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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에 깃든 생명들 날 좀 봐요, 봐요! ㉑ 뱀장어

입력 : 2016-11-15 11:04:00
수정 : 0000-00-00 00:00:00


㉑ 뱀장어



 

너무 맛있어서 슬픈 뱀장어야! 

 

나의 살던 고향은 전라북도 고창이다. 복분자와 풍천장어구이는 고창의 대표적인 음식이다.


왜 뱀장어를 풍천장어라고 했을까?

선운산 도솔암 계곡에서 흘러내려 오는 물은 인천강과 만나서 바다로 흘러들어 간다. 옛날에 ‘풍천’이라고 했고 이곳에 사는 뱀장어를 ‘풍천장어’라고 불렀다. 풍천, 한자로 ‘風川’이다. 사실 풍천은 바닷바람이 불어오는 강 하구를 말한다. 밀물 때면 바닷물이 강으로 물길을 타고 밀려들어오는데, 바닷바람이 함께 불어오기 때문이다.

뱀장어는 민물에서 5~12년을 살다가 바다에 가서 알을 낳는다. 다 자란 성체는 가을에 강어귀로 내려가서 겨울을 나고 이듬해 바다로 나간다. 바다로 먼 길을 가기 위해 살을 통통히 찌운 뱀장어가 봄가을에 풍천에서 잡히기 때문에 맛이 좋을 것이다.

1990년대 들어 복분자와 매콤 고소한 풍천장어구이가 관광객의 입맛을 사로잡아 전국에 유명세를 탔다. 수요가 늘자 90년대 들어 복분자 재배가 늘어나고, 양만장(장어 양식장)이 우후죽순 생겼다. 진짜 자연산 풍천장어는 수요를 메울 수가 없어서 그 자리를 양식장어가 대체했다. 그러나 양식장어도 풍천장어라는 이름으로 팔리고 있다.

뱀장어 양식에는 고등어를 사료로 쓰고, 항생제와 성장 촉진제 등을 쓰고 있다. 파주에도 곳곳에 장어 구이집이 있는데 대부분 양식장어를 파는 곳이다. 파주에 오래 산 지인이 임진강의 자연산 장어를 먹으러 갔는데 1인분 1㎏에 12만원이더라는 말을 듣고 깜짝 놀랐던 적이 있다. 건강한 자연산 풍천장어는 큰돈을 들여야 먹을 수 있다.

 

임진강과 문산천, 출판단지 습지에서 뱀장어를 만나다

파주에서 민물고기 도감을 취재와 냇물에서 민물고기 야외 수업을 하면서 귀한 자연산 뱀장어를 여러 번 만났다. 주인이 직접 임진강에서 물고기를 잡는 장남매운탕, 파주어촌계, 문산천과 출판단지 습지에서 만났다. 2006년에 출판단지습지에서 5㎝정도 되는 뱀장어 치어를 잡았는데, 너무나 귀여웠다. 작년에 민물고기 야외 강의에서 참가자 분들이 족대로 꽤 큰 뱀장어를 잡아서 아이들처럼 신나하더니 양동이에 잘 못 넣어서 놓치고 난 뒤에 무척이나 아쉬워하던 기억이 생생하다. 한강과 임진강 하구가 열려 있기에 우리는 아직 양만장이 아닌 하천들에서 뱀장어를 볼 수 있다.

  

뱀장어는 필리핀근처 깊은 바다에 알을 낳아

뱀장어는 봄(4~6월)에 한반도에서 3,000㎞ 떨어진 필리핀 근처 서태평양으로 가서 아주 깊은 바다 속에서 알을 낳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알에서 깨어난 새끼는 몸이 투명하고 버들잎처럼 납작하다. 바닷물에 떠다니면서 6개월 동안 자라다가 몸이 둥글게 바뀌고,실뱀장어로 변태한다. 쓰시마 해류를 타고 우리나라 앞바다까지 오면서 5~7㎝으로 자란다. 봄에 강어귀에 그물을 쳐서 새끼 뱀장어를 잡고 양식장에서 기른다. 아직 뱀장어를 부화할 수 있는 기술이 없기에 자연에서 새끼를 잡아서 양어장에서 기르는 것이다.

  

물고기와 새우를 먹는 육식 어종

자연에서 사는 뱀장어는 강을 거슬러 올라와 민물에서 산다. 낮에는 큰 돌 밑이나 진흙 굴에 숨어 있다가 밤에 나와서 강바닥에서 구불구불 헤엄치면서 돌아다닌다. 물고기와 새우를 잡아먹고, 진흙을 뒤져서 지렁이와 벌레도 먹는다. 입 속에 작고 뾰족한 이빨이 잔뜩 나있는데 껍질이 딱딱한 게도 먹는다. 여름에는 먹이를 잘 먹고 물이 차가워지는 가을에는 잘 안 먹는다. 겨울에는 진흙 속이나 돌 밑에 들어가 겨울을 난다. 뱀장어는 얇은 살가죽으로 물 밖에서 숨을 쉴 수 있어 생명력이 무척 강하다. 강과 냇물에 사는데 장마철에 비가 많이 내려 강물이 불어나면 땅 위를 구불구불 기어서 늪으로 옮겨 가기도 한다.

 

무분별한 치어 남획으로 멸종 위기

뱀장어는 전 세계적으로 양식을 위해 자연에서 뱀장어 치어들을 남획하고, 강물이 오염되면서 뱀장어도 멸종위기로 내몰리고 있다. 강이 하구둑으로 바다와 막혀 있어서 뱀장어들이 자연스럽게 이동하지 못하면서 더욱더 사라지는 속도가 빠르다. 요즘에는 치어들을 댐이나 호수에 방류하기도 하지만 바다로 가지 못할 곳에 방류하는 일은 뱀장어들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가 아닌 어민들의 소득을 위한 사업이라 씁쓸하다. 뱀장어의 고향은 태평양 깊은 바다뱀장어 들에게 태어난 고향이 태평양 깊은 바다고, 두 번째 고향이 냇물과 강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의 두 번째 고향은 내가 지금사 는 파주다! 내 고향에서 흐르는 강과 임진 강이 잘 보전되어 뱀장어가 모두 험한 시대를 살아남았으면 좋겠다. 고창은 2015년에 자연생태계를 보전할 정도로 가치 있다는 것을 인정받아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선정되었다. 파주도 한강과 임진강 하구를 아우르는 철새들 삶터를 습지보호구역으로 지정하고, 임진강 준설도 막아내면 좋겠다. 파주 시민들이 뱀장어의 두 번째 고향을, 수만 년을 지켜온 생태의 긴 고리를 지켜내길 간절히 바란다.

 



 

#5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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