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평화재향군인들, 안보관광에 문제 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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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평화재향군인들, 안보관광에 문제 제기!
‘한반도 평화 가능성’을 묻다
▲평화재향군인회 회원과 함께 기념촬영을 했다.
“저 아래 물길을 교하(交河)라고 한다. ‘한강과 임진강이 만나 서로 사랑한다’는 뜻이다.” 안내자는 말을 이었다. “그런데 아름다운 이곳은 강건너 오른쪽은 북한의 황해도 개풍군, 왼쪽은 남한의 김포 그리고 우리가 있는 곳은 남한의 파주이다. 저 물길은 1953년 정전협정이후 남한도, 북한도, DMZ도 아니고 NLL선도 없는 중립지역이다. 새들과 강물은 자유롭게 오가는 저곳을 오직 사람만 오가지 못하는 지역이다.”
지난 8월11일 폭염이지만 날이 너무 맑아 시야가 아주 좋았다. 오두산통일전망대에서 보이는 임진강과 한강풍경은 너무나 아름다웠다. 썰물이어서 물이 많이 빠지고 하중도가 아주 많이 드러나서 걸어서 황해도를 건널 수 있을 것 같았다. 이날 내가 안내한 미국인 두 분에 대한 사전정보는 그냥 평화운동가들이라고 들었는데, 이날 당일 아침에야 문자로 온 이분들의 이력을 보고 상당히 놀랍고 의아했다.
◍ 부루스 개그논
1952년생 평화 재향군인회의 회원이며 녹색당 녹색그림자내각의 우주처장이다.
또한, 1992년부터 우주 무기 및 핵사용을 반대하는 글로벌네크워크의 창립자이자 사무차장을 역임하고있다.
1983년부터 1998년에는 평화와 정의를 위한 플로리다 동맹의 조직가로 지냈다. 우주 평화문제에 지난 33년간 주력해왔다.
◍ 윌리엄 그리핀
1984년생 2004년부터 2010년까지 미육군에서 낙하병으로 근무하였으며 이라크에 15개월, 아프가시스탄에 12개월간 공수부대 소속으로 파견되었다.
부모가 모두 미육군출신이며, 한국인 어머니와 미국인인 아버지의 외동아들이다.
군복무후, 산 마르코스 캘리포니아 주립대학에서 ‘외교정책 및 국제분쟁과 협력을 전공하였다.
2014년 평화재향군인회의에 가입했다.
미국 재향군인들이 평화운동가? 게다가 녹색당 우주처장? 도대체 우주처장은 뭐지?
이제까지 다른 나라의 환경운동가나 생태전문가들에게 임진강과 DMZ일원을 안내한 일은 많았지만 ‘평화운동가’ 그것도 비교적 최근에 실제 전쟁을 직접 경험한 이들을 안내한 것은 처음이었다.
그런데 부르스 게그논은 나와 정인철 국장에게 폭풍 질문을 이어갔고 간간히 토론도 이어졌다.
“대한민국에서는 이념에 따라 평화의 개념도 다르다. 좌파의 평화와 우파의 평화가 다르고 좌파 내에서 또 좌와 우의 평화가 다르다. 그러나 평화는 오직 생명의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강정이나 사드배치 문제로 중장년층 이상에서 평화에 대한 의식이 확산되고 있다고 본다. 반면 젊은층에서 일종의 혐오주의의 일환으로 북한을 증오하는 층도 많이 형성되고 있다. 문제는 빈부격차, 청년 일자리문제 등 희망을 잃은 젊은이들의 처지를 정치권을 비롯한 일부 세력이 북한에 대한 혐오주의를 부추겨 자신들의 기득권 유지에 이용한다는 것이다.”
“일반 시민들은 북한을 싫어할 수도 통일을 원할 수도 있다. 사람들의 생각은 다양하니까. 문제는 정치가 그것을 어디로 어떻게 이끄느냐의 문제이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때 남북한 협력의 분위기가 조성돼기도 했다. 이명박정부 들어서 남북교류는 끊겼고, 박근혜정부 들어서 더욱 악화되어 마지막 유지되던 개성공단마저 폐쇄했다. 정권이 바뀌어 남북관계가 개선되는 것이 그치는 한계를 보여준 것이다. 한반도 평화를 위해 평화와 협력을 위해 활동하는 시민들의 힘, 시민들의 운동이 중요한 이유이다.”
