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정 한빛 아파트 단지, 화합의 광장 쪼개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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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정 한빛 아파트 단지, 화합의 광장 쪼개지다
“어느 날 막힌 공공보행통로, 아이들 통학로가 없어졌다”
파주운정신도시 한빛마을 1단지에서 지난 6월 13일 공공보행통로와 화합의 광장을 정비한다며 공사를 시작했다. 그러나, 이 공공보행통로는 인근 2단지와 5단지 주민들만 아니라 한빛초등학교 통학로로 이용되는 곳이어서, 시민들의 보행권 침해 여부를 둘러쌓고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도대체 이런 일이 왜 벌어진 것일까?
▲한빛 1ㆍ2단지의 ‘화합의 광장’
▲2009년 공공보행통로 훼손을 걷어내는 파주시 행정대집행
▲2010년 원상복구된 화합의 광장
▲2016년 다시 쪼개진 화합의 광장
공공보행통로는 아파트 소유인가?
현재 한빛 마을 입대위에서는 화합의 광장 절반과 공공보행통로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하며 공사를 하고 있다. 그러나, 이와 똑같은 일이 여러번 반복된 전례가 있다. 2009년에 한빛 1단지측에서 파주시의 허가 절차 없이 공공보행통로를 흙으로 덮고 조경석을 쌓았다가, 행정대집행으로 원상복구되는 일이 있었다. 이후 한빛 1단지측은 750m 담장 설치를 파주시에 요청했다가 반려되자,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법원은 파주시의 반려가 정당하다고 판결하여, 한빛1단지측이 패소했다(2011년). (표 참고)
패소에는 이유가 있었다. 한빛1단지 아파트 건설 당시 보행자 도로를 건설하고 파주시 소유로 하는 것보다는 단지의 용적율이나 건폐율 감소를 피하면서 단지 내에 보행자도로를 1단지 전용도로가 아니라 누구든 이용할 수 있는 공공보행통로로 하는 것이 좋겠다고 결정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결정을 위해 지구단위계획하에 건설교통부, 파주시, 대한주택공사는 다수의 회의와 합의 그리고 행정처리를 통하여 한빛 1단지측에 도움을 주었다. 그 결과 만들어진 공공보행통로이므로 보행자도로와 같은 의미를 갖는다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1,2단지 사이의 보행자 통로는 공공보행통로
운정 신도시 한빛1단지와 2단지를 길게 이어주는 보행자통로와 '화합의광장'은 한빛 1단지 주민을 위한 전용 도로가 아니다. 이 보행로는 한빛아파트와 사이에 두고 있는 휴먼빌 주민, 근접한 모든 아파트 주민들, 한빛 초등학교 학생들, 운정지구의 각 블록과 공원 등으로 연결되는 곳으로 이 곳은 이동을 원하는 누구든지 이용할 수 있는 공공보행통로이다.
▲공공보행통로가 막히자 조그만 통로로 보행자들이 이동해야 한다.
운정3동 시의원과 파주시청의 적극적인 협조로 시작된 공사?
올 6월 어찌된 일인지, 2009년과 똑같은 일이 벌어졌다. 그러나, 한빛 1단지측은 주민의 2/3의 동의를 얻었다는 이유로 ‘법적 하자 없음’을 내세우고 있다. 2014년 11월 주민동의서를 받는 안내문에 “운정 3동 시의원님과 파주시청의 적극적인 협조로 10m였던 공공보행로를 4m로 하여 6m를 확보하고 우려했던 보안문제를 보완하여 철저히 하기로 했습니다.”라고 쓰여있다. 2011년 법원 판결 이후 어떤 기준이 바뀌었길래 파주시의 적극적인 협조를 구할 수 있었던 것일까?
이렇게 공사가 시작되자 한빛마을 2단지 주민들은 즉각적으로 반대하고 나섰다. 그리고 어떤 기준으로 파주시가 이 공사를 허가해주었는지 파주시 주택과를 찾고, 시청측에 중재요청을 제안하고, 국회의원과 시의원 변호사 등을 찾으며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주민들의 반대 서명을 받으면서 지난 6월 23일에는 화합의 광장에서 ‘화합’을 요구하는 공청회를 주최하기도 했다. 그런데 아직도 한빛 2, 5단지 주민들은 2011년과 2016년 사이에 어떤 법적 기준, 어떤 근거로 공공보행통로와 화합의 광장이 쪼개지는 지에 대해 알지 못하고 있다.
화합의 광장에 놀던 아이들, 개구멍으로 학교 가야한다니…
한빛과 휴먼빌 사이의 공공보행통로는 출근길 버스정류장으로 가는 시민들이 많이 이용할 뿐 아니라, 한빛초등학교 학생들도 등굣길로 많이 이용해왔던 길이다. 그러나 이번 공사로 2단지 주민들은 자신들이 공공보행통로를 이용하려면 단지 밖을 나가 우회하거나 별도의 작은 출입 통로를 이용하는 수밖에 없다. 이 작은 출입구는 화단 사이에 난 좁은 통로로 몇 개의 조경석을 밟고 지나야 한다. 요즘과 같은 장마기간에는 길이 미끄러워 학부모 둘이 입구에서 출입을 도와주고 있다. 특히 자전거나 휠체어를 이용할 경우 혼자서는 통행 할 수 없다. 무엇을 위해서 공공보행통로를 좁히고, 광장을 반으로 쪼개는지…. 아이들이 묻는다.
한빛 1단지에 시장이 산다는데, 시민들을 화합시켜주세요
이번 결정은 똑같은 공사가 반복된다는 것, 이에 대한 파주시의 입장이 정반대라는 것(예전에는 행정대집행, 지금은 ‘적극적인 협조’?), 공공보행통로가 어떤 기준으로 바뀌게 되는 지 파주시의 아무런 답변이 없다는 것, 공공보행통로가 변경됨으로 피해를 보는 시민들에게 어떠한 설득도 없다는 것, 등등 시민과 소통하지 않는 행정의 표본으로 읽혀진다.
왜 설명하지 않는 것일까? 왜 답변하지 않는 것일까? 왜 분쟁의 당사자들이 협의하고 토론할 수 있도록 파주시는 나서지 않는 것일까?
이런 의문은 다시 한빛1단지 주민동의서에 쓰여진 ‘파주시의 적극적인 협조’라는 단어로 귀결된다. 한빛 1단지에 산다는 파주시장은 43만 파주시민의 시장으로 주민의 화합에 나서야 하지 않을까?
글 민경우 시민기자
사진 임현주 기자ㆍ한빛 주민 제공
#4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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