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에 깃든 생명들 날 좀 봐요, 봐요! ⑲ 들국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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⑲ 들국화
맑고 높아지는 하늘만큼 날씨도 차가워지고 있습니다. 이제 식물도 결실기가 되어 씨앗을 날릴 시기가 되어 꽃을 만나기가 쉽지 않은 계절입니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이러한 계절에 만나는 식물의 꽃은 더 탐스럽고 귀하게 보입니다. 국화의 계절, 가을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이번에 이야기할 식물은 다양한 국화 중에서도 노란색 꽃이 피는 산국(Dendranthema boreale (Makino) Ling ex Kitam.)과 감국(Dendranthema indicum (L.) Des Moul.)입니다. 흔히 야생에서 보는 산국, 감국을 비롯해서 구절초나 쑥부쟁이 종류의 꽃을 통칭하여 들국화라 칭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한방에서 이야기하는 야국화(野菊花)는 노란 산국과 감국의 꽃을 칭하는 것으로, 정확하게는 이 두 가지를 들국화라 부르는 것이 맞습니다. 물론 야생국화를 전부 들국화라고 불러도 아주 틀린 말은 아니겠지만요.
국화과의 식물은 대체적으로 두상화서라고 불리는 꽃의 형태를 하고 있는데, 이는 작은 꽃들이 여럿 모여 하나의 큰 꽃처럼 보이는 형태입니다. 작은 꽃 하나하나를 분리해서 보면 꽃잎이 암술과 수술을 둘러싼 통꽃임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럼 안쪽 꽃을 둘러싸고 있는, 흔히 우리가 얘기하는 꽃잎은 왜 따로 있는 걸까요? 이것을 혀꽃(설상화)라 부르는데, 안쪽의 꽃과는 구조가 조금 다릅니다.
바깥의 설상화는 꽃의 모양을 조금 더 온전하게 보이게 하기 위해 꽃잎을 길게 만들어 내는 대신, 암술만 존재하고 수술은 만들지 않습니다. 씨앗은 맺을 수 있지만, 다른 하나를 희생하여 전체가 온전한 하나의 모습으로 보이는 역할을 해주는 것이죠. 꽃은 설상화가 있는 바깥쪽부터 안쪽으로 순차적으로 피어, 여러 가지 상황에 대비하게 됩니다. 덕분에 국화꽃은 다른 꽃에 비해 오래 피어 있는 느낌을 주기도 합니다.
산국과 감국의 구분은 꽃을 보면 명확하게 알 수 있습니다.
산국 꽃이 10원짜리 새 동전의 크기 같다면 감국은 500원짜리 동전의 크기로 차이가 납니다. 대신 꽃이 아주 촘촘하게 피는 산국에 비해 감국은 꽃무리가 많이 모이지 않고, 식물체가 길게 자라며 넓게 퍼지지 않습니다.
많은 꽃이 모여 있는 탓인지, 향은 감국에 비해 산국이 더 짙게 느껴집니다. 길옆이나 산의 절개지 등에서 흔히 보이는 산국과 달리 온난한 기후를 좋아하는 감국은 만나보기는 쉽지 않은데, 파주 민통지역인 일월봉 일대에는 다수의 개체가 서식하고 있습니다.
산국과 감국은 다양하게 이용되는데, 특히 차로 인기가 좋습니다. 감국은 산국에 비해 향이 은은하고 단맛이 있어서 감국이라 불린다는데, 실제 파주의 감국은 산국처럼 쓴맛이 강한 편이어서 맛의 차이는 서식처와 관련이 깊은지도 모르겠습니다. 두상화서의 통꽃들이 완전히 개화하기 전에 잘 만들어진 산국과 감국의 차는 애써 꽃에 코를 대고 킁킁거리지 않아도 1년 내내 몸속 깊이 향을 느낄 수 있습니다. 주머니에 꽃을 조금 따 넣어도 좋은 향이 나기 때문에 방향제로 이용하기도 좋습니다.
국화차는 감기와 해열에 효과가 좋으니, 환절기인 시기에 짙은 산국과 감국의 향기를 한잔의 차로 즐겨보는 것은 어떨까요?
식물소개꾼 김 경 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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