“미국의 MD체제 구축, 한반도 사드 배치 그로인한 한미일, 북중러시아 긴장을 보는 바와 같이 한반도 평화는 남북 정권과 남북한에 사는 민중의 문제를 뛰어 넘어 동북아 나아가 전 세계의 문제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한반도 나아가 동북아 평화를 원하는 민중의 국제연대가 필요하다.”
베트남 전에 참전했는데 거기서 같은 소대 안에 늘 미국 내 반전운동을 이야기하면서 전쟁의 문제점을 이야기하는 사람이 있었다고 한다. 부르스 게그논은 “웬 공산주의자가 참전했나”고 생각했다고. 나이 70이 다되도록 전 세계를 다니며 평화의 필요성을 이야기하는 계기라고 한다. 우주무기는 사드, 초고도미사일 등 성층권으로 혹은 그에 준하는 높이까지 쏘아 올리는 무기를 말한다고 한다. 부르스 게그논은 우주무기에 반대하는 운동을 33년 동안해왔다고 한다.
▲헤이리 마을에서 한국식 점심식사를 했다.
오두산 통일전망대 - 헤이리마을(점심식사) - 제3땅굴 - 도라산전망대 - 캠프그리브스로이어지는 동안 부루스 개그논과 윌림엄 그리핀의 폭풍질문은 이어졌고 간간히 간단한 토론도 이어갔다.
▲미국 평화재향군인들이 도라전망대를 찾았다.
하루일정을 마치고 헤어지는 길에서, 이라크전과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참전했던 윌리엄 그리핀은 말했다. “서커스 같았다. 너무나 슬픈 비극의 현장을 놀이동산같은 관광명소를 돌아보는 것은 옳지 않다.” 그는 캠프그리프스에서 드라마 태양의 후예를 소재로 안보관광상품으로 판매하는 것에도 문제제기를 했다. “전쟁에서 군번줄은 군인들의 목숨줄이다. 그것을 놀이상품으로 이용하는데 역겨움을 느꼈다.”며 자신은 비교적 최근에 참전을 했기 때문에 더 거부감이 들었다고 한다.
“중학교 때 아버지가 공군이었다. 독일에 살았는데 하루는 라인강에서 로마 폐허의 현장을 봤다. 큰 돌덩이들이 있었는데 그것은 로마군대 숙소의 돌덩이들이었다. 캠프그리브스에서 옛날 미군이 숙소로 쓰다 버려진 폐허가 된 숙소를 보니 폐허가 된 로마제국의 숙소가 생각났다. 폐허가 된 미군의 숙소에서는 풀들이 무성히 자라고 있었다.”
부르스 게그논은 자신의 어릴적 기억을 더듬으며 로마 군사제국이 멸망하고 자연으로 돌아간 것처럼 미국의 군사제국도 멸망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미 군사제국의 멸망은 미국내부에서 시작된다고 했다. 너무 많은 미국의 군사비 때문에 꼭 써야할 교육, 도로 등에 사용할 비용이 없고, 지구촌 전체를 위협하고 있는 기후변화에 쓸 예산도 없기 때문에 몰락의 길을 자초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도라산전망대에서 본 DMZ와 개성일대 전경
“DMZ에서 너무나 아름다운 한국의 자연을 봤다. 인간이 터치하지 않은 자연은 너무나 아름답게 회복하고 있었다” - 윌리엄 그리핀
“오늘 감동적으로 새긴 것은 아침에 본 아름다운 임진강과 남북을 오가는 새들, 일부사람의 얼굴에서 통일과 평화 그리고 자연에 대한 염원을 볼 수 있었다. 평화활동가들이 같이 일하면서 군사제국이 몰락하고 자연성이 회복될 수 있도록 하자.” - 부르스 게느논
우리는 누구도 남한을 선택해서 태어나지 않았다. 북한주민도 북한을 선택해서 태어나지 않았다. 지구에 누구도 자기가 태어날 국가를 선택하지 않았다. 그런데 어떤 이는 태어나보니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 국민이었고, 어떤 이는 스무살이 되기 전에 두 번씩이나 전쟁이 벌어진 아프가니스탄 같은 나라에 태어나 부모형제들이 죽는 것을 목격하기도 한다. 그리고 전쟁은 끝난 지 70년이 다 되도록 그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 평화를 소망하는 이유이다.
글 노현기 임진강지키기파주시민대책위 집행위원장
#4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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