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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역 10번 출구 앞 ‘자유발언대’

입력 : 2016-05-26 11:10:00
수정 : 0000-00-00 00:00:00

강남역 10번 출구 앞 ‘자유발언대’

“여성이 안전한 사회를”

 

▲ ‘여성혐오가 죽였다. 우리는 연결될수록 강하다’ 강남역 10번 출구 집회 현장

 

지난 5월 17일 남성에 의해 20대 여성이 살해된 사건을 두고 ‘여성혐오 반성’ 시위가 번지는 가운데, 서울지방경찰청은 22일 이번 사건은 ‘전형적인 피해망상 조현병(정신분열증)에 의한 묻지마 범죄’라고 결론을 내려 공분이 일고 있다. 이에 대해 정신건강의학 전문의 서천석 마음연구소장이 “정신병적 증상은 사회적 맥락을 반영한다”며 “이 사건은 분명한 여성 혐오 범죄이다”고 주장했다. 지난 5월 23일 강남역 10번 출구 앞 ‘자유발언대’에서 나온 발언을 싣는다.

 

“저는 수원에서 혼자 자취를 하고 있는 직장인입니다. 제가 살고 있는 자취방은 조금 외진 곳에 위치하고 있어요. 제가 해가지면 하는 고민이 있습니다. 오늘은 귀가길에 누구한테 전화를 하면서 가야하나, 이런 고민요. 혼자 가기는 너무 무섭거든요. 술 취한 행인이 저에게 시비를 걸기도 하고, 같이 놀자고 집적거리는 일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저에게 다가와도 저는 거절한번 하지 못했어요. 거절했으면 어떻게 될지 너무 겁이 나서요.

 

혼자 집에 있는데 누군가 문을 두드리면 굉장히 쥐죽은듯이 없는 척 하고 있습니다. 저는 알게모르게 경계하면서 살아요. 물론 제가 잘못한 건 없지만, 누군가 나를 해코지 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면서요. 누군가는 저보고 너무 예민한거 아니냐라고 말 하던데, 저는 대한민국 여성이라면 누구든 가지고 있는 경계심과 두려움이라고 말하고 싶어요.

 

내가 만약 저 강남역 화장실에 갔었더라면, 이라는 생각을 해봤었습니다. 저는 운이 좋아서 살아남았습니다. 오늘 경찰청장이 나와서 ‘이것은 여성혐오 범죄가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아니요, 이것은 여성혐오 범죄입니다. 그 피해자분이 살해당하기 전 범인의 앞을 지나간 사람은 6명이었습니다. 그 사람들은 다 지나치고 피해자분이 당하셨죠. 그 피해자분이 ‘여성’이라서 선택당한 것이었습니다. 경찰청장의 발언은 이 문제의 본질에 대해 회피하는 것 입니다.

 

저는 더이상 집에 떨면서 가고싶지 않습니다. 집에 혼자 있을 때 누가 들이닥칠까봐 무서워하며 살고싶지 않습니다. 여기서 제가 남성분들을 혐오하자고 말하는 것이 아니에요. 여성이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 달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자유발언 수원 여성

 

 

 

#4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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