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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겨울 준비 못한 대가, 감기와 접근금지

입력 : 2014-11-20 16:03:00
수정 : 0000-00-00 00:00:00



 



파주에서 산 지 횟수로 7년인데 칼바람 부는 겨울에는 아직 적응이 되지 않는다. 



 



9월이 되면 “가을이구나” 하지 않고 “겨울 오겠네.” 한다. 그리고서 겨울 준비를 한다. 먼저 옷장 정리를 하는데 가을이 짧은 파주에서는 가을옷과 겨울옷을 함께 꺼내 놓아야 한다. 10월 중순이면 겨울옷을 입기 때문이다. 그리고 각종 겨울 차를 사 둔다. 밀크 티를 만들 홍차와 유자차, 모과차를 모두 산다. 그리고 몸을 뜨끈하게 보양할 사골을 사서 찬바람이 본격적으로 불기 시작하는 10월 초에 곰국을 해서 아침저녁 몇날 며칠 먹는다. 그러면 왠지 몸에 기름기가 도는 것 같아서 추위가 조금 덜 무서워진다. 그리고 배즙이다. 이렇게 준비해놓고 “겨울아, 어서 와라.” 한다. 



 



그런데 올해는 겨울 준비할 시기를 놓쳤다. 곰국도 끓여 먹지 못했고 겨울 차도 아직 사 놓지 못했다. 그랬더니 찬바람이 설렁설렁 불기 시작한 9월 말부터 걸린 감기가 아직도 떨어지지 않는다. 차라리 며칠 바짝 앓아눕고 깨끗이 나으면 좋으련만, 콧물에 재채기를 단 채로 감기 기운이 좀처럼 빠져나가지 않는다. 아이들이 힘들어한다. 엄마가 아프니 챙김을 못 받아서 힘들어 하냐고? 아니다. 그런데 왜 힘들어 하냐고? 우리 예쁜 강아지들, 엄마와 뽀뽀를 못해서 힘들어한다. 특히 아홉 살 둘째 녀석은 매일 30분 이상은 꼭 엄마와 누워 뒹굴며 스킨십을 해야 살 수 있는데 그것을 하지 못하니 여간 예민해진 것이 아니다.  



 



“치, 엄마랑 뽀뽀 못하면 대신 쭈쭈 만져도 돼?” 하며 만지고 어떤 날은 뽀뽀를 하고 싶어서 못 참겠다며 “엄마, 그냥 나한테 감기 옮겨. 그리고서 아프지 마라. 나는 엄마 보다 어리니까 빨리 나을 거야, 엄마는 나이가 많아서 빨리 안 낫는 거야.” 하며 막 달려든다. 나는 한사코 입술을 꼭 다물고 고개를 이리저리 돌려 피했다. 그러다가 며칠 전 콧물도 재채기도 대충 멎었기에 그동안 못 했던 뽀뽀를 찐하게 했다. 입술을 하도 꽉 눌러서 앞니가 다 아플 만큼. 그래서인지 둘째 녀석이 감기에 독하게 걸리고 말았다. 맑은 콧물을 계속 주룩주룩 흘리고 컹컹 기침을 해대고 미열도 있어 보였다. 그런 아이를 학교에 보내지 말아야 하나 잠시 망설이다가 담임선생님께 문자를 보냈다. “감기가 심한 것 같으니 지도하시는데 참고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하고. 그랬더니 답 문자가 왔다. “별윤이에게 아프면 선생님한테 얘기하라고 하니, 난 별로 안 아픈데 엄마가 라고 하네요. ㅎㅎ 걱정 안하셔도 될 듯합니다.” 



 



이렇게 아이 생각하는 엄마 마음을 알아주시니 선생님이 고맙다. 감기에 걸린 채로 맞는 겨울이지만 서로에게 따뜻한 이웃이 되어보자 다짐하니 미소가 지어진다. 



 



 



 글 | 허영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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