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많던 반딧불이는 어디로 갔을까?

6월초 늦은 밤, 잠자리채와 카메라를 챙겨들고 파평 두포리로 향했다. 가파른 언덕길에서 숲옆으로 냇물이 흐르고 길 아래에는 묵밭에 잡풀이 무성하다. 밭 가장자리로 냇물과 수로는 비도 넉넉히 내려 물이 졸졸 흐르는 곳인데 차에서 내리자마자 반짝반짝 빛을 내며 반딧불이 한 마리가 환영을 해준다. 나를 싣고온 택시기사도 “와 정말 반딧불이가 있네요~”하며 환호한다.

한 마리, 두 마리 불빛을 신호로 열 마리, 스무 마리 점점 많은 불빛이 반짝거리더니 어느 순간부터 마치 보석을 박아놓은 듯 넓은 묵밭 전체가 반짝이는 불빛의 향연이 펼쳐진다. 운문산반딧불이와 애반딧불이가 짝꿍을 찾아 결혼을 하기 위해 파티를 벌이고 있는 현장이다.

화려한 불꽃축제 운문산반딧불이

잠자리채를 휘둘러 몇 마리 잡아 반딧불이 사진을 찍고 루뻬(확대경)으로 자세히 보니 운문산반딧불이(파파리반딧불이)다. 처음 보고 도깨비불인 줄 알고 깜짝놀랐다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우리나라 반딧불이 중 가장 화려한 불빛을 내는 녀석이다. 깜박이며 날아다니는 운문산반딧불이는 모두 숫컷이다. 암컷은 속 날개가 퇴화하여 날지 못하고 풀숲이나 나무에서 불빛으로 화답해 숫컷을 부른다.

흔히 모든 반딧불이가 애벌레가 물속에서 다슬기를 먹고 사는 줄 잘못 알고 있다. 하지만 애반딧불이만 애벌레가 물속에서 산다. 크기가 작아서 ‘애반딧불이’라 이름 붙였는데, 이 녀석도 논과 주변 농수로를 좋아하기 때문에 흐르는 물에 사는 다슬기를 선호할리도 없다. 운문산반딧불이와 가을에 나오는 늦반딧불이는 육상곤충이다.

어쨌든 파평에서 운문산반딧불이의 향연을 본 이후 일주일동안 매일 밤 주변에 반딧불이가 살만한 곳을 찾아 다녔다. 여러곳 반딧불이가 사는 곳을 찾았지만 ‘애반딧불이’가 사는 곳을 올해 파주에서는 확인하지 못했다. 너무 흔해서 귀한 줄 모르는 ‘애반딧불이’, 애반딧불이의 자연서식지를 찾지 못해 너무 안타깝다.

너무나 흔한, 그러나 자연서식지를 잃어버린 애반딧불이

6월 초면 전국 곳곳에서 ‘반딧불이축제’를 한다. 대표적인 곳이 무주. 무주에는 반딧불이 서식지를 천연기념물 322호로 지정한 곳도 있다. 문제는 대부분의 반딧불이 축제는 ‘애반딧불이 축제’인데, 인공사육한 반딧불이를 갖고 축제를 한다. 얼마의 돈을 내면 몇 마리씩 나눠주고 날려보기 체험을 하는 곳도 있고 암실 유리상자속에 애반딧불이를 넣고 그 속에 들어가 반딧불이불빛을 보는 곳도 있다.

그런데 정작 자연속에서는 애반딧불이를 찾는 것이 운문산반딧불이나 늦반딧불이보다 어렵다. 그 까닭은 단순하다. 밤에 불빛을 내며 활동하는 반딧불이는 모두 우선 인공빛, 즉 전기불이 없어야 한다. 애반딧불이는 농수로, 논둑의 습한 곳에 알을 낳는다. 알은 부화하자마자 본능처럼 근처의 물속으로 들어가 애벌레 시절을 보낸다. 물달팽이는 애반딧불이 애벌레의 맛있는 식사. 그렇게 물속에서 1~5령까지 보내고 나면 육지(논둑)로 다시 올라와 축축한 흙속으로 들어가 고치방을 만들고 번데기 생활을 보낸 후 비로소 어른이 된다. 그런데 논에 농약이 들어가면 애벌레가 살 수 없다. 농수로(하천제방)를 시멘트로 발라놓았으니 애벌레가 올라와도 고치방을 만들러 들어갈 흙이 없다. 어렵게 어른이 되어도, 이번엔 사방에 전기불이 대낮 같다. 이것이 애반딧불이를 찾기 힘든 이유이다.

몇 년전 남양주 친환경영농지역에 곤충조사를 갔던 적이 있다. 늦은 밤 논과 농수로 사이의 낮은 논둑으로 내려갔다. 그리고 황홀경에 빠졌다. 논둑 전체에 작은 보석을 뿌려놓은 것처럼 반짝이고 있었다. 파주에서는 재작년 월롱면 위전리 논에서 수원청개구리를 조사를 하는 도중 한 마리 애반딧불이 불빛을 보았다. 인공사육한 애반딧불이를 날리는 것이 아니라 모내기철 파주의 논둑길에서 애반딧불이와 아이들과 함께 축제를 한판벌이고 싶다.

이제 운문산반딧불이와 애반딧불이의 결혼식 불꽃축제는 끝나간다. 가을 늦반딧불이의 결혼식을 기다려야겠다.

파주에 사는 반딧불이

“깨끗한 물을 돌려줘요” 애반딧불이

(딱정벌레목 반딧불이과, Luciola lateralis Motshulsky)

같은 종 두 이름을 가진 운문산반딧불이

(딱정벌레목 반딧불이과, Luciola unmunsana Doi, 파파리반딧불이와 같은 종)

가을밤 초저녁을 수놓는 늦반딧불이

(딱정벌레목 반딧불이과, Lychnuris rufa (Olivier))

불빛을 포기하고 낮에 활동하는 꽃반딧불이

(딱정벌레목 반딧불이과, Lucidina kotbandia)

노현기

곤충과 양서, 파충류 소개꾼 

임진강지키기 파주시민대책위 집행위원장

#43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