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과후 교육 업체위탁 전환 시도, 방과후 강사와 학교측 갈등 커져
수정 : 2022-11-15 00:31:01
방과후 교육 업체위탁 전환 시도, 방과후 강사와 학교측 갈등 커져
- 전일제 학교운영을 이유로 방과후 교육을 업체위탁으로
- 전국 12만 방과 후 강사들을 질 낮은 일자리로 몰아넣는 것
한빛초등학교가 방과 후 강사들과의 개인위수탁 계약 대신 업체위탁으로 전환을 시도하고 있어 학교 측과 현 방과후 강사들과의 마찰이 벌어지고 있다. 이 같은 마찰은 윤석열 정부가 내년부터 방과후학교와 초등돌봄교실을 연계 운영하는 전일제 학교를 시범운영 한다는 발표를 하면서부터다. 전일제학교란 초등학생들이 원하는 방과후 프로그램(방과후수업)을 다양화하고 맞벌이 학부모들의 수요를 반영해 초등돌봄교실 운영시간을 올해 7시, 내년 8시까지로 늘려 돌봄을 강화한다는 운영방식을 의미한다. 수도권의 많은 학교는 업체위탁으로 전환하기 위해 학부모들에게 설문지를 돌리고 있는데 설문지 내용이 업체위탁을 선택하도록 유도하고 있다는 것.
한빛초교 형평성 어긋난 설문지 돌려
한빛초등학교는 형평성에 어긋나게 업체위탁의 장점을 눈에 띄는 노란색 바탕으로, 개인 위탁의 단점은 파란색으로 표시해 지난 10월 24일부터 28일까지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학교 측은 회신율 50% 이상에 동의율 70% 이상이면 2023학년도에 업체위탁으로 운영된다는 단서를 달았다. 한빛초 설문결과 회신율 49% 동의율은 48%가 나와 내년도 업체위탁은 무산된 상태다. 그러나 이 같은 학교측의 업체위탁 시도는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최저입찰제 업체 위탁은 교육의 질 저하 가져와
전국방과후강사노동조합(위원장 김경희, 이하 강사노조)는 업체위탁을 반대하는 이유로 교육의 질 저하를 우선 꼽았다.
업체 강사들은 낮은 강사료(업체로부터 수수료 20% 차감)를 감수하며 부족한 경력을 쌓기 위해 업체에 소속되기 때문이라는 것. 또 일부 강사들은 경력을 위해 자신의 전문 분야가 아닌 수업을 진행해 수업의 질이 현저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강사노조는 주장하고 있다. 두 번째로는 최저입찰제로 계약한 위탁업체는 부족한 이윤을 보전하기 위해 질 낮은 교재, 교구를 바가지를 씌워 판매할 수밖에 없다는 것. 따라서 그 피해는 고스란히 아이들과 학부모들에게 미치게 된다는 점을 주요 이유로 꼽았다.
학교 측 : 다양한 프로그램 도입과 수업료 경감 장점 주장
한편 학교측은 위탁제의 장점은 업체에서 준비한 다양한 프로그램 제공과 최저입찰제를 통해 수강료를 낮출 수 있는 점을 꼽았다. 눈에 띄는 위탁제의 단점으로는 저가 낙찰로 교육과정과 강사의 질 저하가 우려된다는 점을 학교 측도 인정했다. 아무리 다양한 프로그램을 돌린다고 하더라도 교육과정이 부실화된다면 의미가 없는데도 학교측이 적극적으로 위탁제로 전환하려는 이유는 있다. 현 정부가 추진하는 방향이기도 하며 관리가 편하기 때문이다.
학교 측의 추진이유는 윗선 눈치와 편리성 때문?
이름을 밝히기를 거부한 한빛 초등학교의 한 선생은 “교육청에서 내려오는 정부지침은 일단 따라야 학교에 불이익이 없다. 또 방과후 수업 때문에 학기 초엔 자기 수업을 못 할 정도로 잡다한 업무가 많아지기 때문에 교원들 업무경감을 위해 위탁교육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라고 말했다.
강사들 의견 묻지 않고 업체 위탁 시도하는 학교에 실망
한편 한빛초등학교 방과후 강사들은 “일단 강사들의 의견도 묻지 않고 형평성에 어긋나는 설문지를 돌려 업체위탁을 시도하는 학교 측에 실망과 분노를 느낀다. 한빛초등학교 방과후학교 프로그램은 학생들의 신뢰와 만족도는 높다.이는 한빛초 방과 후 강사들의 노력과 실력이 뒷받침되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강사들은 “자신들의 편리를 위해 질 낮은 교육을 선택하려는 학교 측의 시도는 무책임하며 교육목표에도 어긋난다”라고 주장했다.
강사노조 경기도교육청 앞에서 민간 위탁 시행철회 촉구 기자회견
한편 강사노조는 지난 10월 27일 경기도교육청 현관 앞에서 ‘경기도교육청의 전일제학교 민간 위탁 시행철회 촉구 기자회견’을 가졌다. 강사노조는 “윤석열 대통령이 돌봄,요양,교육 등에 대한 국가책임을 강화하겠다고 내걸었던 공약을 뒤집어 이들 분야를 민간주도로 하겠다고 했다”며 지적하고 “이는 돌봄과 교육의 복지 서비스 분야를 국가가 아닌 민간 위주 시장으로 밀어 넣어 12만 방과 후 강사들에게 질 낮은 일자리를 던져 주겠다는 말에 불과하다”라고 질타했다.
김경희 위원장은 “방과후학교는 엄연한 교육 공공재로 전일제 학교가 되어야 한다”라며 “민간 위탁에 맡기면 교육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왜 민간업체 배만 불리려고 하나?”라고 일갈했다.
교육부 초등전일제 학교 추진과 맞물려 방과 후 업체위탁 등장
교육부는 지난 8월 국회 업무보고에서 논란이 됐던 초등학교 ‘만5세 입학’방안을 백지화하고, 10월말에 교육에 대한 국가책임 강화 방안으로 ‘초등전일제학교’추진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초등전일제 학교 추진을 수용해야 할 초등학교에서는 이 같은 정부 방침이 부담일 수밖에 없다. 지금도 업무가 많은데 시간이 늘어나면 방과 후 프로그램에 대한 관리업무가 증가하기 때문이다. 정부도 무조건 정책을 밀어붙이기보단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현 개별 강사의 고용을 보장하는 방안을 고민해야할 것이다.
김석종 기자
#14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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