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 동물 보호소에서 만난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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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1학년이 되었을 때, 처음으로 유기동물 보호소에 봉사활동을 갔었다. 집에서 1시간 가량 버스를 타고 가야하는 외진 곳이었다.
그리 크지 않은 규모의 보호소에는 다양한 아이들이 있었다. 소형견에서 대형견까지, 어린 강아지부터 나이가 많아 보이는 개까지. 가장 구석지고 조용한 한쪽에는 고양이들을 위한 곳도 있었다. 그곳에 가서 맨 먼저 한 일은 견사를 청소하는 것이었다.
나는 바깥쪽에 있는 견사를 맡았는데 그곳은 매우 어두웠고, 안쪽 견사보다 밀폐된 곳이어서 그런지 냄새도 심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크게 느낀 것은 그곳에 있는 개들은 사람을 무서워한다는 것이었다. 청소하기 위해 견사 안으로 들어가자 구석진 곳으로 숨어들며 짖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상처가 많은 아이들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반대로 안쪽에 있는 개들은 활발하거나 얌전한 아이들이였다. 보통 이곳에 있는 개들이 새로운 가족을 찾을 확률이 높다고 했다.
청소를 전부 끝내고 물과 사료까지 챙겨준 후, 견사에서 자유롭게 시간을 보내도 된다고 허락받아 아이들을 관찰했다. 유기견이라는 이름에 맞지 않게 애교 많고 사랑스러운 아이들이였다.
그런 아이들이 어쩌다 이곳으로 오게된 걸까? 그저 이곳에 있는 모든 동물들이 버림받은 것이 아니라 길을 잃어버린 거였고 다시 가족을 찾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봉사활동이 끝난 후, 집에 돌아와 유기동물에 대해 생각을 해봤다. 거리를 떠도는 동물들이 문제가 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문제를 해결하기위해 유기동물들을 잡아들이는 것보다는 동물들이 버림받지 않도록 하는 것(버림받는 것을 막는 것)이 더 절실하다고 느꼈다.
사람들이 그저 겉모습이 좋아 충동적으로 키우지 말고 한 가족으로서 함께 살아갔으면 한다.
동물들은 말을 할 수도 없고 재판을 요구할 수도 없다. 그렇기에 우리는 그들을 보호하려고 더 노력해야하지 않을까? 언젠가는 우리가 사람에게 지켜야할 예의를 배우듯 동물에게도 지켜야할 것들을 당연하게 배우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6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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