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케스트라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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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우연히 길을 지나가다 어느 카페에서 들려오는 베토벤 교향곡 5번 ‘운명’ 1악장을 듣게 되었다. 이 곡은 누구나 한번쯤 들어봤을 유명한 곡이지만 그 순간만큼은 나에게 있어 조금 특별했다. 왜냐하면 내가 다녔던 ‘김포 청소년 오케스트라’를 그만두기 직전에 클라리넷으로 연주했던 곡들 중 하나였고 그 연주를 위해서 열심히 연습했었던 기억이 났기 때문이다. 덕분에 다시 초3때부터 고1까지 오케스트라를 다녔던 기억을 회상해 보게되었다.
사실 나에게 있어 오케스트라를 다닌 8년간은 힘들기도 했지만 뿌듯함도 크게 느꼈던 때이다. 매주 토요일마다 3~4시간씩 모여 악기별 합주, 전체 악기합주를 했고, 방학 때마다 1년에 2번씩 4박5일간의 캠프를 갔다. 그 때는 밥 먹고 자는 시간외에는 아침부터 밤 10시까지 앉아서 악기연습만 했다. 심지어 하루는 ‘해피타임’이라는 시간으로 새벽까지 연습하느라 밤을 꼬박 샌 날도 있었다. 얼마나 혹독하게 연습을 했는지, 매번 캠프를 갔다 올 때마다 앞니, 윗니가 흔들리고, 입술, 팔, 엄지손가락이 퉁퉁 부었다. 심지어 살도 빠졌고 앞에 보이는 모든 것-숟가락, 벽지, 문제집-에서 악보가 보였을 정도였다.
그러나 ‘오케스트라’를 통해 나는 정말 많은 것들을 배웠다. 대인관계능력을 여기서 키우게되었다 해도 과언은 아니다. 어릴 때 나는 남들에 비해 소심하고 소극적인 성격이라 먼저 다가가 인사를 하고 말을 것을 상상조차 못했을 정도로 내성적인 아이였다. 그러나 여기서 유치원생부터 대학생까지의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을 만나고 접하면서, 내가 누군가에게 먼저 다가가려고 노력할 수 있을 정도까지 대인관계능력을 키우게 되었다.
또한 성실함과 발표력도 키울 수 있었다. 일 년에 두 번씩 연주회를 열었는데 적게는 50명에서 100명, 혹은 300명에서 1,000명 정도의 관객 앞에 서야했기 때문에, 떨려도 공연을 망치지 않기 위해 열심히 성실하게 연습해야했다. 그때 지휘자님의 말씀이 아직도 기억난다. “공연이든 무엇이든 100의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100만 연습 할 것이 아니라 120만큼 연습하고 노력을 해야 100만큼의 성과를 낼 수 있다.” 나는 이 말을 마음속 깊이 각인하고 오케스트라 연습뿐만 아니라 실생활에도 적용했다. 수행과제나 숙제를 할 때 남들보다 일찍 시작하고, 최선을 다해 시간과 노력을 쏟아부었다.
사실 10년 이라는 긴 세월동안 일주일에 한 번씩 파주에서 김포까지 왔다 갔다 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주변 친구들은 다니는 것에 지쳐 오케스트라를 포기하는 일이 종종 있었다. 사실 나도 힘들어서 몇 번 그만두려 했지만 엄마의 지지와 조언으로 오케스트라 의무 활동기간인 중3까지 무사히 마칠 수 있었고, 그만두기 아쉬워 고1까지 열심히 다녔다.
오케스트라에서의 추억과 경험은 현재 힘든 고등학교 생활을 지탱해주고 있고, 내 꿈을 이루어가는 과정에서도 마음을 다 잡을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이다.
#6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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