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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의 아름다운 얼굴 ㊷ 역시넷 일꾼 김영수· 강란숙

입력 : 2016-08-31 14:22:00
수정 : 0000-00-00 00:00:00

“역사는 정치의 어머니 아닌가?”

 

 

‘국치일을 잊지말자’

8월 29일 일본대사관앞에서 서명운동을 하는 이가 있었다. [역사교육바로세우기시민네트워크](이하 ‘역시넷’으로 줄임)의 김영수(48세)대표이다. 평소 대한문 앞에서 하던 서명운동을 일본대사관 앞으로 옮긴 이유는 이 날이 국치일이기 때문이다.

 

만 4년동안 ‘친일인명사전 학교보내기운동’을 펼치고 있는 역시넷은 역사교육이 제대로 되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역시넷 시민강좌’, ‘친일인명사전 학교보내기 서명운동’, ‘시민과 함께 국사교과서 딴지걸기’모임을 하고 있고, 앞으로 ‘친일파 50인 소책자 만들기’사업을 펼칠 예정이다. 4년동안 끊이지 않고 서명운동을 펼쳐오면서, 현재 전체 학교의 15%에 달하는 1,600여개 초중고교에 친일인명사전이 비치되는데 힘을 보탰다고 자부하고 있다.

 

“우리 역사의 깊은 숨을 쉬게 되면, 쉽게 안죽게 된다”

김영수씨는 시민단체 활동을 하고 있다가 대통령선거가 코 앞이었던 8월 초에 시민단체를 나왔다.

“2011년 9월부터 3개월 동안 대구 부산에서 15명, 경북에서 15명, 고양에서 6명이 자살했다. 충격으로 다가왔다. 애들이 죽는 문제를 어떻게 할까? 고양시민사회연대를 모체로 해서 학교와 매개를 세워서, 학교에서 일주일에 1시간이든 2시간이든 특별교실같은 것을 하자고 했다.

 

그 때 제안했던 것이 ‘학교밖 학교’였다. 이것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래서 혼자 할 수 있는 길을 찾다가 학교와 친일인명사전을 엮어서. ‘친일인명사전을 학교에 보내자’는 운동을 하게 된 것이다. 우리 역사의 깊은 숨을 쉬게 되면, 쉽게 안죽게 된다.”

 

역시넷의 태동에는 삶을 비관하는 청소년들의 이어지는 자살을 막기 위한 치열한 고민이 있었다. 그리고 2012년 10월에 ‘친일인명사전 학교보내기 운동’ 을 시작했다. 운동을 하면서 친일인명사전학교보내기 고양시민운동 단체를 만들었고, 이후 ‘역사교육바로세우기시민네트워크’로 확대발전하게 되었다. 대한문 돌담길 서명만 339차 2만여명의 서명을 받았고, 13차에 걸쳐 지방 순회 서명운동을 펼쳤다.

 

▲대한문 앞에서 꾸준히 열리고 있는 서명운동.
 

사전보급운동 초기에는 후원금을 모아 시작했다. 2013년에 서명운동을 하면서 받은 후원금 1,230만원으로 친일인명사전을 사서 학교에 전달했다. 세월호 이후에는 대한문과 광화문에서 서명운동을 펼쳤다. 지방정부에서 예산을 세우도록 하자는 취지를 갖고 2014년 10월 서울시의회 김문수 교육위원장을 만나, 친일인명사전 학교 보급 예산을 세웠다. 그 예산이 집행되는데 1년이 걸렸다. 이어서 2015년 4월에 이재정 경기도 교육감도 사전보급 예산을 세워서 총 1,600여개 학교에 친일인명사전이 비치됐다.

 

21세기 독립군 양성의 길, 친일인명사전 학교보내기 운동

역시넷의 대표 아사달 김영수

이 단체의 대표인 김영수씨는 학원에서 역사교육을 하던 강사였다.

 

“40세에 인생 2모작을 시작하자.”고 맘을 먹었다. “밥 먹자고 분필 잡는 일은 없을 것이다.”고 각오하고 2005년 가을, 학원을 그만두었다. 그리고 3년간 3,000편의 시를 쓰며 지냈다. 그리고 이후 교육감 선거 운동, 무지개연대, 시민사회연대회의 등에서 힘을 보탰다. 그러다가, 2012년 8월 자신의 생일날 단체를 떠났다. 그리고 10월에 친일인명사전학교보내기 운동을 시작했다. 그리고 반년이 지난 2013년 4월경 “서명운동 노가다만 하는 것 같아서” 공부하기 시작했다. 신채호 선생의 [조선상고사], [조선상고문화사], 민세 안재홍선생의 [조선상고사감], 위당 정인보의 [조선사 연구 상, 하], 윤내현 [한국 열국사 연구], [고조선 연구 상,하] 이주한 [한국사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 [노론 300년 권력의 비밀] 등을 읽으며 역사공부를 하고, 역시넷 시민강좌를 열었다. 월 1회 역사책 공부모임 ‘책소리’와 월 2회의 ‘시민과 함께 국사교과서 딴지걸기’모임을 운영하고 있다. 그는 역사공부를 해야 자존감이 높아지고, 그래야 자신을 비하하고 열등하게 보는 자살이 없어진다고 확신한다.

 

▲역시넷 회원들은 꾸준히 역사공부를 하고 있다.

