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00만 도시’말고, ‘50만 시민의 삶의 질’을 중시하자
수정 : 2022-09-07 10:38:02
<사설> ‘100만 도시’말고, ‘50만 시민의 삶의 질’을 중시하자
지자체중 19번째 50만 대도시
파주시가 급격히 커지고 있다. 이는 파주의 자족능력이 커져서가 아니다. 수도권의 팽창으로 인구유입이 늘었기 때문이다. 2000년 이후 20년 만에 인구가 배가 넘게 늘어, 5월말을 기준으로 50만을 넘었다. 전국 226개 기초지방자치단체중에서 19번째이다.
이제 2년 동안 50만명 이상을 유지한다면 오는 2024년부터 공식적으로 ‘대도시 특례’가 인정될 것이다. 대도시 특례가 인정되면 파주시의 자치 권한이 크게 늘어난다.
2100년 총인구 2000만 예측도 나와
파주시에서는 “더 공정하고 더 도약하는 지속가능한 파주시를 위해 힘차게 나아가겠다”며 100만 파주를 외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작년부터 총인구가 줄어들고 있다. 올 해 2분기 합계출산율은 0.75명으로 나와 세계 꼴찌 출산율을 매년 갱신하고 있다.
통계청은 향후 10년간 국내 인구가 매년 6만명 가량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 2050년 인구는 4,700만명, 2070년엔 3,700만명으로 급감한다. 인구학 조영태 교수는 2100년이면 총인구가 2000만명이 된다고도 전망하고 있다. 실감이 나는가?
고령화도 심화한다. 국내 인구 중위연령은 2070년 62.2세까지 높아진다. 중위연령은 전체 인구를 연령순으로 나열할 때 한가운데에 있는 사람 나이다. 지난해 43.7세였던 중위연령이 50년 만에 20살 가까이 올라가는 것이다. 2025년에는 초고령사회가 된다. 초고령사회는 65세 이상 고령인구가 총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20% 이상을 차지하는 사회를 말한다.
정상국가가 출산률 1명 이하를 기록한 역사는 없었다 한다. 우리나라는 인류가 가보지 못한 길을 가는 충격적인 나라에 살고 있다.
여기저기서 터지는 난개발 신음
대한민국은 인구가 줄고, 초고령화 사회로 변하고 있다. 파주시만 100만이 될 수 없다. 팽창하는 도시가 아니라, 삶의 질이 좋은 파주시를 만들어야 한다.
몸이 급격히 커지면 살이 터지듯이, 파주시가 급격히 커지면서 여기저기 개발의 신음이 들린다. 개발로 인한 이해갈등의 수준이 아니다. 갈등이 오래되면서 지역공동체가 깨지고, 마을 주민들간 상호 신뢰가 부서진 채 앙숙이 되어 살게 되었다면, 이것은 무형의 주거문화 파괴라고 볼 수 있다.
한쪽에서는 시민의 세금으로 마을 살리기를 하고, 주민자치회를 운영하는데, 한쪽에서는 개발로 인한 갈등이 깊어지고 마을공동체가 깨지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법과 원칙, 누구에게나 공평한 원칙과 기준이 중요하다. 시민들은 이 법과 원칙, 동일한 기준의 실행을 요구한다.
파주시가 커진 만큼 행정이 치밀해졌는가
지역이 개발되면 주민들이 좋아해야한다. 개발에 따른 편의와 교통, 문화시설과 새로 유입한 다양한 이웃과의 교류 등으로 오히려 문화가 풍부해지고 삶의 질이 좋아져야한다. 그래서 사람들이 개발을 좋아하는 것이 아닌가?
그런데 실상은 ‘개발’은 개발업자의 이익만을 불려주고, 이미 주거하고 있던 주민들은 ‘개발’로 인한 고통으로 괴로워하며 삶의 터전에서 울부짖고 있다. 이것은 근원적으로 법이 미비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일이라 생각한다. 개발이익이 주민들에게, 지역사회에 환원되는 길을 법으로 원칙으로 해야한다.
그리고 지역에서는 조례와 규칙으로 행정이 일관된 기준으로 시민들을 접해야한다.
적극 행정인가? 편파행정인가?
그러나, 행정이 불편부당하다고 느끼는 시민들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가? 이것은 해당부서의 재량, 부서관계자의 해석의 여지를 남겨두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다.
인허가 관계 부서의 공무원이 개발업자의 편에 서있다고 주민들이 느낀다면 과연 근거가 없는 주민들의 편견일까?
공무원이 나서서 개발업자와 주민들간의 협상액을 거론하는 일. 이것은 적극 행정인가? 아니면 특정 업체 봐주기인가? 개발업자에서 시찰 나가는 시간을 미리 알려주는 것은 친절행정인가? 편파행정인가?
개발업자와 이에 동조하는 사람들이 마을소유의 땅을 도로로 사용하려고 문서를 위조했다고 마을 주민들이 문제제기를 했다. 이를 모르쇠하는 행정은 과연 누구를 위해 일하는 사람일까? 설령 처리과정에 알지못했다해도, 이후 주민들이 밝혀냈다면 사과하고 원칙에 맞게 처리해야하는 것 아닌가?
이것만이 아니다. 파주시가 커지면서 고속도로, 전용도로가 늘고 있고, 이에 따라 교통편이 좋은 도로 인근에 창고가 늘고 있다. 오산리에서는 물류창고가 지은 옹벽이 부실하여 붕괴 위험이 있다고 문제를 제기하는 주민에게 파주시 공무원은 “정상적인 절차로 인허가를 냈으니 상관하지 말라”고 했다. 산남리 주택단지에서는 물류창고가 하나둘씩 들어서면서 좁은 진입로에 대형 트럭들이 오가며 교통문제가 주민통행을 방해하고 있다.
삶의 질을 높이는 행정
지금은 파주시의 규모를 키우고, 인프라를 확장하는 것이 행정의 중심이 되어서는 안된다. 인구절벽 시대를 준비하며, 현재의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이 행정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
아이들을 안전하고 키울 수 있고, 안심하고 육아기관에 맡길 수 있어야 한다. 깨끗한 공기와 물을 먹을 수 있고, 안전하게 길을 다닐 수 있어야 한다.
지금 살고 있는 주거 환경이 교통이나 환경 같은 물리적인 차원만이 아니라, 주민들의 삶이 안전하고 평화롭게 지켜질 수 있도록 해야한다. 이것이 삶의 질을 지켜주는 길이다. 주민들간 갈등과 분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행정이 세심해야한다. 일관된 기준으로, 또한 안전을 최우선으로, 시민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행정이야말로 지속가능한 파주를 보증할 것이다.
#145호
신문협동조합「파주에서」 모든 컨텐츠를 무단복제 사용할 경우에는 저작권법에 의해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