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의 아름다운 얼굴 ㊲ 치마대 목장 류명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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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은 우리 민족의 혼이예요”
꿈을 꾸는 사나이
파주에서 특별한 꿈을 꾸며 사는 한 사람이 있다. 그는 임진강 바람을 맞으며, 파평면 두포리 임진강변의 풀을 뜯으며 산다. 자연이 주는 선물로 말을 키운다면서 풀을 베어 먹이고, 말똥을 고추밭 퇴비로 쓴다.
파주시 파평면 두포리 임진강변에 위치한 치마대 목장. 치마대는 파평 윤씨의 윤관장군이 파평산에서 말을 타고 무예를 닦았던 곳을 이르는 옛 지명이다. 이 이름을 따서 목장 이름을 치마대로 지었다. 이 목장의 주인이 류명삼씨이다.
큰 길가에 있는 ‘치마대’ 표지판을 보고 우측으로 들어가서 몇 개의 밭을 지나면, 류명삼씨의 철학을 볼 수 있는 장승같이 서있는 나무 팻말을 볼 수 있다.
<파평의 고전이 파주의 미래다> 이 팻말을 지나면 또 하나의 팻말이 있다. <파주의 고전이 대한민국의 미래다>. 말을 키우면서 고전과 파주를 엮는 문화콘텐츠에 대해 오랫동안 고민하고 연구하고 있는 류명삼씨의 철학을 한 눈에 알아 볼 수 있다.
모피 사업하다 설마리 전투 영화 만들려 귀향
류명삼씨는 이곳 파주 장파리에서 1965년에 태어나 문산동중, 금촌제일고를 나온 파주 토박이이다. 고교를 나온 후 대학에 들어갔다가 3개월 다니다 때려치웠다.
이후 현대백화점에서 3년간 여성의류 모피쪽 바이어로 근무하다가, 프리랜서로 모피 바이어, 세일러 일을 했다. 이 모피사업 때문에 유럽에 출장을 많이 다녔다.
“파평의 고전이 파주의 미래다”
그렇게 모피사업 10년간 하다가 IMF로 망했다. 그래도 자신 있던 일이어서 모피 사업을 다시 하려고 애들 보험까지 깨서 준비했다. 1년쯤 공을 들였는데, 조류독감으로 모피수입을 못하게 되자 폭삭 망해버렸다.
막노동 일도 나가고, 영화사 시놉시스 작업하다가, ‘이게 영화사라면 나도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것을 버리고, 고향 내려가서 영화하자는 생각으로 2009년에 파주로 돌아왔다. 임진강 설마리 전투에 대해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감악산 설마리 전투는 영국군 글러스터 대대가 투항하지 않고 끝까지 사수하여 전세를 바꿀 수 있는 계기가 되었던 전투이다. 1951년 4월 23일부터 3일간의 전투로 59명이 전사했고, 총 530여명이 포로가 된 주요전투이다. 지금 감악산에는 영국군 참전기념비가 세워져있다.
“원작이 출중하면 시나리오도 출중하잖아요. 그래서 원작을 출중하게 쓰고 싶었어요. 그래서 서울서 내려오자마자 파주시에 영화사 1호로 등록 했지요.” 영화사 등록을 한 후 감악산 일대를 돌아다니며 노인들에게 그 때 이야기를 듣고 다녔다. 노인들이 말이 탄약을 실어서 혼자 왔다갔다 했다고 증언을 하는데, 그럴 수 있을까 의구심이 들었다.
▲치마대목장에서 바라본 임진강 저녁놀
치마대 목장 - “이게 내 자리”
그래서 당시의 말이 제주말일 것 같아서 제주도에 가서 한라마 네 마리를 사왔다. 키워보니 ‘가능하다’는 결론이 났다. 어두운 곳에 멀리 묶어두었는데도 목장을 찾아왔다. 말 앞다리와 뒷다리에 사마귀 같은 게 있어서 안테나 역할을 해서 방향을 찾는 것이다.
“말 키우면서, 이게 내자리였구나. 전생에 정해진 시나리오대로 제 자리로 왔구나.”라는 마음이 들었다. 그 다음부터는 배고픈 지, 힘든 지도 모르고 살아왔다. 말 뒷다리에 맞아 갈비뼈가 부러져도 즐거웠다. 다치고 아픈 것이 공부가 되고 경험이 되었다.
