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원 에세이] 첫눈이 맺어준 고마운 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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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토요일 전국적인 한파와 함께 파주에도 어김없이 첫눈이 내렸습니다. 파주의 온 산이 눈으로 하얗게 덮여 설경이 장관이었습니다. 그러나 낮기온이 올라가면서 눈은 모두 녹아 내리더군요. 오후 내내 녹은 눈은 밤에 다시 얼었습니다.
이튿날 저는 모처럼의 망중한을 보내려 얼마전 수술후 완쾌하신 아버지를 모시고 드라이브를 하고있었습니다. 곡릉천 주변을 돌 때 아버지께서 예전에 자주 가셔서 시간을 보내셨던 낚시터를 떠올리셨습니다. “그럼 한번 가볼까요?” 오랜 기억을 더듬으시며 방향을 잡고 들어선 곳은 공사를 하다 중단한 곳 같았습니다.
마침 어제 내린 첫 눈 때문에 미끄럽기도 하고 군데군데 진흙구덩이도 보이더니, 차량통제를 하기위해 무릎 높이의 흙더미가 앞을 가로막고 있더군요. 뒤로 후진하자니 또다시 흙구덩이를 지나야하고 길도 좁아 망설이다가, 용기내어 흙더미를 넘어가자고 마음먹고 엑셀을 밟았습니다.
헌데, 앗뿔사! 이게 어찌된 일인가요? 전진도 후진도 안되는 상황이 되고 말았습니다. 바퀴가 헛도는 느낌에 한 숨이 절로 나고 이내 식은땀이 나더군요. 인적도 없는 춥고 외진 곳에 아버지와 저는 이렇게 고립되는건가? 차에서 내려 흙더미에 엎혀 뒷바퀴가 공중부양하고 있는 차를 보며, 견인차를 불러야 할지 땅을 파야할지 고민하다 트렁크에 있는 야전삽을 꺼냈습니다.
언 땅을 파며 이 난관을 빠져나가기만을 간절히 바랬습니다. 파고 또 파며 꽁꽁 언 흙무덤을 원망했습니다. 손가락까지 까져가며 땅을 파보았지만 언땅에 헤딩하는 격이었습니다. 춥고 힘들고 황당한 시간이 한참 흘렀습니다.
헌데 저만치서 구원의 손길이 우리 곁으로 다가왔습니다. 마침 ‘한전긴급복구차량’을 타고 그곳 주변에서 공사를 하기 위해 지나던 기사님들을 만났습니다. 1톤 화물차에서 네 분의 기사님이 내리셔서 상황을 살피시더니 밧줄을 찾았습니다. 화물칸의 밧줄을 찾으시던 기사님은 밧줄이 없으니 현장사무실에서 가져와야한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뒷쪽에서 당겨야하니 “돌아가서 반대편으로 차를 댑시다” 하더니 ‘한전긴급복구차량’은 급히 사라졌습니다.
저는 그 기사님들이 “정말 밧줄을 가져오실까?” 의심했지만, 제 의심이 죄송할 정도로 금새 제 차 뒷쪽에서 다시 나타나셨고, 능숙하게 한 분은 밧줄을 걸고 한 분은 운전을, 또 한 분은 제 차의 바퀴각도를 말해주시며 상황을 정리했습니다.
다행히 그분들 덕에 흙무덤을 빠져나왔습니다. 저는 감사의 마음이라도 전하려고 “정말 감사합니다. 이거 얼마 안되지만 담뱃값이라도 하시지요.”라며 드리려는데, “이러면 안된다”며 몇차례 거절하시더니 “주변에 이런 상황이 생기면 오늘을 기억해서 그분들께 갚아드리세요”라고 하시며 떠났습니다.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그때 저를 도와주신 '한전긴급복구차량'의 기사님들 정말 고마웠습니다.
기사님들 말씀대로 저와 같은 상황에 처한 분들을 만나면 오늘을 기억하며 꼭 갚아드리겠습니다. 2016년의 첫눈은 저에게 따뜻한 감사의 마음을 간직하도록 멋진 추억을 주었습니다. 올 겨울도 예전처럼 춥겠지만 마음은 참 포근할 것 같네요.
조합원 서강민
#5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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