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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 나눔 예술 극장 - 자전거 탄 소년

입력 : 2016-06-21 21:56:00
수정 : 0000-00-00 00:00:00

자전거 탄 소년

날 버린 세상을 환하게 비춘 한 줄기 빛

 

▲자전거 탄 소년(2011) / 장-피에르 다르덴, 뤽 다르덴 / 출연: 토마 도레, 세실 드 프랑스 / 87분  Ⓒ(주)티캐스트

 

소년이 있다. 아빠가 한 달만 보육원에 있으라고 분명히 약속했는데 찾아오지 않는다. 뭔가 잘못된 게 틀림없다. 아빠를 찾으러 가자. 그런데 보육원 선생님들은 내 말을 믿지 않는다. 아빠의 핸드폰 번호가 바뀌었다. 이상하다. 아빠를 만나야 한다. 분명히 아빠는 나를 기다리고 있을 거다. 

 

다르덴 형제의 전작들처럼 이 영화에는 음악이 없다. 그리고 핸드헬드 기법으로 촬영된 피사체들은 시종일관 스크린을 유영하듯 흔들린다. 다른덴 형제가 음악을 사용하지 않는 이유는, 핸드헬드 기법을 고수하는 이유는 내 생각에는 영화 감상 체험이 세상의 체험이 되길 원하기 때문이다. 음악은 추격신을 더 긴박하게 ‘느껴지게’ 하고 이별 장면은 더 슬프게 ‘느껴지도록’ 한다. 그러나 세상에는 배경음악이 없다. 분명 20년 전 군대에 가던 날 김광석의 이등병의 편지는 흘러나오지 않았다. 세상은 어때야 할까. 빅뱅 이후 시간과 공간이 생기고 38만 년이 지나 빛이 생긴 이래 세상은 그냥 흘러왔다. 아무 음악 없이. ‘영화를 보는 것이 세상을 외면하는 행위가 되면 안 되려면 모든 영화에는 음악이 없어야 한다’ 라고 다르덴 형제는 말하는 듯하다.

 

다르덴 형제에 관한 재밌는 오해는 핸드헬드 기법 때문인데, 마치 관객들은 이 모든 장면이 즉흥 연기기법에 의해 만들어진 것으로 착각할 법하다. 그러나 다르덴 형제는 줄자를 가지고 다니며 이동선을 바닥에 그려서 정해진 대로 연기할 것을 주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영화를 만들되 거짓 체험이 되지 않기를 원하지만, 정작 그 영화는 결코 우연이 끼어들 소지 없이 만드는 영화 장인. 그게 내가 아는 다르덴 형제이다.
 

아 그 소년이 어떻게 되었냐고? 아빠에게 더는 찾아오지 말란 말을 듣던 날 손톱으로 얼굴을 긁고 차 유리에 머리를 부딪치며 자해하던 그 아이는, 세상을 환하게 비춘 한 줄기 빛 그녀를 만났다. 그 아름다운 얘기를 확인해보고 싶은 독자는 롯데아울렛 건너편 영상도서관을 찾아가길 바란다.
 

 

 

글 정용준 기자. 사진 (주)티캐스트 제공

 

 

 

#4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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