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에 깃든 생명들 날 좀 봐요, 봐요! ⑥ 너도바람꽃 (Eranthis stellata Max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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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바람에게 전하는 말”
간간히 봄을 시샘하는 꽃샘추위가 찾아오지만, 이즈음 한낮의 따스한 바람은 봄을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입니다. 남쪽지방에서는 진작 꽃 소식이 들려오는데, 봄과 함께 찾아와야하는 파주의 꽃 소식은 다른 지역에 비해 더디기만 합니다.
파주 숲속에서 가장 먼저 피는 너도바람꽃
파주에는 어떤 봄꽃이 있을까요? 지난 호에 소개되었던 처녀치마를 비롯해, 너도바람꽃, 노루귀, 왜현호색, 산괴불주머니 같은 식물의 꽃은 비교적 파주에서 이르게 꽃을 만날 수 있는 식물입니다. 이 중 너도바람꽃은 3월 초부터 꽃이 관찰 가능한 식물로 파주의 숲속 식물 중에서는 가장 먼저 꽃을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작은 흰꽃이 얼핏 새똥처럼 보일 수도 있겠습니다.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말은 식물을 위한 말인 것 같습니다. 새똥 같이 꽃이 한번 보이기 시작하면 어느 틈에 주변은 꽃밭이 되어 있으니까요.
너도바람꽃이 속해 있는 미나리아재비과 식물은 대게 꽃잎과 꽃받침의 구분이 모호합니다. 꽃잎으로 보이는 부분은 꽃받침에 해당하는 부분으로 꽃잎과 꽃받침이 나뉘어 있지 않습니다. 이것을 꽃받침조각이라 부르는데, 연꽃이나 목련의 꽃도 이런 경우에 해당합니다. 이는 비교적 원시적인 식물의 특성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너도바람꽃속의 너도바람꽃과 변산바람꽃은 꽃잎이 나뉘어 있는데, 꽃밥처럼 붙어 있는 노란 부분(변산바람꽃은 끝이 노랗고 아랫부분이 녹색)이 꽃잎에 해당합니다. 그래서 너도바람꽃속의 식물은 다른 미나리아재비과 식물에 비해 조금 더 진화한 식물로 알려져 있습니다.
복수초와 노루귀는 꽃이 잎보다 먼저
너도바람꽃을 비롯해서 복수초, 노루귀 등은 꽃이 잎보다 먼저 올라오는 식물입니다. 꽃이 잎보다 먼저 올라올 수 있는 것은 여러해살이 풀이기에 가능한 일이죠. 겨울에는 구근에 양분을 저장합니다.
녹음이 짙어지는 여름이 되면 숲의 아랫부분은 햇빛을 받기가 어렵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나무에 비해 크기가 작은 풀은 숲이 우거지기 전에 꽃을 피워 열매를 맺는 것이 유리합니다. 한편으로는 이른 시기의 봄은 꽃가루받이를 도와주는 곤충이 많지 않아, 봄의 숲 꽃은 곤충을 유혹하기 위해 더 화려해 질 수 밖에 없습니다. 숲이 우거지기 전까지의 봄은 이렇게 화려한 꽃들이 짧은 주기로 피고지고를 반복합니다.
바람꽃의 이름 유래 역시 그러한 뜻을 품고 있습니다. 아프로디테와 관련한 그리스 신화의 이야기로 봄바람을 타고 피었다가 바람(Anemos)을 타고 져버리는 의미의 꽃, 아네모네(Anemone)에서 유래합니다.
예민의 노래 ‘꽃이 바람에게 전하는 말’에서 나오는 가사처럼 심한 바람으로 꽃이 떨어지기 전에 가족과 함께 숲길 봄꽃 나들이는 어떨까요? 지금 감악산 인근 퇴골 둘레길에 너도바람꽃이 피어 있습니다.
식물소개꾼 김 경 훈
자연환경연구소 식물상 조사원/세명대학교 대학원
#3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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