먹고 사는 데도 어려움이 많다. 한라마 1마리 사료값만도 월 30만이다. 경주마의 사료비는 월 60~70만원. 지금 24마리를 키우고 있으니 적지 않은 부담이다. 다행히도 임진강 주변의 풀들을 베어다 먹일 수 있어서 유지할 수 있었다. 안그랬다면 빚에 쪼들렸을 것인데...자연이 말을 키워주고 있다고 류명삼대표가 거듭 말했다.
군부대 승마교육 봉사
1시경에 군인들 20~30명이 말을 타러 온다 했다. 1주일에 두 번. 먼저 배운 군인이 후배에게 가르치면서, 그들 스스로 말을 탄다. 접경지역 내에 근무하는 대한민국 선임사단 6개 대대를 중심으로 부사관 및 간부 또는 사병에 이르기까지 옛 선열들의 기마정신과 호국정신을 함양시키는 고전승마를 하면서 전투체력의 날에 동아리 활동을 하는 것이다.
“부대에서 지원하나요?” “제가 좋아서 하는 일이고,.. 또 나라 지키는 사람에게 어떻게 돈을 받습니까?”라며 오히려 반문한다. 4~5년전에는 초등학생들에게 승마교육을 무료 봉사했었기에, 목장 운영이 걱정되어 물었는데 오히려 머쓱해졌다.
군가족이 군부대를 방문하는 날에는 말을 데려가서 승마체험 봉사도 한단다. 어느날 모 대대장이 “원장님, 이렇게 해주셔서 고마운데요, 말이 죽으면 어떡해요?”라며 안타까와하자, 이렇게 대답했다고 한다. “나라 지키는 군인을 태우다가 죽었기 때문에 명예롭게 죽는 것이죠.”
류명삼 대표는 이 봉사가 승마의 저변을 확대하는 길이라 생각한다. 프로축구가 유소년 축구, 청소년 축구가 있듯이, 군인들이 승마의 맛을 보고, 취미가 될 경우 파주를 그리워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결혼하고 가족과 함께 승마를 즐기게 되지 않겠는가 생각한다.
군인들 승마 작업 소문이 나니까 JSA 부대에서도 연락이 왔다. “나라가 없으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라는 생각으로 군에 봉사하고 있다.
24마리 말이 있는 치마대목장
지금 치마대 목장에는 24마리의 말이 있다. 처음 제주에서 사온 한라마가 새끼를 낳아 늘어난 것도 있고, 14마리는 장인제약 지경환 대표가 좋은 일 한다고 사준 것이다.
“혼자 열심히 하다보니, 내 영혼과 맞는 사람들이 와서 도와줍니다. 군 부사관들, 예전 승마하시던 분들이 와서 봉사를 해요. 이 목장은 사람이 남는 곳입니다.” 그래서 류명삼 대표가 이 산골에서 8년을 외롭지 않게 치마대 목장을 지켜올 수 있었구나.
치마대 목장은 ‘말 이용법’에 의해 트래킹이 가능한 사업자등록을 한 업체이다. 그래서 종종 벤츠 타고 온 사람들이 연회비를 물어본다. “연회비 천 만원 드리면 됩니까?”라고 말하면, 그냥 가라고 한다. “그런데 그럴 수 밖에 없어요. 그런 손님들을 받아들이면, 다른 사람들을 데리고 와서 이 목장에 투자했다며 사기를 치기도 하고, 또 낙마를 가장해서 보험금 노리는 사람도 있어요.” 그간 말산업이나, 승마 사업 관련해서 전국 곳곳을 벤치마킹 다녀서 돈에 얽혀 망한 경우를 많이 보고 배웠다는 것이다.
“임진강과 늘노천이 키워주니까. 이 말들은 내 꺼가 아니예요. 나보다 더 좋은 문화콘텐츠를 가진 사람이 오면 넘겨줘야해요. 나중에 사람들이 누가 그런 일을 했었더라~ 는 소리만 들어도 성공했다고 볼 수 있지요.”
경기 말산업발전협의회 생산분과 위원으로 활동중
오랫동안 말에 대해 연구도 하고, 벤치마킹도 다니고 그러다보니 경기도에서 인정해주었다. 말 공부하러 제주도에 가서 말 축산 담당 공무원을 여러번 우연히 만나기도 했다. 그 공무원들이 말을 오래 키운 사람들과 교류를 하도록 도와주었다. 더구나 말에 대해 연구해줘서 고맙다는 인사까지 한다.
