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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홍시장 뇌물수수 혐의 재판준비만 3개월

입력 : 2016-03-03 16:31:00
수정 : 0000-00-00 00:00:00

이재홍시장 뇌물수수 혐의 재판준비만 3개월

“이대로 가면 10년 지나도 재판 안 끝날 것”

 

▲법원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는 파주시장비리공동대책위 소속 시민.

 

 2월 25일 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에서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된 이재홍 현 파주시장에 대한 재판이 열렸지만, 또다시 3월 22일까지 준비기일재판(본 재판을 위해 사전에 증거, 증인을 정리하는 절차)이 연장되어 시간끌기 재판이라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경찰수사에 의해 이재홍 파주시장의 비리혐의가 드러난 건 일 년 전인 2015년 3월. 경찰은 불법비리 혐의가 매우 심각하다고 판단하여 검찰에 구속수사를 신청하였지만 검찰은 이를 기각하고 경찰로부터 수사결과를 넘겨받은 지 3개월이 지나도록 핵심 피의자 조사는 커녕 기소조차 하지 않은 바 있다. 이에 파주시민들이 조속한 기소를 촉구하는 탄원서를 제출하는 등 우여곡절끝에 2015년 12월 8일 첫 재판이 열렸다. 하지만 재판부는 재판준비기일을 빌미로 정식공판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2015년 12월 8일에 시작된 재판이 준비기일만 3개월을 넘겼다)

 

▲지난해 ‘파주지역운동연구모임’에서 진행한 ‘파주시장의 뇌물 수수 진상 규명 촉구’ 대시민 선전전.

 

판사와 고등학교 대학교 동문, 사법연수원 동기 변호사로 선임

 공정한 재판에 대한 우려는 이미 재판 전에도 있었다. 2015년 12월 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에서 사건을 배당하자 이재홍 시장 측은 전라도 광주에 변호사 사무실을 둔 변호사를 추가 선임하였다. 그런데 사건을 배당받은 부장판사와 변호사는 같은 고등학교와 대학교를 졸업한 선후배 사이에다가 사법연수원 27기 동기임이 밝혀져 논란이 일었다.

 

 재판에 앞서 지난해 12월 4일 파주시장비리공동대책위는 공정한 재판을 위해 고양지원에 사건 재배당을 요구하는 진정서를 제출하였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판사는 재판이 시작되자마자 변호인단의 증거준비가 미흡하다는 의견을 받아들여 재판준비기일을 설정하였고 이미 세 번의 준비기일 동안 2개월이 지났고 또 한번의 재판준비기일이 남아 정식공판이 언제 시작될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다. 김주식 부장 판사는 두 번의 재판준비기일 이후에 개인적 사정에 의해 판사직을 사임하였으나 새로 재판을 맡은 김창형 판사 역시 다음 재판을 재판준비기일로 정하였다.

 

금 도장, 루이뷔통 지갑, 미화 1만 불, 세뱃돈 1000만 원

 뇌물을 건네준 혐의로 기소된 김 아무개 씨는 이미 지난해 12월 8일에 열린 첫 준비기일 재판에서 판사에게 채택된 증거에 대해 동의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김 아무개 씨는 2008년부터 78대의 전세버스로 엘지디스플레이의 통근버스사업을 하던 자이다. 검찰의 기소내용에 따르면 그는 엘지디스플레이가 사업자 복수화를 추진하며 통근버스를 감차하자 이재홍 파주시장을 찾아갔다. 이재홍 씨가 2014년 7월 1일부로 파주시장에 취임한 지 딱 8일 만이다. 그날 김 아무개 씨는 헤이리 마샬아트센터에 있는 컬튼식당 앞 길에서 이재홍 시장에게 직접 시가 250만 원 상당의 금 도장, 시가 53만 원 상당의 루이뷔통 남성용 지갑, 시가 63만 원 상당의 루이뷔통 남성용 벨트, 시가 98만 원 상당의 루이뷔통 여성용 지갑을 건네주었다.

 

 그리고 10월에는 야동동 한빛마을에 있는 이재홍 시장의 집으로 찾아가 일본 출장 경비를 빙자하여 부인 유 아무개 씨에게 미화 1만 불을 건네주었다. 이후 뉴신일관광의 현안이었던 엘지디스플레이 통근버스 감차 문제는 해결되었다. 김아무개 씨는 감사의 의미로 2015년 2월 10일 설날을 앞두고 다시 한 번 이재홍 시장의 집으로 찾아가 부인 유 아무개 씨에게 5만원권 200장과 10만원 상당의 상품권 200장을 건네주었다. 이밖에도 시가 185만원 상당 홍삼정을 비롯해 이재홍 시장과 부인 유 아무개 씨에게 총 4천7백여만 원 상당의 현금과 금품이 건네졌다.

 

▲ ‘뇌물 수수' 혐의를 받고 있는 이재홍 파주시장.

 

“시장님 건강 잘 챙겨 주세요” 시가 185만 원 상당 홍삼정

 이날 방청석에서는 신속한 재판진행을 촉구하는 불만이 쏟아져 나왔다. 방청에 참가한 김모 씨(남. 52세)는 “벌써 세 번의 재판준비기일이 있었는데 또 한 번 재판준비기일을 갖겠다니 이대로 가다간 10년이 지나도 재판이 끝나지 않을 것”이라며 “최대한 지체하지 말고 재판을 진행해달라”고 요구했다. 판사는 “재판을 해야겠지요. 재판준비기일에는 피고인은 출석하지 않아도 됩니다. 정식공판을 위한 준비를 하는 겁니다. 그리고 시민들은 재판의 당사자가 아니니 발언을 하면 안 됩니다”라며 더이상의 발언을 금지했다.

 

 지난해 12월 8일에 시작된 재판은 1월 19일, 2월 25일까지 세 번의 재판준비기일을 가졌고 오는 3월 22일에도 재판준비기일이 남아있다. 이미 뇌물을 준 자는 증거채택에 동의하고 변론재판을 기다리고 있지만, 정작 뇌물을 받은 자는 대규모 변호인단을 구성하여 증거 준비미흡을 이유로 조직적으로 재판을 방해하고 있다.

 

 그러는 사이 뇌물수수 피고인은 오늘도 42만 파주시민의 삶에 직결된 8천 9백억 원의 예산을 집행하는 행정의 수장 직을 수행하고 있다. 오는 3월이면 경찰이 불법비리 혐의가 매우 심각하다고 판단하여 검찰에 구속수사를 신청한지 1년이 지났건만 사건의 진실을 밝히는 길은 아득히 멀게 느껴진다.

 

 

 

글 · 사진 정용준 기자

 

 

 

#3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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