 

파주 시인 강란숙

전 공동대표였던 강란숙(57세)은 파주출신 시인이다. 파주초등학교와 문산중학교를 나왔다. 친일인명사전 보내기운동 서명을 하면서, 김영수 대표를 알게 되었다. 본인이 시인이었기에, 시인인 김영수씨에게 고양작가회의에 참가할 것을 권유하면서 공감대를 넓히게 되었고, 서명운동을 한 두 번 돕다가, 세월호 이후에는 거의 매일 나가서 서명운동을 하게되었고, 역시넷의 공동대표까지 맡게 되었다.

 

“10년전 생각한 것은 일제청산이었어요. 친일인명사전보내기 운동은 예전에 생각했던 친일청산을 실천할 수 있는 길이었기에 함께 할 수 있었죠. 역시넷이 한 친일인명사전 학교보내기 운동은 역사와 친일문제를 엮어서 친일청산의 고리를 풀었다는 데 의의가 있습니다. 그래서 이 일이 여기서 끝난다해도 부끄럽지 않을 것입니다. 누군가가 이런 일을 했었다, 뭔가 움직여서 친일청산을 위해 노력한 사람들이 있다는 자료로 남을 것입니다.”

 

고향이 파주이기에 친일인명사전 보내기 운동을 하면서 파주시 소재 학교 보급운동에 더욱더 신경을 썼다. 2013년도 파주관내 9개 학교에 친일인명사전을 전달할 때, 빠지지 않고 참여한 강란숙님은 ‘임진강’노래를 잘한다.

 

▲역시넷 사무실 현판식.

 

21세기 독립군 양성하는 길

역시넷이 펼치는 친일인명사전 학교보내기운동의 의의를 강란숙 전대표가 이렇게 말했다.

 

“이것이 21세기 독립군을 양성하는 일이예요. 한 학교에서 1명씩만 친일인명사전을 보고 역사의식을 갖는다 하면, 년 13,000명입니다. 10년, 20년 후에는 그 중 누군가가 역사학자가 되고, 의식있는 시민이 된다면 친일문제를 극복하고 청산하게 되지 않겠어요?”

 

김영수대표는 건국절 얘기가 자꾸 나와서 심기가 불편하다.

“헌법 전문에 우리 국민이 역사를 어떻게 볼 것인가가 담겨있습니다. 3.1운동, 임시정부, 4.19 등 나라가 만들어진 배경에 대해 헌법전문에 쓰여있습니다. 이것이 무시되고 있습니다. 지금청와대에서 건국절을 운운하는 것은 우리가 살아온 역사를 지우면서, 역사의 문을 닫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런 우려가 국사교과서 국정화에도 고스란이 이어진다. “국정교과서는 저자도 알 수 없는 상태입니다. 이병도, 김정배를 필두로하는 한국 사학계는 이에 대해 문제 제기조차 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그가 역사교육을 바로 세우는 길로 친일청산을 최우선을 꼽는 것이다.

 

▲역시넷 시민강좌 ‘3.1혁명과 대한임시정부’

 

역사는 정치의 어머니 아닌가?

“역사는 지나간 과거가 아닙니다. 역사는 정치의 어머니라고 하는데, 정치가 여러분의 일상을 규정하는데, 정치가 역사를 돌아보지 않으면 후레자식 아닙니까? 역사라는 어머니를 골방에 가둬두고 지 혼자 잘 살겠다하는 것은 뿌리가 없는 짓입니다.” 정치가 정책의 가치 판단을 역사로부터 하지 않으므로, 헌법에 있는 인문주의적인 정신을 도외시하고 있다고 김영수대표는 현재의 정치에 대해 진단하고 있다. 지금 정치권에서 나오는 건국절 발언은 헌법 전문에 있는 ‘유구한 역사’를 골방에 버려두는 것이라 비판한다.

 

“만일 1948년을 건국절이라 하면 우리역사는 미국보다 허접한 역사가 됩니다. 윤내현 선생의 [고조선 연구]를 보면 우리역사는 6,000년, 7,000년 역사입니다. 우리는 이것을 1주일에 1시간 배우는데, 미국은 250년 역사밖에 안되는데 1주일에 5시간동안 교육합니다. 길이 이렇게 바뀌고, 청사가 저기로 옮겼다는 시시콜콜한 것까지 공부합니다.” 역사 교육마저 명맥만 있고, 그것마저 왜곡하고 있으니 어찌 가만이 있을 수 있겠는가?

 

강란숙씨가 보탠다. “우리나라에서 세계화 바람으로 영어유치원 광풍이 불고, 학교에서 세계 공통어로 영어를 배워야한다고 시간을 늘렸지만, 프랑스는 오히려 역사와 자국어 시간을 늘렸어요.”

 

이제 친일인명사전 보급을 위한 서명운동도 계속 펼쳐나가야겠지만, 그 사전을 읽도록 학교 선생님들과 시민들의 역사의식을 높이는 일에 치중할 계획이다. 그래서 김구선생님이 말씀하신 문화강국이나, 안중근 의사가 쓴 ‘동양평화론’의 뜻을 제대로 알리고 싶단다.

 

“신채호선생이 만주로 가서 ‘조선상고사’를 쓴 뜻을 많은 시민들이 알았으면 한다. 정치가 제대로 되기 위해서 역사의식을 가진 학생과 시민이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헬조선을 살리는 길, 역사 공부에 있지 않겠나?”라고.

 

 

 

글 · 사진 임현주 기자

 

 

 

#4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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