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한 중딩의 같잖은 문화 리뷰 < 5 > “하루 종일 핸드폰만 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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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종일 핸드폰만 하냐?” 내 어이가 두개골을 탈출하려한다!!
스마트폰이 생기고, 엄마가 내게 청소하라는 말보다 더욱 많이 하는 말이 생겼다. 바로 핸드폰 좀 그만하라는 말인데, 항상 “하루 종일 핸드폰만 하냐”는 얘기가 따라온다. 나는 정말로 이 말을 이해할 수가 없다. 이 문장에는 총 두 개의 오류가 따라온다.
첫 번째는 ‘하루 종일’이다. 나도 할 수만 있다면 하루 종일 놀고 싶다. 하지만 나는 대한민국에 사는 중학생이고, 적어도 우리 중학교는 평균 7.2교시를 한다. 8시 50분까지 학교에 가서 55분까지는 핸드폰을 내고 4시 30분까지는 핸드폰 없이 친구들과 깨발랄한 하루를 지낸다. 그럼 대충 계산해도 7시간 30분은 핸드폰 없이 지내는 것이다. 그리고 요즘 어떤 중학생들이 학교 수업만 듣나. 학원 두 시간 정도는 기본이다. 그럼 9시간은 핸드폰과 이별 중이라고 볼 수 있다. 하루는 24시간이다. 24시간에서 수면시간인 7시간 정도를 제외시키고 핸드폰과 이별중인 9시간도 빼버리면 8시간이 남는다. 그 외에도 전쟁 같은 아침의 등교시간이나 기본적인 숙제시간 그리고 등등의 잡다한 시간을 보내면 내 경우에는 거의 대여섯 시간이 주어진다. 불행하게도 학원을 더 다닌다거나 숙제가 어마무시하게 많다거나하는 재앙과 함께하는 아이들의 경우 거의 서너 시간이 남을 것이다. 근데 이건 내 글이니까 내 기준으로 보자면 저녁 여덟 시 쯤부터 자기 바로 직전인 열두시까지다. 하루종일 밀려있던 수많은 정보들과 해피타임을 보내다보면 네 시간은 금방 간다. 그리고 네 시간동안 같은 자리에서 같은 걸 하는 건 나도 좀이 쑤시므로 중간에 일기도 쓰고 고양이랑 좀 놀고 한다. 그러니까 하루 종일 핸드폰 한다는 말을 하면 내 어이가 두개골을 탈출하려고 하는 거다. 몇 발 물러나 집에 와서 핸드폰만 했다는 말도 썩 타당하진 않다. 화요일의 경우 집에 도착하는 게 9시 30분인데 10시 30분에 와서 집에 와서 핸드폰만 했냐고 묻는다면 틀린 말은 아니지만 산뜻하게 수긍하기도 어렵다. 그러니까 주말이 아닌 이상 하루 종일 핸드폰만 했냐는 말은 자제해주기 바란다. 사실 주말에도 약속이 없는 이상 집에서 뒹굴지도 못한다.
두 번째 오류는 핸드폰만 이라는 부분이다. 핸드폰‘만’ 이라니 핸드폰으로 할 수 있는 게 얼마나 많은데 그 모든 걸 핸드폰이라는 단어에 포함시켜 버리느냔 말이다. 하루 종일 바빠서 핸드폰과 서먹한 사이인 사람은 스마트폰으로 얼마나 많은 일을 할 수 있는지 경험해보지 못해서 그럴 것이다. 독서, 글쓰기, 그림, 영화감상, 친구들과의 대화, 정보 수집, 음악 감상, 쇼핑, 게임 심지어는 공부까지 쉽고 편하게 스마트폰으로 할 수 있다. 공부하는 사람은 몇 되지 않지만. 아무튼 도구가 핸드폰일 뿐이지 절대 핸드폰‘만’ 한다고 표현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 말의 의도는 충분히 알고 있다. 눈에도 안 좋고 건강에도 악영향을 끼치는 현대 기술의 결정체인 소형기기를 계속 붙들고 있는 것은 좋지 않다는 생각은 충분히 공감한다. 오래하면 눈도 뻑뻑하고 누워서 반경 5m이내에서 모든 것을 해결하는 내 모습을 자각할 때마다 계속 ‘아씨 뭔가 이러면 안되는데’ 싶은 것이다. 근데 내가 핸드폰을 내려논다고 해서 공부를 하는가 운동을 하는가. 기껏해야 책 좀 읽고 컴퓨터 켜서 게임 좀 하다가 질리면 일기도 좀 쓰고 그런다. 솔직히 말해서 핸드폰 할 때랑 크게 다를 게 없다. 빈둥대는 건 그대로고 아주 약간 생산적일 뿐이다. 나는 핸드폰이 있어도 일기는 쓰고 책도 읽는다. 핸드폰에서 컴퓨터로 옮겨가는 게 그렇게 좋은 일인가 싶다. 화면이 좀 커질 뿐이지, 그리고 오래 앉아있으면 꼬리뼈 아프다. 특히 우리 마루의자 꼬리뼈 되게 아프다.
이 글이 핑계처럼 느껴지면 틀린 생각은 아니다. 그래도 나름 사실에 근거한 핑계고 꽤 정상적이고 모범적인 생활을 하고 있는 평범한 사람의 의견이니 존중해 주었으면 한다. 솔직히 내가 핸드폰을 많이 하는 편인 것 같기는 한데, 나는 숙제도 하고 일기도 쓰고 아무튼 핸드폰이 일상생활을 방해하는 수준은 아니라는 것이다. 만약 내 스마트폰이 일상생활을 방해하거나 더 심각하게 일상생활이 스마트폰과의 스윗 타임을 방해하는 수준이 된다면 잔소리를 들어 마땅하다. 근데 나는 아니니까 괜찮은 것 같다. 시험 기간 동안 핸드폰 없이 지냈는데 길거리에서 시간확인이 힘들다거나 연락이 힘들다는 점 말고는 힘든 점도 없었다. 있으면 좋고 없어도 응 없구나 싶은 정도. 그렇다고 필요 없다는 말은 아니고, 내가 중독이 아니라는 거다. 아무튼 이 글을 보고 나름의 스트레스 해소구인 스마트폰 사용을 너무 아니꼬운 시선으로 바라보지 말아줬으면 좋겠다.
조은현(중3) 「파주에서 Teen」청소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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