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수학여행’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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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학창시절에 어떤 추억을 떠올리시나요?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수학여행을 꼽지 않을까 싶네요. 지금 학생들에게 수학여행은 주제별 체험학습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주제별 체험학습이라고 이야기해도 제 귀엔 그냥 ‘수학여행’으로 만 들립니다. 그래서 여기서는 ‘수학여행’이라고 부르겠습니다.
2학기가 시작되고 계절이 가을로 접어들 즈음, 대다수의 초등학교를 비롯해서 중· 고등학교가 수학여행을 다녀왔습니다.
그 가운데 장애를 안고 2박 3일간의 수학여행을 다녀온 금신초등학교 6학년 정근이 이야기와 각 반별로 수학여행을 다녀온 동패고등학교 2학년 학생들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더불어서 이 특별한 수학여행을 기획하면서 선생님들의 수고가 없이는 이루어질 수 없는 여행임을 깨닫습니다, 이 지면을 빌어 학부모의 한 사람으로서 선생님들께 마음 가득히 감사를 드립니다. <편집자주>
▲9반 태안 갯벌체험장으로 고고씽
‘반별로 따로따로’ 동패고 수학여행
수학여행이 달라졌다. 과거의 수학여행이 단순한 관광지 방문이었다면 지금은 그 지역에 밀착해서 충분히 알고 느끼는 그런 여행으로 바뀌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눈에 띄게 달라진 것은 전 학년이 한 목적지를 향해 줄지어 이동하는 것에서 2~3개 반이 합반해서 이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소그룹으로 나누어 이동하면서 학생들의 참여가 많아지고 보다 다양한 체험이 이루어지다 보니 여행의 즐거움은 그 이상으로 즐겁다.
이처럼 학교가 바뀌고 수학여행이 바뀌게 된 데에는 세월호 사고가 주된 요인이다. 세월호 사고 이후 경기도 교육청은 대규모로 이동하는 획일적이고 답습적인 활동을 지향하고 소규모 주제별 체험학습을 유도하고 있다.
▲10반 용추폭포에서 휴식
이에 한 발 더 앞서 학교에서 가장 최소 단위인 각 반별로 수학여행을 다녀온 학교가 있어 눈길을 모으고 있다. 바로 운정 신도시에 위치한 동패고등학교(교장 신봉식)이다.
동패고등학교는 지난 9월 7일, 2박 3일간의 일정으로 2학년 12개 학급 398명이 수학여행을 다녀왔다. 여행지는 12개 학급에 여수. 순천, 동해, 속초, 부산, 정선, 강촌, 태안, 천안, 광양 등 11곳. 11반과 12반이 행선지를 함께 했다. 여기에 인솔교사는 28명. 각 반 담임과 부담임을 비롯해서 장애가 있는 친구들이 함께 한 때문에 통합지원실의 특수교사와 교감, 학년부장, 학생부장 선생님들이 함께 안전을 도왔다.
동패고등학교의 수학여행은 거의 1년의 프로젝트였다.
학기 초인 4월에 어떻게 진행할 것인가를 고민했다. 처음엔 1반부터 3개반이 자율적으로 진행하겠다는 의사를 표현했다고 한다.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선생님도 아이들도 자율적으로 가기를 원했고 급기야 12개 학급이 각각 따로 움직이기로 했다는 것.
▲5반 정선5일장에서
이렇게 각 반이 움직이는 데는 무엇보다 아이들에 대한 신뢰가 컸다고 한다.
“우리 아이들은 요 선생님들이 이야기하는데 대해서 늘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질문이나 주제를 아이들에게 던져주면 너무도 훌륭하게 일을 완성시키는데 놀랐어요”
한민정 학년부장 선생님의 말이다. 그러니 이 아이들을 어떻게 과거의 관습대로 그냥 획일적인 수학여행으로 이끌 수 있겠냐는 것이다.
