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에 깃든 생명들 날 좀 봐요, 봐요! (45) 한겨울 개나리꽃보다 고운 노랑턱멧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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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울 개나리꽃보다 고운 노랑턱멧새
노랑턱멧새
칫칫칫~
노랑턱멧새의 계절이 돌아왔어요. 겨울이 오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우리나라 전역에서 볼 수 있는 노랑턱멧새는 사계절 내내 관찰되는 텃새이지만 번식기인 봄, 여름에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다 늦가을이 되면 필자의 뒤뜰로 날아옵니다. 왜 하필 뒤뜰일까요?
우리나라 텃새인 노랑턱멧새는 약 14.5~16센티미 터 크기의 참새목, 멧새과의 새입니다.
“5~7월 중 번식을 하며 관목 숲의 나뭇가지, 바닥 에 둥지를 튼다. 우리나라 산지나 초지 전역에서 많이 보이는 흔한 텃새로 수컷은 머리깃이 검고, 경계를 할 때는 머리깃을 쭈뼛 세우며 턱이 노랗다. 암컷은 수컷보다 턱의 깃이 갈색에 가까운 노란색이라 암수의 구분이 확연하다. 번식기는 암수가 쌍으로 생활을 하다 겨울이 되면 월동을 하기 위하여 온 겨울철새인 쑥새와 섞여서 여러 마리가 무리지어 생활한다.” (남한산성 생태지킴이 임백호님 글 중에서)
파주에서 살아가는 수많은 새 가운데 노랑턱멧새의 암수 구분은 그 어떤 새보다 확연하며, 새를 잘 모르는 사람도 단번에 암수 구별이 가능할 정도로 수컷 노랑턱멧새는 말 그대로 부리 아래 턱과 쭈뼛한 머리깃이 온통 노란색입니다.
노랑도 보통 노랑이 아니라 물감을 덩어리째 묻힌, 개나리꽃보다 더 예쁜 화사한 색감을 지닌 앙증맞은 병아리 같아요.
이렇게 노랑이 더욱 돋보이는 이유는 머리깃과 턱의 노랑과 그 사이의 뺨과 가슴이 절묘한 보색대비를 이루는 검정색이기 때문이지요.
자연은 이 두 가지 색을 절묘하게 나누어 한껏 아름다움을 뽐낼 수 있는 노랑턱멧새를 우리에게 선물해 주었습니다.
한 겨울에 노랑이라니!
여름철새로 날아오는 대부분의 화려한 깃털을 가진 새를 제외하고는 한겨울에 이토록 예쁜 깃털을 볼 수 있는 새는 아마도 노랑턱멧새가 유일하지 않을까요?
(사진 설명_샛노란 깃털의 노랑턱멧새 수컷)
흰 눈이 소복이 쌓인 장독대 위에 노란색 깃털을 뽐내며 날아와 저들의 언어로 의사소통을 하며 또 어디론가 떼 지어 휘리릭~ 날아갑니다.
봄에 피는 개나리꽃 못지않은 노란색 헤어 무스를 잔뜩 바르고 나타난 수컷은 검은 눈썹과 노랑 넥타이를 매고 암컷에게 한껏 아름다움을 어필하고 있어요.
누구든 이 새를 본다면 은은한 매력을 풍기는 노랑턱멧새 매력에 흠뻑 빠질 것입니다.
겨울철 인가 근처의 숲이나 들녘에서 노랑턱멧새를 쉽게 만날 수 있는 흔한 새이지만 그 아름다움은 여느 새가 흉내내기 어려운 은근한 매력을 지닌 새입니다.
(사진 설명_노랑눈썹멧새 수컷)
(사진 설명_쑥새 수컷)
노랑눈썹멧새
칫칫칫~
노랑턱멧새와 너무 닮아 혼돈하기 쉬운 노랑눈썹 멧새와 쑥새가 있지만 몇 가지 구별 포인트를 익힌다면 그리 어려운 건 아닙니다.
4년 전 필자의 뒤뜰 옹달샘을 찾는 새 몇 종을 대상으로 국립공원철새연구센터의 박종길박사님과 밴딩*을 한적이 있습니다. 그 중에서 노랑턱멧새 암수가 올해 4년 째 계속 같은 장소를 찾아와 먹이를 먹는 모습이 관찰되고 있습니다.
겨우내 뒤뜰 먹이대 근처에서 머물다 봄이 되면 소리 소문없이 홀연히 사라집니다. 번식기가 되면 감쪽 같이 사라지는 노랑턱멧새는 어디로 날아갔다 가을이 되면 어김없이 먹이를 먹고, 목욕하던 장소로 다시 날아오는 것일까요?
올 겨울 파주는 시도 때도 없이 눈이 내립니다.
흰 눈이 펑펑 내리는 겨울은 노랑턱멧새 뿐만 아니라 모든 새에게 시련의 계절입니다.
봄부터 가을까지 온갖 종류의 달콤하고 영양이 풍부하던 먹이는 더 이상 내 차지가 될 수 없고 생기를 불어넣어 주던 숲 속의 안락함은 더 이상 기대할 수 없습니다. 멈춤은 곧 죽음을 의미합니다. 밤이 되어 칠흑같은 어둠이 내리기만 기다립니다.
가능하면 무리지어 다니며 먹을 수 있는 모든 것을 먹어야 한겨울 추위와 맞서 생존할 수 있습니다. 조류에게 군집행동은 생과 사를 가늠할 중요한 행동 전략입니다. 최대한 다른 녀석들이 움직이는 동선에 합류해 함께 행동하며 날아 다녀야 안전하죠. 살아남아야 하므로..
(사진 설명_물 먹는 노랑턱멧새 수컷)
*밴딩: 조류의 이동 경로와 번식지, 월동지 등을 밝혀 효과적으로 조류를 보호하기 위해 가락지를 끼우는 일
글 : 꾸룩새연구소 임봉희 부소장
사진출처 : 남한산성자연생태학교 임백호
꾸룩새연구소 정다미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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