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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 책을 나누다 - 창비 출판사

입력 : 2016-10-31 15:20:00
수정 : 0000-00-00 00:00:00

 

문명의 보물을 만나다

 

분단시대의 불운한 천재, 문명교류학의 세계적 권위자 정수일의 

『문명의 보고 라틴아메리카를 가다 1·2』

 


올해로 『창작과비평』 창간 50주년을 맞으며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한 창비출판사는 문학과 인문, 청소년과 어린이 등에서 좋은 책을 소개하기 위해 여전히 분주하다. 오늘 소개할 책은 ‘정수일의 세계문명기행’ 그 첫 번째 편인 『문명의 보고 라틴아메리카를 가다 1·2』이다.


이스터 섬

 

이 책의 저자 정수일은 1934년 만주 출생으로 지금은 세계적 문명교류학자로서 한국문명교류연구소의 소장을 맡고 있다. 그의 이름은 곧장 1990년대를 뒤흔든 간첩사건 ‘깐수’와도 연관된다. 이번 글에서는 그의 드라마 같았던 인생역정을 길게 되짚어보진 않으려 한다. 다만 베이징대 동방학부 수석졸업, 이집트 카이로 대학의 중국 국비 장학생 1호, 아랍어를 비롯하여 총 11개국 언어에 능통한 이 천재 학자가 왜 자신의 “부와 명예를 거머쥘 수 있는 가도를 주저없이 후회없이 단념”하고 한반도로 발걸음을 되돌려 거기서 연구생활을 시작했는지에 대해서는 나중에 언젠가는 깊이 되새겨볼 필요가 있겠다. (한편의 소설 같은 정수일의 일생은 그의 옥중서신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다』에서 확인할 수 있다.)


깐꾼의 세노떼(기우제 의식)

 

『문명의 보고 라틴아메리카를 가다 1·2』는 80여일간 중남미 20개국 51개 지역을 기행하고 기록한 글이다. 아시아와 유럽 간 교역의 육상 루트로만 여겨져온 실크로드의 개념을 전지구적으로 확장해야 한다는 획기적이며 논쟁적인 발상을 확인할 수 있는 책이다. 흔히 ‘실크로드’라고 하면 유럽과 아시아에 걸친 육로와 초원로를 떠올린다. 그러나 문명교류의 통로, 실크로드는 ‘구대륙’에만 한정되지 않았으며 16세기 초부터 해로를 통해 ‘신대륙’ 즉 아메리카로 뻗어나갔다. 저자는 라틴아메리카 답사를 통해 해상실크로드가 지구의 동반구와 서반구, 북반구와 남반구를 잇는 ‘환지구적 교통로’로서 역할을 했다는 결론에 이른다. 실크로드의 범위를 유럽과 아시아, 즉 구대륙에만 국한시켜온 기존 학계의 통념에 던지는 도전장에 다름 아니다. 단지 학술적 의미를 떠나 정수일의 한국어 문장 구사에서 우리말의 힘과 재미를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다채로운 문명의 보물들이 펼쳐지니, 다들 이 책을 펼치시길!


멕시코 '태양의 피라미드'



마추픽추 다랑이밭


 

글 박대우(창비 인문사회출판부) · 사진 정수일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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