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에 깃든 생명들 날 좀 봐요, 봐요! ⑬ 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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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이향 나는 임진강 은어!
2004년 9월 3일 연천에 있는 장남매운탕에서 은어를 처음 만났다. 그 날은 파주 어촌계와 장남매운탕을 들렀고, 임진강의 중요한 지류인 사미천에서 물고기를 직접 잡았다. 취재 기록을 보니 파주어촌계에서 끄리(어린 것), 꺽정이, 중고기(암컷), 참중고기를 봤고, 장남매운탕에서 대농갱이(죽었음), 동자개, 은어, 쏘가리, 두우쟁이(죽은 것), 중고기(수컷, 죽은 것), 사미천에서 줄납자루, 납지리(암컷, 수컷), 모래무지, 퉁가리, 돌고기를 잡았다.
임진강 은어는 4월 곡우때 강으로 올라온다
장남매운탕은 부부가 운영하는 집으로 남편이 임진강에서 직접 물고기를 잡는 어부다. 접시에 죽은 은어를 담아서 보여 주었다. 잡은 지 하루 이틀 된 것이라고 했다. 코 끝을 스치며 은은한 풀 냄새가 났다. 비린내는 거의 안 났다. 은어는 회를 떠 놓으면 수박향이나 오이향이 난다고 하는데, 수박의 달콤한 과육 향이 아니고, 껍질 부분의 냄새에 가까웠다. 은어가 오이향이 나는 것은 돌말을 먹기 때문이다. 은어 입이 아주 큰데 아가미 쪽으로 길게 있고 입턱이 딱딱하며 이빨이 빗살모양으로 나있다. 물 속에서 헤엄을 치다가 몸을 뉘여 넓적한 입으로 돌말을 훑어 먹는다. 맑은 물에서 살면서 돌말을 먹으니 알싸한 냄새가 나는 것이다. 회로 먹기도 하고 구이나 찜으로 요리해 먹는다.
장남매운탕집 사장님은 은어를 가을에 강하구로 내려가는 길에 잡은 거라고 했다. 임진강 은어는 4월 곡우 때 강으로 올라온다. 물이 맑아야 사는데, 임진강에 많고 금강에는 없고 한강에 조금 있다. 은어가 강여울에 다다르면 큼지막한 바윗돌 밑에 먹자리를 잡는다. 먹이 욕심이 많아 둘레에 다른 은어가 들어오면 돌 밑에서 뛰쳐나와 얼씬도 못 하게 쫓아낸다.
사람들은 이 텃세 부리는 성질을 이용해서 은어 놀림낚시를 한다. 은어낚시 미끼는 은어다. 미끼로 쓰는 은어는 ‘씨은어’라고 한다. 씨은어는 물속에서 잘 헤엄치도록 코와 배를 꿴다. 은어가 돌말을 훑어 먹은 흔적이 있는 큰 돌 가에 던지면, 은어가 자기 영역에 들어온 놈을 쫓아내려고 덤비다가 낚시 바늘에 걸린다.
알에서 깨어난 새끼는 바다로 내려가 겨울을 난다
은어는 1년을 산다. 바다빙어목 바다빙어과로 연어처럼 ‘회귀성 어류’다. 9~10월에 알을 낳으러 강어귀로 내려간다. 암컷 한 마리에 수컷 여러 마리가 붙어서 물살이 센 여울에서 자갈이 깔린 모래 바닥을 파며 알을 낳는다. 여기저기에 여러 번에 걸쳐서 알을 낳는다. 암컷은 알을 1~7만개까지 낳는다. 짝짓기를 마친 어미는 모두 죽는다. 알에서 깨어난 새끼는 바다로 내려가 겨울을 난다. 바다에서는 동물성 플랑크톤을 먹는다. 이듬해 3~4월이 되면 5~6㎝가 되는데, 떼를 지어 강을 거슬러 오른다. 새끼는 강을 오르며 빠르게 자라서 갓 올라오기 시작할 때는 손가락만한 것이 상류에 다다르면 20cm까지 큰다. 강 상류에서 살다가 가을이 되면 알을 낳으러 강어귀로 내려간다.
일본에서는 은어를 ‘아유’라고 한다. 일본인들이 아주 좋아하고 즐겨 먹는다. 섬진강은 재첩과 더불어 은어로 아주 유명한데, 일제강점기에 돈 많은 일본인들과 관리들 사이에는 섬진강 은어낚시 관광이 유행했다고 한다. 섬진강 변에는 이런 일본인들을 상대하는 은어 요릿집과 그 사이에는 색시집도 성행했다고 한다. 이렇게 은어는 우리에게 아픈 역사를 떠올리게 한다.
우리나라 서해, 남해, 동해 어느 하천이든 물 맑은 곳이면 은어가 살았다. 강에 보와 댐이 생겨서 물길이 막히고 물이 더러워지면서 은어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요즘은 동해로 흐르는 냇물과 강에 흔하다. 커다란 댐으로 물길이 막힌 곳에서는 ‘육봉형’은어가 나타나고 있다. 댐에 생긴 커다란 저수지가 은어에게 겨울을 나는 바다 역할을 한다고 한다. 어린 은어에게 바다를 돌려주는 일이, 우리에게도 자연이라는 순환과 생명의 근원을 찾는 일이 아닐까?
어류소개꾼 이 상 민
파주생태문화교육원(파주환경운동연합 부설) 기획팀장
#4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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