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파주에 깃든 생명들 날 좀 봐요, 봐요! ⑯ 물총새

입력 : 2016-08-31 18:10:00
수정 : 0000-00-00 00:00:00

물안경 쓰고 다이빙 하는 물총새

 

 

지금 물가에 나가보면 자그마한 새가 삣-삣- 울면서 쏜살같이 지나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파랑색 계열의 색을 좋아하는 나는 물총새 등의 비취색을 좋아한다. 비취색, 이 색은 정말 환상적이다. 파랑과 푸르름, 청초함이 섞인 영롱한 색. 내 마음이 다 푸르러 지는 그런 색.

 

예전에 물총새 사체를 관찰한 적이 있다. 등의 깃털 색이 너무 예뻐서 몇 개를 뽑아 귀걸이로 만들었다. 그렇지만 비취색은 물총새 몸에 있을 때 만큼 예쁘지 않았다.

 

물총새는 다이빙 선수다. 사람도 물이 없으면 살 수 없듯이, 물총새도 물이 없으면 살 수 없다. . 살려면 매일 같이 다이빙을 해야한다! 그래서 물안경을 써야한다. 이 물안경을 정확하게는 순막이라고 하는데, 순막(瞬膜, nictitating membrane)은 제 3의 눈꺼풀이라고도 불리는 반투명한 기관이다. 물총새도 눈을 보호하기 위해 순막이라는 물안경을 쓰는 것이다. 그리고는 물 속에 들어가 긴 부리로 물고기를 사냥한다. 사냥한 물고기는 횃대로 가져와서 몇 번 패대기를 친 후, 머리부터 꿀꺽 삼킨다.

 

우리동네는 물총새의 번식처이자 서식처다. 몇 년 전 여름, 물총새가 윗동네 아주머니 댁 산 흙 절벽에 알을 낳고, 새끼를 키우는 모습을 관찰했다. 그러던 어느 날, 장마 때 비가 많이 오자 흙 절벽이 무너져 내렸고, 굴 속에 새끼를 키우는 물총새 새끼들은 비에 쓸려 내려와서 바닥에 처참하게 죽어있었다. 나는 땅을 파고 물총새 새끼들을 묻어줄 일 밖에 할 수 없었다.

 

내가 고등학교 때에는 우리집에서 5분정도 떨어진 곳에서 물총새가 육추(조류가 새끼를 키우는 일)하는 모습을 관찰한 적이 있다. 물총새가 계속 산 쪽으로 날아가는 것을 확인하고, 그 쪽으로 들어갔다. 분명 물총새 둥지가 있을 것 같았다. 정말 놀랍게도 물총새 둥지로 보이는 구멍이 보였다.

 

앞에서 물총새는 긴 부리로 먹이사냥을 한다고 했다. 긴 부리는 흙 벼랑에 터널 같은 구멍을 뚫는데도 사용된다. 그런데 둥지 위치가 독특했다. 군인들이 훈련용으로 만들어 놓은 벙커였다. 벙커는 땅을 파고 그 아래에 시멘트 구조물이 있는데, 물총새가 시멘트 구조물 위, 흙 벽에 구멍을 뚫어 놓은 것이다. 그런데 이 둥지가 올해 사용하는 둥지여야 한다.

 

다행히도 구멍에 거미줄이 없었다. 거미줄이 있으면 올해 사용하지 않는 과거 둥지일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구멍에 두 개의 길이 나있다! 이 길은 물총새가 두 다리로 수시로 드나들었다는 흔적이다!

 

구멍에 귀를 가져다 데었다. 삣-삣- 하고 아주 작은 소리가 들렸다. 이 안에 분명 새끼가 있다! 위장복을 입고 400mm렌즈와 카메라를 설치하고, 간이용 의자를 두고 앉았다. 이제부터 끈기와 인내의 시간이 필요하다. 숨을 죽이고 최대한의 소리를 내지 않은 체, 물총새를 기다렸다! 그런데 그냥 기다릴 수가 없었다. 다음날 학교에서 영어 단어 시험을 본다고 했다! 단어를 외우며 물총새가 오길 기다렸다. 아마도 그 때 내 머릿속은 온통 물총새 생각으로 가득했을 거다. 그렇게 한참을 기다리자 물고기를 가지고 온 어미 물총새가 내 바로 앞 횃대에 앉았다! 가슴이 뛰었다. 아랫부리가 빨강색인 걸 보니 암컷 물총새다! 너무 놀라웠다. 물고기를 가져온 물총새 어미는 곧바로 둥지 안으로 들어가지 않더니 한참이 지나서야 안심을 한 듯 둥지 안으로 들어갔다. 어미가 들어가자 잠시 후 아주 작게 새끼들이 먹이를 달라고 보채는 소리도 들려왔다.

 

물총새는 물가에 가면 흔히 볼 수 있다. 다만 너무 작고, 수줍고, 빨리 날기 때문에 그 모습을 보기가 쉽지 않다.

 

글을 쓰고 보니 물총새와 함께한 추억이 정말 많다. 그리고 여기에 소개하진 않은 물총새 이야기도 많다. 통발에 걸린 물총새 구조기, 10년 째 물총새를 촬영하기 위해 우리집을 방문하는 사진 가의 이야기 등.

 

한가지 바램이 있다면 내년엔 우리집 바로 뒷산에서 물총새가 새끼를 키우면 좋다.

 

그리고 많은 분들이 물총새의 아름다운 깃털색을 직접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더 좋겠다.

 
 
 

조류 소개꾼 정다미

꾸룩새연구소 소장

이화여자대학교 대학원에서 제비연구 중

 

 

 

#47호


신문협동조합「파주에서」 모든 컨텐츠를 무단복제 사용할 경우에는 저작권법에 의해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