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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수학여행’ #2

입력 : 2016-09-21 16:23:00
수정 : 0000-00-00 00:00:00

정근아! 친구들하고 잘 놀다 와~

 

▲목에 기도관을 삽입하고 있는 정근이는 늘 손수건을 목에 걸고 있다.

  

수학여행이 다가오면서 정근이는 식탁에서 손가락 1개와 손가락 3개를 올린다. 제 딴엔 2박 3일을 이야기하는 듯 한데... 1박 2일을 자주 보다보니 2박이라는 개념은 아직 안 들어오나보다. 그래서 다시 손가락 2개와 3개를 올려주었다. 2박 3일이라고. 2밤 자고 오는 거라고...

 

여행 3일전. 금신초등학교 도움반 교실에 통합학급 6학년 3반 담임선생님과 특수학급 선생님과 함께 자리를 같이 했다. 2박 3일간의 일정 동안 정근이를 어떻게 돌보며 어떤 처치가 이루어져야 할지 의논하기 위해서다.

 

정근이는 또래 아이들에 비해서 혼자서 할 수 있는 것이 많지 않다. 친구들과 자유롭게 말을 할 수 없다. 소통의 방법은 몸짓과 수화가 다다. 먹는 것 역시 자유롭지 않다. 씹지를 못하고 침도 흘린다. 시야의 폭이 좁아 자꾸 부딪고 넘어진다. 더욱이 정근이는 기도에 기도관을 삽입해서 숨을 쉰다. 또래 아이들에 비해 키 몸무게가 턱없이 모자란다. 그야말로 힘든 아이다.

 

그래서 특수반 선생님이 함께 동행하기로 했다.

 

결과는 최근 정근이의 건강상태는 양호하며, 만약의 경우 현지 병원을 이용하기로. 다만, 동행하는 특수반 선생님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로 한다. 삽입관 주변을 깨끗하게 유지하기 위해서 먹고 씻고 하는 전부를 선생님께 의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부모로서 부담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또 밤에 일어날 잠자리 실수, 친구들과의 잠자리 등등...

 

정근이의 오랜 기다림은 친구들과의 잠자리다. 그래서 자기도 친구들과 같다는 것을 인정하고 싶은 것이 아닐까.

 

여행 첫날, 정근이가 흘리는 침 때문에 잠자리가 불편했던 친구들, 어둠이 싫어 불을 자꾸 켜대던 정근이... 친구들의 불만에 정근이도 마음이 불편했는지 첫날은 선생님과 함께 잤단다.

 

그리고 둘째날, 정근이와 친구들이 함께 이야기를 했다. 정근이에게 자꾸 불을 켜고 왔다갔다 안했으면 좋겠다는 요구를 해 왔고, 정근이는 그러마하고 약속을 지켰다.

 

오래도록 소원했던 친구들과의 하룻밤이 이루어졌다. 정근이는 그 날 무엇을 느꼈을까?

 

▲친구들 속에 섞여서 레크레이션을 하고 있는 정근이.

 

“정근이가 이제 컸는지 생각했던 것보다 체력이 좋았어요.  첫날 장시간 이동으로 피곤할텐데 저녁 활동까지 무리없이 잘 마쳤답니다.(오히려 다른 친구들이 더 힘들어 했어요.)

 

마지막 날 석굴암 올라갈 때도 혼자서 가겠다고 하더라구요. 계단에서 좀 위험해서 손잡아 준 것 빼고는 힘들어 하지 않고 혼자서 모든 활동 잘 마쳤습니다.

 

게임하다가 뽑혀서 춤추는 활동 했는데 그냥 서있는 친구들도 있었는데 정근이는 열심히 추었어요.” 

담임선생님으로 부터온 메시지다.

 

정근이는 그렇게 보통의 아이들 속으로 들어가고 있다.

그리고 우리 부부는 정근이가 없는 동안, 어떻게 정근이가 홀로서기를 할 수 있을까하는 새로운 목표를 세운 날이기도 했다.

 

 

 

글 김영금 편집위원

 

 

 

#4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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