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 나눔 예술 극장 - 영화 '귀향' 관객응원 이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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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는 인간이 아니다. 황군의 암캐다.”
▲끌려가는 날(김순덕 할머니 그림 / 17세 되던 해 간호사를 모집한다는 말에 속아 끌려갔다)
길림성 어디쯤 황군의 연병장. 도망치다 들킨 소녀를 발가벗긴 채 류스케 중위가 소리친다. 공모자가 나오지 않으면 너희는 곧 죽을 거라도. 우리는 인간을 죽이는 가책 따위 없이 너희를 죽일 수 있다고. 왜냐면 너희는 암캐이니까. 엎드려 우리의 정액을 받는 ‘가축’이니까.
국가가 거대한 폭력집단임을 드러내는 전쟁. 그 거대한 폭력에 희생당한 소녀의 이야기는 불편하지만 기억해야 한다. 현재 개봉 중인 영화 ‘귀향’의 스포일러를 피하고자 영화 속 명대사로 논평을 대신한다.
“남는다고? 그래 찍자.”
수십 년 만에 비로소 고향을 찾은 할머니는 마을 앞 나무도 안 보이고 땅의 모습도 다 변해버려 황망함에 길을 잃었다. 사진 찍자고 조르는 아이도 귀찮을 때 그 아이의 말이 귀를 때린다. “할머니 그래도 찍어요. 남는 건 사진밖에 없다잖아요.” 감독은 할머니의 입을 빌려 말한다. “남는다고...? 그래 찍자. 찍어서 남기자.”
“그래, 그 미친 할망구 여기 있다.”
‘정신대 할머니 피해 접수창구’(일본 정부는 진실을 가리기 위해 ‘정신대’라는 용어를 썼고 한국 정부도 그 용어를 사용한 적이 있다). 머뭇거리다 돌아서는 할머니의 등 뒤로 접수창구의 직원끼리 걱정한다. “피해 접수 실적이 없어 걱정이야. 우리 관할에는 없겠지. 누가 미쳤다고 그걸 와서 신고하겠어.” 할머니가 돌아서 울면서 외쳤다. 내가 그 미친 할망구라고. 관객들은 다 안다. 미친 건 끌려간 소녀가 아니고 그들의 아픔을 쉬쉬했던 우리의 역사였다는 걸.
▲나눔의 집 할머니들이 그린 그림. 위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끌려가는 날'故김순덕 할머니, '책임자를 처벌하라', '빼앗긴 순정' 강덕경 할머니 / Ⓒ나눔의집 '일본군 위안부 기념관' 제공
불편해도 추천하고 싶은 영화. 점유율 1위, 120만 관객 넘어
이 영화는 새롭지 않다. 캐릭터도 미장센도 플롯도 단순하다. 게다가 불편하기까지 하다. 위안부 얘기, 다 아는 얘기, 왜 또 강요하냐 싶다. 불편해서 힘들다. 그래도 보고 기억하자. 기억한 얘길 우리 아이들에게 전해주자. 다시는 인류사에 남을 이 끔찍한 범죄가 되풀이되지 않게.
유일한 스포일러를 전한다. 영화의 마지막에 참으로 아름다운 아리랑이 흘러나온다. 그때 카메라는 나비와 같이 유영하며 두물머리 위로 떠오른다. 저 멀리 백두대간 어디쯤까지 훨훨. 힘든 영화를 참고 봐준 관객들에게 주는 감독의 선물이다.
영화가 할머니의 입을 빌려 전한 말을 따다 응원해본다. “그래 보자. 보고 기억하자.”
글 정용준 기사 / 사진 나눔의 집 ‘일분군 위안부 역사관’ 제공
#3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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