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책꽂이] 아들의 동시와 아버지의 만화
입력 : 2016-07-08 12: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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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의 동시와 아버지의 만화
『마지막 가족 사진』글 : 최영재/ 출판 : 지경사
1950년 1월 1일
아버지는 두 아들 끌어안고
엄마는 9개월 된 딸 품에 안고
싱긋 웃으신다
단란한 둥지
일곱 달 뒤 터질 시한 폭탄이
우리 집에 장착되어 있는 줄도 모르고 부모님은 저렇게 웃기만 하신다
- 최영재, 동시「마지막 가족 사진」 부분
아동문학가 최영재의 부친 최영수 화백은 동아일보 기자를 거쳐 경향신문 창간에 참여하며 출판국장으로 근무하던 1950년, 6. 25전쟁이 일어난 그 해 7월, 서울 혜화동 자택에서 가족들이 보는 앞에서 이유도 없이 납치되어 북으로 끌려간다.
그 뒤 가족들은 더 이상 아버지를 보지 못한 채, 북으로 끌려간 아버지가 탈출을 시도하다 붙잡혀 주모자로 총살을 당했다는 비보만을 전해 듣는다. (동아일보 1962. 4. 2). 단란했던 가정은 아버지의 부재 속에서 가난과 어려움을 겪으며 어린 최영재 시인은 평생 아버지를 그리워한다. 그리고 아버지가 근무했던 동아일보사의 신춘문예로 등단을 해 아버지를 향한 절절한 그리움을 시로 써나간다.
네 살배기였던 최영재 시인은 이제 일흔 살이 되었고, 부친 최영수 화백이 동아일보에 연재했던 뚱딴지 만화 옆에 자신의 시를 나란히 실어 동시집 『마지막 가족 사진』을 내놓는다.
남북 분단으로 인한 민족의 아픔은 단란했던 한 가정에 슬픔을 안겨 주었고, 그 슬픔을 겪은 시인의 체험에서 우러나온 동시는 문학적 승화로 인해, 우리 모두에게 깊은 감동을 전해준다.
글 김경옥 동화작가
#4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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