리 현대사의 비극 제주4·3, 그 현장에서 살아남은 한 소녀의 이야기 《나무 도장》. ‘평화길찾기’ 시리즈. 권윤덕 지음 | 60쪽 | 16,800원
작가들과 평화로 가는 길을 함께 찾다
이런 마음으로 두 해 전부터, 우리의 아픈 역사를 돌아보며 그 아픔이 되풀이되지 않기를 바라는 작가들과 ‘평화길찾기’ 그림책 시리즈를 만들어, 달마다 모여 공부와 토론을 이어 가고 있다.
역사적인 사건을 다루는 만큼, 그림책다운 간결한 표현이 혹여 진실을 축소하거나 왜곡하지 않을까 경계하며 치열한 고민을 나누고 있다.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이 그림책 시리즈가 그저 과거를 들춰내어 고발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상생과 평화의 길을 함께 찾아가는 길동무 노릇을 해야 한다는 것일 테다.
그림책 《오키나와의 목소리》의 추천사를 써 주셨던 문정현 신부님의 말씀처럼 우리가 만드는 책들이 아이들 마음에 평화의 씨앗을 심어주리라 믿는다. 그리고 그 씨앗이 자라, 언제든 불의가 평화를 짓밟으려 할 때에 꽃망울처럼 터져, 평화를 지키는 한 그루 푸른 나무가 되기를 간절히 바라 본다.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가 일본 사회에서 최초로 ‘위안부’의 존재를 알린 배봉기 할머니의 일생을 담은 《빨간 기와집》, 가와다 후미코 지음 | 오근영 옮김 | 312쪽 | 14,800원
도서관 그리고 그림책을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가다
꿈교출판사는 평화 전문 도서관인 ‘평화를품은집 평화도서관’과 함께하고 있다. 황수경 대표님은 어린이 도서관 ‘꿈꾸는 교실’을 운영하다가, 아이들과 함께 읽고 싶은 책들을 직접 만들어보면 어떨까 생각하셨단다. 재미있으면서 삶의 철학이 녹아 있고 마음을 울릴 수 있는 그런 그림책을 꿈꾼 것이 꿈교출판사의 시작이었다.
이렇게 도서관을 곁에 둔만큼, 그림책과 아이들을 사랑하는 분들의 조언을 들을 수 있는 기회가 많다. 그림책을 사랑하는 분들과 항상 가까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 없이 다른 출판사와 구별되는 우리 출판사의 장점일 게다. 책과 아이들을 사랑하는 선생님들, 그리고 도서관과 출판사가 함께 가며 무엇을 또 같이 할 수 있을지 생각하는 진지한 마음들은 앞으로도 어떤 좋은 책을 가지고 어떻게 독자와 만날 수 있을지, 즐겁게 무언가를 만들어내려고 하지 않을까, 많은 분들이 관심을 주시길 기대해 본다.
(문의 031-953-1628)
꿈교출판사 박소현(편집부)
꿈교출판사의 '평화 징검돌' 시리즈
어린이들과 함께 평화를 바라는 마음을 나누고, 평화를 이끌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고자 기획한 그림책 시리즈이다. 평화로 가는 작은 징검돌을 놓듯 한 권 한 권 정성껏 펴내고 있다.
▲평화징검돌 01
오키나와의 목소리
마루키 도시·마루키 이리 지음┃신명직 옮김 | 48쪽 | 값 14,800원
▲평화징검돌 02
르완다에 평화의 씨앗을
나카지 후키코 지음┃황진희 옮김 | 32쪽 | 값 14,800원
▲평화징검돌 03
나는 아직도 아픕니다
최유정 글 | 이홍원 그림┃56쪽 | 값 19,800원
▲평화징검돌 04 <2016 아침독서 추천도서>
전쟁을 평화로 바꾸는 방법
루이즈 암스트롱 글 | 서현 그림┃32쪽 | 값 12,000원
▲평화징검돌 05
바르샤바 게토의 마지막 공연
아담 야로미르 글 | 가브리엘라 치호프스키 그림┃박종대 옮김 | 124쪽 | 값 122,000원
#3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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