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하천정비를 핑계로 공릉천 생태를 파괴하지마라” 이정철 공릉천 훼손 저지 시민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 인터뷰

입력 : 2022-06-22 02:33:49
수정 : 0000-00-00 00:00:00

하천정비를 핑계로 공릉천 생태를 파괴하지마라

이정철 공릉천 훼손 저지 시민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 인터뷰

 

이정철 공동대책위원장

한강유역환경청이 하천 정비를 빌미로 마구잡이 개발행위를 하면서 공릉천 주변 환경이 급속도로 망가지고 있는 가운데 공릉천 훼손저지시민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의 이정철 공동위원장(현 파주환경운동연합 운영위원장)을 만나 현재 상황과 앞으로의 대책을 물어보았다. 다음은 2시간에 걸친 인터뷰 내용을 요약한 것이다.

 

 

공릉천 문제는 어떻게 시작됐나? 그간의 상황을 간략히 설명해 달라.

 

 

공릉천 하구 공사구간

2018년 하천정비 사업이 국토부에서 한강유역환경청(이하 한환경청) 소관으로 바뀌면서 본격적으로 작년부터 공릉천 생태 훼손이 시작됐다. 환경 훼손 문제의 심각성이 알려지자 지난 217일 환경전문가와 시민들이 함께하는 현장답사로 시작된 환경보호 활동은 그간 세미나 개최, 항의 시위, 한환경청 항의 방문 등으로 진행됐다.

 

지금 공릉천 주변 개발상황은 어떤가?

영천배수장에서 영천교까지의 구간이 가장 훼손이 심하다. 나무를 뽑아내고 갈대밭을 갈아엎은 둑 마루 긴 변이 7에 이르고 포장도로의 폭도 3.5나 된다. 영천배수장을 바라보고 왼쪽 논 부분과 연결되는 배수로는 깊이 2.5, 폭도 2가 넘는다. 이 배수로에 사람이나 동물이 빠지면 나오기 힘들다. 항상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또 포장이 돼서 이곳에 자동차 통행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둑 위에 포장도로가 생기면 그동안 흙길을 자유롭게 오가던 동물들과 개구리 말똥 개들이 로드킬의 위험에 빠진다. 또 차량통행에 예민한 새들이 공릉천 하구를 떠나게 될 것이다.

 

공릉천 훼손현장을 둘러보는 시민들

 

한강유역환경청장과 지난 411일 면담한 결과는 무엇인가?

조희송 청장은 면담 당시 환경단체와 주민들의 문제 제기에 관해 현장설명과 토론회를 열겠다고 했으나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하천 정비를 이유로 둑길 좌우의 관목과 들풀들을 모두 베어놓은 모습

 

5272차 만남은 어떻게 진행됐나?

한강유역환경청은 회의 목적이나 참석자 범위 등을 미리 고지하지 않았다. 공릉천 근처 용역사무실에서 그냥 만나자고 해서 대책위에선 파주환경운동연합의 노현기 자문위원과 내가 나갔다. 상대편은 한환경청 하천계획과 3, 파주시 친수하천과, 농어촌 공사2, 9사단 관계자 2, 갈현3리 이장, 설계사, 책임건설사업 관리 기술자 등 공사관련자들이 거의 전 분야에 걸쳐 대거 참가했다.

상대 참가자들은 배수로에 관한 보완사항을 제시했을 뿐 장마철이 닥치기 전에 공사를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관철시키려는 분위기였다. 노현기 자문위원은 자리를 박차고 나갔고 난 혼자서 많은 압박에 시달렸으나 끝까지 현 상태의 공사 진행에 동의할 수 없다고 버텼다.

 

그들의 제시한 보완사항은 무엇인가?

배수로 바닥에 개구리 사다리 설치, 동물들이 이동할 수 있도록 배수로 위 덮개 설치, 개구리와 기타 동물들을 유도할 수 있는 유도 철망 설치다.

 

대책위가 제기한 3가지 문제점은 어떤 것인가?

 

첫째 공릉천 하천 정비 공사가 시작되기 전 2016114일 단 하루 동안 실시한 소규모환경영향평가서를 한강유역환경청이 조건부 동의를 했다는 사실에 이의를 제기했다. 공릉천엔 멸종위기종 1급 수원청개구리, 2급 금개구리와 맹꽁이 등이 서식하고 있는데 이들의 활동상황을 전혀 점검할 수 없는 추운 11, 그것도 단 하루 만에 부실심사를 한 것 자체가 애초부터 잘못됐다는걸 상기 시켰다.

 

둘째 육군 9사단이 대전차 방호벽 설치를 요구해 U자형 수로를 깊게 만들었다는 주장은 거짓이다. 원래 9사단이 요구한 방호벽은 경사도 45도 깊이 2정도였다. 그러나 한강유역환경청이 홍수피해를 빌미로 둑을 높게 쌓으면서 경사도가 30도로 줄었고, 9사단은 각도가 낮아지면 방호벽 효과가 떨어지니 더 깊고 넓게 팔 것을 주문했다는 것. 결국, 한환경청이 둑을 필요 이상으로 높게 쌓은 것이 현재의 결과를 만들어 냈다. 홍수피해 방지로 둑을 높게 쌓는다는 계획은 지난 수십 년 동안 단 한 차례도 홍수로 둑에 물이 넘어본 적이 없다는 사실로 잘못된 정비계획임이 드러난 상태다.

 

셋째 2018년 물관리 일원화에 따라 국토부 산하 서울지방국토관리청이 추진하던 사업을 한강환경유역청이 맡게 됐다. 문제는 사업을 인수하면서 한환경청이 아무런 재검토과정 없이 공사를 강행한 점을 지적했다.

 

앞으로의 계획은?

여러 시민단체와 연대해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시위 활동, 청원작업 등을 해나갈 예정이다. 이미 공사를 마친 곳을 다시 부수고 우리가 원하는 대로 만들어 주면 좋겠지만 과연 그렇게 될 것인지에 대해선 다소 회의적이다. 하지만 앞으로 다른 공릉천 지역들도 하천 정비란 이름으로 훼손될 개연성이 크다. 이번엔 대책위 활동이 늦어 미리 막지 못한 게 후회된다. 하지만 중 장기적으로 공릉천의 생태보존 캠페인을 파주환경운동연합의 주요 의제로 삼을 계획이다. 공릉천 보존을 위한 시민단체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고 힘을 합쳐 공릉천 보존을 키워드로 삼고 환경운동을 가열차게 전개해 나갈 생각이다.

또한, 한강유역환경청이 본연의 환경보존 활동을 강화할 수 있도록 계속 자극을 줄 계획이다.

 

대책위의 강석훈 공동위원장에 대해 간략한 소개를 해달라

공릉천을 사랑하는 환경운동가로 지난 10여 년 동안 공릉천을 모니터링 했다.

강 공동위원장은 공릉천 주변의 유해식물을 제거하는 데 앞장섰던 인물이다. 또한, 소리천에서 유입된 물속에 중금속이 섞여 있는 것을 발견하는 등 생태환경에 세심한 감시를 늦추지 않고 있다. 이분이 있어 대책위가 확장성을 더 띠게 된 것 같다.

 

김석종 기자

#141

 


신문협동조합「파주에서」 모든 컨텐츠를 무단복제 사용할 경우에는 저작권법에 의해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