“고난의 길을 먼저 시작했던 경기도 말 산업선배님들과 어깨를 함께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기쁨입니다. 고구려의 호연지기를 바탕으로 인간의 내면적인 휴머니즘까지 가르침을 주신 대한 청년 기마대 대장 고성규 선생님 그리고 경기 말산업 발전협의회 김기천 회장님 아울러 경기도청 허섭 과장님 이강영팀장과 변희정 주무관님. 이분들의 끝임없는 관심과 지도편달속에 농어촌 승용마 생산 분과 위원으로 활동 할 수 있는 거지요.”
▲류명삼씨 목장에서 사색에 잠겨있다.
류명삼대표는 지금 경기말산업발전협의회 생산분과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경기말산업발전협의회는 경기도내 모든 승마장 운영 자들 모두 하나로 엮어서 사료 공동 구매, 낙마 사고 보험, 종마 육성 등의 고민을 같이 나누는 단체이다. 경기지역이 전국 최초로 발전협의회를 만들었기에 다른 시 도군의 귀감이 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파주시승마연합회(회장 심호섭) 부회장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지금 현재 회원이 120명인데, 50%가 군인이다. “애버랜드에 가서 돈 쓰지 말고, 그들이 이용했던 부지를 이용해서 전 가족이 즐길 수 있는 승마를 하면 좋겠다. 도시락 싸 와서 말 타고 힐링하면 좋지 않을까 한다.”
고전에서 찾은 말 문화 콘텐츠- 윤관장군 출정식
작년에 파주에서 말 관련 두 개의 행사가 있었다. 한국말산업중앙회가 주최하는 '통일 말 대축전'이 10월 3일 임진각 평화누리에서 개막했고, ‘제3회 경기도지사배 승마대회’가 11월 13일부터 15일까지 같은 장소에서 열렸다. 이 승마대회에서 류명삼씨는 경기도지사 표창을 받았다.
▲2015년 경기도지사배 승마대회
경기도는 전국 승마장의 25%, 상시 승마인구의 50%가 거주하고 있고, 말 사육두수는 400여 마리로 전국대비 17% 이상을 차지해 승마산업의 최적지로 평가받고 있다. 이런 배경으로 승마대회, 말축제가 열리는 것이다. 경기도는 말산업 육성 및 지원 조례를 제정하고, 말산업 특구 지정, 에코팜랜드 승용마단지와 조련센터 등 인프라 구축과 승마시설 지원, 어린이·유소년 승마, 재활승마 등 다양한 말산업 육성 사업을 추진 중이다. 이 일환으로 경기도말산업발전협의회도 선두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파주에는 말과 관련된 지명이 많다. 파평면의 마산리(목관아에서 부리는 말을 기르게 되어 만들어진 지명), 적성면의 마리지, 문산읍의 마은동, 말우물(마정리), 검산동의 마무동(군마 훈련장), 광탄면 마장리(기마훈련 및 사육관리)가 있다.
류대표는 파주의 고전에서 문화적 콘텐츠를 찾아내고, 이를 관광 아이템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지명에 깃든 이야기를 찾아내고, 윤관장관 기마대 출정식처럼 역사적 고증을 거쳐서, 현대적 의미를 살린다면 파주의 랜드마크가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치마대를 지키는 한라마
“여기서 말을 배운 군인들이 승마하고, 통일대교 밑에 부교를 설치해서 현대 군이 출정하고, 승마군이 출정한다면 큰 반향을 일으키지 않겠어요?”
그는 재향군인회와 MOU 맺을 예정이다. 재향군인회가 파주시 장애인들과 케어하면서 승마를 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승마가 재활치료에도, 관심 병사 치료에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한다.
운동경기하면서 동물과 교감할 수 있는 경기가 승마이다. 말 등에서 발생하는 주파수(=메카즘)가 인간의 뇌에서 발생하는 주파수와 같다. 그래서 워킹으로 신체에 자극을 줘서 잠재적으로 죽어있는 신경 뇌세포를 깨워서 교정을 하는 것이다. 동물과 교감하는 종합예술인 승마를 통해 파주를 문화도시로 만들고 싶은 그의 꿈은 역사이야기로 끝없이 이어진다.
“말은 우리 민족의 혼이예요. 전통마가 초인류국가를 세웠잖아요. 고조선이 망한 후 고구려를 세웠어요.” 이렇게 말의 역사와 월롱산성 이야기를 풀어가는 류명상 대표가 어쩐지 ‘말’과 닮아보였다. 파주 말 문화를 고전속에서 찾으려는 그의 도전이 용맹스러운 것은 말의 기상을 닮아서인 듯하다.
글 사진 임현주 기자
#4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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