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곡의 교육이야기 ① 무슨 재미로 사십니까?
수정 : 0000-00-00 00:00:00
무슨 재미로 사십니까?
누군가 내게 ‘당신은 인생을 무슨 재미로 사십니까?’라고 묻는다면 나는 서슴없이 ‘내가 성장하는 것을 지켜보는 재미로 삽니다!’ 라고 대답할 것이다. 나는 나이 서른넷에 딸아이를 선물로 얻었다. 아이는 태어나면서부터 유독 울음이 많았다. 생후 10개월이 넘도록 밤새 울어대는 아이, 아내는 아이를 배 위에 올려놓고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나는예민한 성격 탓에 덩달아 밤을 새워야 했고, 덕분에 늘 충혈 된 눈으로 일상을 살아야 했다.
돌이켜 보면 참으로 힘겨운 시간이었지만 그 힘겨움보다 더 큰 것은 아이로 인한 즐거움이었다. 눈을 뜨고, 눈을 맞추고, 옹알이를 하고, 뒤집기를 하고, 배밀이를 하고, 기고, 마침내 일어서서 걷기 시작할 때 그것을 지켜보는 재미는 세상 무엇에도 견줄 수 없었다. 음악을 듣고 책을 읽는 일도, 벗들과 만나고 혼자 여행하는 일도 시들해졌다. 그것들이 주는 즐거움보다 아이가 주는 즐거움이 더 크기 때문이었다.
성장하는 것을 지켜보는 재미란, 변화에 대한 찬사이며 새로움에 대한 경이감이며 생명에 대한 감동이다. 아이가 성장하는 것을 보고 신비로워하며 찬사를 보내고 감동하는 일이 어찌 나만의 일이겠는가? 아이를 키워 본 부모라면 누구나 그러하지 않겠는가? 이처럼 아이가 자라는 것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더없이 즐거운데 하물며 자신이 변화하고 성장하는 것을 지켜보는 재미야 오죽하겠는가?
생명의 본질은 변화와 성장이다. 그러므로 삶은 기쁨이요 감동이며 축제인 것이다. 그런데 이 축제의 현장에서 축제를 즐기지 못하고 무료함과 권태로움으로 몸서리치는 현대인들을 보라! 밤이 되어도 꺼질 줄 모르는 쇼핑센터의 화려한 불빛과 시도 때도 없이 북새통을 이루는 야동 사이트들. 좀 더 짜릿한 재미를 위해 목숨도 마다하지 않는 불나방 같은 사람들……. 그들이 토해 놓은 아우성은 오직 이 한마디였다. “삶이 공허하고 무료해요. 우리에게 진짜 재미를 알려 주세요!”
먹을거리로 가득 찬 잔칫집에서 굶어 죽는 사람을 생각해 보라! 강물 위에 배를 띄워 놓고 그 위에서 목이 말라 죽는 사람을 생각해 보라!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말도 안 되는 이런 풍경이 오늘을 사는 우리들의 모습이 아닌가?
자신이 성장하는 것을 지켜보는 재미를 경험해 보라. 그런 사람은 더 이상 인위적인 재미를 찾아 거리를 헤매지 않을 것이다. 삶이란 자신의 성장을 위하여 자기 스스로 불러들인 ‘기회’라는 이름의 한 조각 천이다. ‘사건’이라는 씨줄과 ‘배움’이라는 날줄로 정교하게 짜여진. 그러므로 삶이 무료하다는 것은 자신의 성장이 멈추었다는 것이다. 성장이 멈추었다는 것은 배움이 멈추었다는 것이다. 배움이 멈추었다는 것은 안다는 착각에 빠져 있다는 것이다. 이 착각은 경화제와 같아서 자신의 성장을 돕는 의식과 감각과 느낌들을 모두 마비시켜 버린다. 이런 사람들에게 남는 것은 자존심과 고집과 자기주장뿐이다. 이것들은 늘 상대방에 대한 ‘공격성’으로 그 정체를 드러내게 된다. 삶이 무료한가? 그렇다면 알아차리라. 자신의 성장이 멈추어 있음을!
삶이 권태로운가? 그렇다면 알아차리라. 자신의 배움이 중단되었음을!
김종률(삼무곡 청소년 마을 대표)
#35호
신문협동조합「파주에서」 모든 컨텐츠를 무단복제 사용할 경우에는 저작권법에 의해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