“그 전에는 학교에서 계획한 대로 그냥 따라만 가면 됐었는데요. 이번엔 우리가 여행지도 알아보고 어디를 가서 어떻게 놀 것인지를 정해서 가니까 너무 좋았어요.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수학여행이 진행됐으면 좋겠어요.”
다음은 학생들이 여행에서의 추억을 떠올린 말이다.
“여행지에서 반 친구가 생일을 맞았어요. 그래서 손바닥만 한 빵하나에 친구를 위한 촛불을 켰지요. 생일을 맞은 친구가 너무나 행복하다며 눈물을 쏟는데 그 뒤에 진짜 케잌으로 장난치며 논 게 너무나 인상적이었어요.”
“솔비치리조트에 관계하시는 학부모님이 계셔서 숙속를 그리로 정했지요. 돌아오는 날 친구 아버님께 반 친구들이 꾸민 편지와 케잌을 드리고 왔어요. 가슴이 따뜻했어요.”
“마침, 속초 중앙시장에서 5일장이 열렸어요. 장터에 노래자랑 무대가 열렸지요. 우리반 전체가 나가서 ‘사랑의 배터리’라는 노래를 부르며 춤도 추었어요. 인기상도 받았지요” 작은 규모로 움직이니 이런 일도 일어났다고 한다.
“저희반은 자류로운 여행이 모토였어요. 바닷가 카라반 캠핑카로 숙소를 정했어요. 새벽 바닷가와 밤바다가 너무 좋았어요. 물론 식사도 우리가 직접 장을 봐서 해먹었지요.”
“저희 반은 부산으로 갔어요. 자연도 있고 도시도 있고... 감천 문화마을이 너무 예뻤고, 밤에 촛불을 켜고 서로에 대해서 이야기했던 시간이 너무 좋았어요.”
▲4반 해운대 밤바다.
“광양 제철소에서 철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봤는데 우리가 배웠던 걸 직접 보니 너무 신기했어요. ‘여수밤바다’라는 노래 때문에 가고 싶어졌지요. 밤바다에서 놀았던 게 기억에 남아요. 그리고 촛불게임도...”
“집에서는 할 수 없었던 놀이를 했지요. 실내에서 숨바꼭질. 어떻게 하냐고요? 장롱 위, 쇼파 밑, 싱크대 안... 몸을 숨길 수 있는 공간이면 다 들어갔지요. 너무 재밌었어요. 그리고 여행...”
“남자 학생들만 있는 반이지요. 밤에 공포영화보기, 축구하기, 카누타기, 서바이벌... 남자들만 있어서 오히려 좋았습니다”
▲6반 춘천물레길 카누 체험
“선생님들의 열정이 없었으면 아마 힘들었지 않나 싶어요.”
아이들을 오로지 좋은 방향으로 이끌고 싶은 마음에 감히 겁 없이 시작했다는 한민정 학년 부장 선생님의 말이다. 각 반으로 수학여행이 진행되기 위해서는 선생님들의 노고가 만만치 않았다고 한다. 숙소 구하기부터 계약하기까지 모든 행정업무를 담임선생님이 처리해야 하니 심리적 부담감이 아주 컸다는 것.
▲9반 아빠의 마음으로 바베큐를
사실, 교육청에서 원하는 것은 소규모 그룹의 체험활동을 원하지만 계약서류 부분에 있어서 교육청 매뉴얼과 동떨어진 사례가 많아 힘들었는데 이 역시 소규모 그룹이 움직일 수 있도록 간소화 되어야 한다는 대안도 제시한다.
“이제 수학여행 평가를 하고 있지만, 기대 했던 대로입니다. 아이들이 반 안에서 자발적이고 단합된 모습을 보이고 있구요. 이번 여행을 통해서 아이들이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고 봅니다”
▲7반 강촌 레일바이크에서
앞으로 이같은 수학여행이 지속되려면 선생님들의 용기와 열정을 이끌어낼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수학여행을 다녀온 이후 무리지어 다니기 보다는 반 전체가 다 친구가 되었고, 교실은 더 시끄러워졌다.
글 김영금 편집위원 · 사진제공 동패고
#4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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