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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에 깃든 생명들 날 좀 봐요, 봐요! ⑨ 황복

입력 : 2016-05-13 11:5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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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강과 황복을 지켜요!

 

림진강 맑은 물은 흘러 흘러 내리고 / 뭇새들 자유로이 넘나들며 날건만 /

내 고향 남쪽 땅 가고파도 못가니 / 림진강 흐름아 원한 싣고 흐르느냐 /

강건너 갈밭에선 갈새만 슬피울고 / 메마른 들판에선 풀뿌리를 캐건만 /

협동벌 이삭마다 물결우에 춤추니 / 림진강 흐름을 가르지는 못하리라 /

<림진강> 작사 박세영, 작곡 고종환, 1957년 작

 

거의 10년 전에 일본 영화 <박치기>에 나온 ‘림진강’ 노래를 처음 들었다. 재일 조선인들의 삶을 다룬 이 영화에서 주제곡으로 깔려 큰 감동을 주었다. 노래를 들으며 새삼 임진강이라는 세 글자가 담고 있는 아픈 상징을 가슴속에 깊이 느꼈다. 나중에 원곡을 들었는데 1957년에 북한에서 지었다고 한다.

 

10년 전, 그때 출판사에서 민물고기 세밀화 도감 편집을 맡아 개발하던 초기였는데, 임진강과 이 강으로 흘러드는 문산천, 사미천에 사는 물고기를 채집하고 취재하러 다녔다. 임진강 어부들이 물고기를 공동으로 출하하는 파주어촌계와 연천어촌계에 자주 들러 물고기도 찾고, 어부들에게 물고기에 대한 소중한 얘기를 들었다. 민물고기 매운탕집도 취재처였는데, 연천에 있는 장남매운탕도 임진강 어부가 운영하는 유명한 곳이다.

 

 

장남매운탕에서 2006년 5월 16일에 황복을 처음 만났다. 아주 묘한 느낌이었다. 배가 불룩하고 입술이 두툼하니 귀엽기도 하고 어찌 보면 얼뜨기 같았다. 너른 강에 살다가 수족관 신세가 되어 죽을 참인데 아무 것도 모른다는 듯 짧은 지느러미로 유유히 헤엄치는 모습이 무언가 초탈한 듯도 보였다. 땡글한 눈이 커서 슬픈 기색도 돌았고, 황금빛 굵은 줄이 배에 있어서 고상하기도 했다. 이런 황복은 뱃속에 맹독을 가지고 있다. 수컷 정소와 암컷 난소에 독이 많다. 복어들은 간, 내장, 눈알, 피부에도 독이 있어서 요리할 때 독을 완전히 제거해야 한다. 독이 있어도 맛이 좋아 사람들이 즐겨 먹었다. 목숨을 담보하고 먹는 아찔한 맛이랄까! 그래서인지 예부터 지금까지 수많은 사람들이 황복 맛에 빠져 글을 남기고 있다.

 

황복은 4~5월에 바닷물이 들어오지 않는 곳까지 강을 거슬러 올라와 자갈이 깔린 여울에 알을 낳는다. 이 때가 황복 잡는 철이다. 알에서 깨어난 새끼는 바다에 내려가서 자란다. 알을 낳은 어미도 바다로 내려간다. 주로 강바닥에 사는 게, 새우 같은 갑각류를 먹고 어린 물고기와 물고기의 알도 먹고 산다. 봄에 강으로 올라와서는 참게를 잡아먹는다. 황복도 다른 복어들처럼 위험을 느끼면 배를 빵빵하게 부풀린다. 물속에서 물을 들이 마시고, 물 밖에서는 아가미구멍으로 공기를 마셔 배를 부풀린다.

 

섬진강이 은어와 재첩으로 널리 알려진 것처럼, 임진강은 황복과 참게가 유명하다. 황복은 우리나라에서 임진강과 한강 하구에서만 잡히고 있다. 옛날에는 금강에서도 황복을 잡았는데, 금강은 하구를 둑으로 막아서 바다와 강을 오가며 사는 물고기들이 줄었고, 강으로 올라와 알을 낳는 황복은 사라졌다. 임진강 황복도 남획과 수질 오염으로 줄어들어 아주 귀해졌다. 임진강 어부들은 10여 년 전부터 황복이 사라지지 않도록, 황복 알을 부화하고 치어를 키워 강에 방류하며 개체를 늘리고 있다.

 

황복이 임진강과 한강에 아직 살 수 있는 것은 하구가 열려있기 때문이다. 이 두 강은 파주 교하에서 얼싸안듯이 만나서 강화도를 끼고 도도히 흐른다. 서해 다다라서는 예성강도 만난다. 한강 하구를 둑으로 막지 않은 것이 휴전선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황복처럼 강과 바다를 오가는 물고기들에게는 천만다행이다. 몇 년 전부터 국토부가 임진강준설사업을 추진하면서, 홍수 예방 목적이라는 허위 명분을 내세우고, 환경영향평가서를 조작하는 일도 서슴없이 벌이며 파주 시민들을 기만하고 있다. 임진강 주변 비옥한 논에서 농사짓는 농민들, 강을 삶터로 삼아 살아가는 어부들, 강에서 살아가는 수많은 생명들의 터전은 안중에도 없다. 임진강을 준설사업으로부터 꼭 지키고, 임진강에서 황복도 천년만년 대를 이어 살아가도록 하면 좋겠다.

 

 

 

어류소개꾼 이 상 민

출판사에서 도감, 자연생태에 관한 어린이 책과 동화책을 편집했습니다. 파주생태문화교육원 기획팀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4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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