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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고장 역사교실 2부 (35) 윤관의 전설이 깃든 상서대

입력 : 2017-12-27 18:5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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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고장 역사교실 2부 (35) 윤관의 전설이 깃든 상서대


감악산은 파주의 동북쪽 끝에 있다. 파주 관내를 답사하려면 다시 적성으로 들어가야 한다. 적성에서 문산 방향으로 가다가 식현사거리에서 법원 방면으로 좌회전한다. 웅담초등학교를 지나서 웅담2리 마을회관으로 들어가면 상서대가 있다. 상서대는 윤관과 관계 깊은 유적이다. 윤관의 삶을 살펴보자. 


(사진 설명_상서대, 파주시 법원읍 웅담리 330)


윤관이 여진족에 패하다 
고려의 서북쪽에는 거란족이, 동북쪽에는 여진족이 영역을 차지하고 있었다. 여진족은 발해가 거란족에게 멸망당한 뒤 발해의 옛땅에서 거의 독립적인 상태로 거주하였다. 고려 건국 초기에는 고려를 상국으로 섬기면서 공물을 바쳤다. 그런데 만주 지역의 완옌부 추장 영가가 여진족을 결집시켜 세력을 크게 키우고 고려의 국경까지 진출하였다. 영가의 조카 오아속은 추장 자리를 이어받은 뒤 고려의 국경을 넘어와 약탈하기까지 했다. 그 러자 고려 숙종은 윤관으로 하여금 여진족을 정벌하게 하였다. 하지만 윤관은 여진족을 이기지 못하고 강화를 맺고 돌아 왔다. 
“고려도 별거 아니구먼! 하하하. 우리 여진의 기병이 날래단 말이야.” 


윤관이 군대 양성을 건의하다 
숙종은 윤관이 패하고 돌아오자 크게 분노하며 말했다. 
“천지신명이여, 여진족을 소탕하게 해 주신다면 그곳에 절을 짓겠나이다.” 
그 후 윤관은 고려의 패배를 냉철하게 분석하여 다음과 같이 건의하였다. 
“폐하, 적은 기병이고 우리는 보병이라 대적할 수 없었습니다. 군대를 양성하면서 뒷날을 기다려야 합니다.” 
윤관의 건의에 따라 고려는 별무반이라는 군대를 양성하였다. 별무반은 전국 20세 이상의 모든 백성이 입대해야 하는 의무군으로 구성되었다. 실제 직임은 없지만 벼슬을 가진 상류층부터 아전, 장사꾼, 노비에 이르기까지 모든 백성이 징발되어 훈련을 받았다. 


윤관이 동북 9성을 쌓다 
숙종의 뒤를 이은 예종은 윤관으로 하여금 여진을 정벌하게 하였다. 윤관은 17만 명의 별무반을 이끌고 함경도 쪽으로 진격하여 여진을 토벌하고 그곳에 9성을 쌓았다(예종 2년, 1107). 이것이 바로 동북 9성이다. 동북 9성이 있던 곳은 함경도 일대는 물론 두만강 너며 간도를 포함하는 영역이다. 여진족은 고려가 동북 9성을 쌓자 돌려 달라며 애원했다. 
“우리 여진은 자손대대로 고려에 공물을 바칠 것을 하늘에 맹세합니다. 감히 기와 조각 하나라도 국경에 던지지 않겠습니다.” 
고려는 개척한 땅이 너무 넓고 계곡과 골짜기가 험해서 지키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1년 만에 돌려주었다. 


윤관이 파직되다 
동북 9성의 반환이 결정되자 조정의 중신들이 윤관의 처벌을 강력히 요구하였다. 
“윤관 등이 제멋대로 명분 없는 전쟁을 일으켜 패전하고 나라에 피해를 입혔습니다. 하옥시키소서.” 
윤관은 하옥되지는 않았으나 벼슬을 잃었다. 예종이 윤관의 복직을 두 번씩이나 명했으나 자존심이 상한 윤관은 두 번 다시 벼슬에 나가지 않았다. 
윤관의 여진 정벌은 고려시대에 제대로 평가를 받지 못했다. 오히려 쓸데없는 전쟁이라는 비난을 더 많이 받았다. 



윤관의 전설이 상서대에 깃들다 
이곳 상서대는 윤관이 상서(尙書) 벼슬을 하면서 여가를 틈타 휴양을 즐기던 곳이라고 한다. 윤관이 여진을 정벌할 때 데려온 여진족 애첩 ‘웅단’이 윤관을 따라서 몸을 던져 죽었다는 낙화암 전설도 있다. 웅담리라는 마을 이름은 웅단이 떨어져 죽은 연못, 즉 ‘웅담(熊潭)’ 또는 ‘곰소’, ‘곰시’에서 유래한다고도 한다. 그러나 실제로 윤관이 이곳에서 휴양을 즐겼는지는 확실하지 않고, 여진족 애첩 웅단의 존재도 확실하지 않다. 전설은 대부분 구전되기 때문에 변형되어 역사적 사실과 부합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다만, 확실한 것은 파평윤씨들이 이곳 상서대를 문중의 성지로 여기는 점이다. 



정헌호(역사교육 전문가)



* 이번호로 내고장 역사교실을 마칩니다. 향토사 연구로 문화체육부장관상을 수상하신 정헌호님을 ‘시즌3’으로 다시 만나길 기대합니다. 
* 다음호부터는 역사학자 묵개 서상욱 선생님을 모시고 파주에 대한 동영상강의를 하고, 지면에 실을 계획입니다. 많은 성원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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